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부채

알밤의 가족

유독 서글프고 속상한 날이면 나에게 든든한 존재가 되어주었던

할머니가 유난히도 그리워진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든든한 뒷배를 잃은 나는 시린 마음을 어찌 달래야 할 방법을 몰랐다.


평소에는 슬프지 않은 척, 괜찮은 척 하며 살다가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와 침대 위에 누우면 한없이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깊은 어둠속으로 계속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들어

벗어나고자 멍하니 티비를 보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다 잠이 들면 나에게 조금이나마 안식이 허락되는 것에 감사했다.


나중에야

보고싶은 할머니를 만나는 방법을 터득했는데..

할머니와 함께한 좋았던 기억을 떠올려보는 것이었다.

처음엔 슬픔이 너무 커서 그런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는데,

어느 날 문득, 이미지 하나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여섯살 무렵이었을까.

할머니와 내가 살던 집에는 에어컨이 없었다.

그래도 그땐 지금보단 더위가 덜했던 것 같다.

더위에 잠이오지 않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칭얼거리던 나.

할머니는 자신의 무릎에 누워있던 손녀가 곤히 잠을 잘 수 있도록,

쉬지 않고 나에게 부채질을 해주었다.


지금도 마음이 시리고 아픈 날이면

할머니의 무릎에 누워 잠이 들듯 안들 듯,

시원했던 그 날을 떠올린다.


할머니는 누워있는 손녀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이 세상의 모진 풍파속에서도

따뜻한 기억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뚜벅뚜벅 살아가는 손녀의 모습을 상상하셨을까.


할머니의 바람이

오늘 나에게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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