자식들의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운다
그렇게 사셨군요.
오늘따라 더 돋보이네요.
갈대 같은 엄마 마음.
엄만 참 이상하다
맛있다며 먹어보라던 생딸기즙
나 다 먹고 정말 맛있다 하면
엄마는 난 됐다며
너 더 먹으랜다
엄마 친구에게서 받은 버선 양말
참 편하다며 매일 신고 다닌다더니
내가 좋다 하면
엄마는 너무 많다며
너 신으랜다
예쁜 팔찌를 자랑하다가도
나도 덩달아 예쁘다 하면
이번에도
엄마는 원래 팔찌 잘 안 한다며
너 가지고 가랜다
계속 그렇다
자식이 입에 안 맞다고, 필요 없다고, 별로라고 하면
그제야 엄마 것이 될 요량인지
좋은 것은 다 내게 흘려보낸다
내리사랑을 언제 다 갚을까
엄마 마음이
나의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운다
이 글은 고향으로 내려갔을 때
엄마가 제게 준 것들을 나열해보다 쓰여졌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딸에게 엄마는 가진 물건들을 소개하다가
제가 조금만 호의를 보내도 말을 계속 바꾸시는 거예요.
다 너 가져라가고, 엄마는 이거 필요 없다고.
여자의 마음이 갈대라는 말은
엄마가 된 여자가 자식을 대할 때도 적용이 되더군요.
여기, 상경한 지방러들 있나요?
아님 시집 장가들어 부모님을 매일 보지 못하는 분들은요?
입대한 분들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부모님을 오랜만에 뵙고 나서 다시 현실로 돌아가면
저는 항상 '아, 우리 부모님이 이런 분들이셨구나' 하고
새롭게 깨닫게 된 적이 많았어요.
가끔 신기하기도 해요.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랑을 보내줄 수 있는지.
정말 자식들에게 주는 것이 아깝지 않은지.
그리고 저 자신도 신기해요.
어쩜 이렇게 다 받을 수 있는지.
진짜 내가 도둑놈은 아닌지.
'부모님이 계신 곳이 고향이다'
광주가 고향이었던 친구가 제게 흘리듯 해준 말이에요.
어쩌면 제가 태어난 곳이 고향이 아니라
부모님이 현재 계신 곳이 고향이라는 그 말.
툭, 던진 말인데 꽤 오래 기억에 남았어요.
배우자가 홈(집)이라면 부모님은 고향이 아닐까요?
사람을 장소로 표현하는 건
그 사람이 우리를 기다려주는 안식처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에요.
종교를 갖고 나서는 이런 말이 들렸어요.
“신은 자신의 손길이 다 미치지 못하는 곳에 부모님을 보냈다"
"신이 너무 바빠서 우리에게 부모님을 선물했다"
부모님은 '보급형 신'인가봐요.
보급형 신은 자꾸 저에게 뭔가를 줍니다.
그리고 저는 자격 없이 계속 받아냅니다.
시집간 딸은 친정에 오면 도둑이라던데
시집 안 간 딸도 고향에 오면 도둑이 됩니다, 예쁜 도둑!
그럼 저는 이만 도망가 보겠습니다.(총총)
요즘 시대에 엄마를 밥해주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면
엄마의 역할을 가두는 것이 되겠지만
제가 받은 사랑의 대부분은 '음식'이 확실한 것 같아요.
엄마가 쑥스러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보일 수 있는 사랑의 모양, 집밥!
산해진미 좋은 식재료를 구해서 꾸준히 차려졌던 밥상, 한결같은 정성.
좋은 건 아끼지 않고 내준 마음을 다 받은 것.
"엄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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