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밤의 사랑
3년을 사귄 그의 어머니는 나에게 말했다.
“아가씨, 내 아들이랑 헤어져요.”
나의 근간이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나중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때 저항(?) 한번 해보지 못해 억울했다.
나는 한없이 쪼그라들고 더 쪼그라들어서 쭈굴쭈굴한 알감자가 되어있었다. 상자의 주인이 상자를 이리저리흔드는데, 저항 한번 할 수 없는 알감자 신세가 되어 이리저리 부딪히며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느낌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나의 어머니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의 아들과 나의 연애를 반대했다.
어느 정도의 끝을 예상하고 만난 연애였지만,
그 ’예상‘이 막상 현실이 되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예상이 빗나가길 바랐던 건지도 모른다. 나의 주변 환경, 조건이 아닌 그냥 ‘나’로 이해받고 싶었다.
'나는 사랑을 할 수 없는 존재인가. 나는 그 누구에게도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존재인가?’를 수없이 되뇌이며, 누구도 풀 수 없는 쇠사슬에 내 발을 묶었다.
한편으론, 괜한 오기가 생겨 '평생 이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사귀면서 그의 어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어.'라는 마음이 내 마음 한구석에서 부글부글 일어났다.
그의 어머니의 반대에 부딪힌 우리의 사이는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었으나, 가느다란 인연의 끈을 잡고 우리 둘은 1년을 버텼다.
형을 선고 받고 집행을 기다리는 사람의 심정으로
매일매일 희망과 절망사이를 오가며 허상을 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