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귤

평범한 귤이 되고 싶었던

귤상자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귤 사이에 하얗게 곰팡이가 핀 썩은 귤이 '나처럼'느껴졌던 때가 있었다.

태어나보니 장애를 가진 엄마의 딸이 된 나는 나의 정체성을 스스로 '일반 사람과 다른 나'로 규정 지었다.

스스로를 썩은 귤이라고 생각한 나는 다른 귤들과 똑같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던히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포장하며 지내왔다.

평범해 보이는 삶이 나에겐 무척이나 부러웠다.

운동회에 엄마가 참석해서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먹는 아이들..

엄마가 해준 저녁을 먹으러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들..


그 당시 나의 슈퍼바이저가 나에게 연민의 마음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썼다'라고 하는 말에도 동정처럼 느껴지며 '당신들은 나를 모르잖아, 내 입장이 되어보지 않았잖아, 뒤에선 나를 불쌍하다고 여기고 나를 낮게볼꺼잖아.'라는 목소리와 함께 반감이 올라왔다.


나는 나를 지키고 싶었다. 그게 나를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다.

'괜찮은 사람', '슬프지 않은 사람'

세상 사람들에게 '나 이렇게 잘 크고있어요.

나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에요.' 라고 외치며 그걸 증명해내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 부정의 시기가 지나, 스스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된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정상 범주에’ 속하기 위해 발버둥치던 내 시간은 사실은 정상에 들어가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나를 지우기 위한 시간이었음을..

평범해지고 싶어서 애쓴 내가 아니라, 평범함을 증명해야만 살 수 있다고 믿었던 어린 시절의 나를 보게 되었다.


누군가의 연민어린 시선과 공감이 동정처럼 느껴질 때, 내 스스로를 오랫동안 지켜야 했기 때문일 수 도 있다.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약해보이지 않고, 무너지지 않게, 나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버텨왔기에.

작가의 이전글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