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알밤의 용기

나는 알밤이 좋다. 단단하고 포슬포슬 맛도 좋다.

맛도 좋은데 단단하다니.

참 대단한 녀석이다.


알밤을 먹기 위해서는 그 알밤을 지키고 있는 가시를 벗겨내야 한다.

연약했던 작은 알밤이 단단한 알밤이 될 때까지 가시는 더욱 더 뾰족해지고, 날카로워진다.


나의 알밤을 지키기 위해 내 가시도 아주 뾰족하게 날을 세웠다.

알밤을 만나기 위해서는 그 가시와 마주해야 한다.

용기가 필요한거다.


나에게 용기는 나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다.

내가 가시 뒤에 꽁꽁 숨기고 싶었던 나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

내가 포슬포슬 영양가 있는 알밤이 되기 위해 참 많은 계절을 견뎌왔다.


날이 선 가시는 내가 살아왔다는 증거이고, 내 알밤이 상처받지 않게 지켜낸 내 방식의 사랑이었다.

그래도 나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가시를 벗겨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제 내 알밤을 드러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