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어르신들의 햇빛사랑

by 나무

나는 독일에서 살 때 항상 나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던 궁금증이 하나 있었다. 특히 겨울에 구름 사이에 겨우 하나 삐져나오는 햇빛 한줄기 밑에 독일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옹기종이 모여 햇빛 밑에서 눈을 감고 그 빛 밑에서 빛과 교감을 하고 있는 광경을 종종 발견했었다. 처음 독일에 갔을 때는 여름에도 항상 그 따가운 햇빛 밑에서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는 선텐 하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한 1년을 살다 보니 그 이유에 대해 나만의 가설이 생겼다. 이것은 마치 태양광을 에너지로 쓰는 태양광 에너지처럼 여름에 태양을 많이 몸속에 담고 겨울에 조금씩 그 에너지를 쓰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 중에 하나는 겨울에는 정말 자비 없이 빛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독일의 극심한 겨울에서 비롯된 생각이었다. 회색 구름에 꽉 차서 그저 파란색 아니 맑다고 표현될만한 하늘 보기가 힘든 독일에 겨울의 추위는 한국과 비교하여 온도로 봤을 때 더 춥지 않지만 내가 느낀 것을 토대로 예를 들자면 한국 추위는 피부에 얼음을 대고 있다고 생각되는 반면에 독일에 추위는 그 추위가 몸을 뚫고 들어와 뼈를 때리는 것 같았다. 뼈가 시리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 생각이 들을 정도였다. 처음 독일에 대해 들을 때 왜 독일이 차가운 이미지이고 딱딱하다고 하는 이유에 대해 '아마 언어에 이유가 있겠지'라고 유추했었는데 내가 직접 살아본 결과 지금 독일에서 살고 있지는 않지만 모든 계절에 경험자의 시선으로 봤을 때 겨울이 너무 혹독해서 그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겨울에 분명히 건물에 색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날씨 때문인지 회색빛이 감돌게 느껴질뿐더러 독일 집 앞에 하루 종일 가로등이 꺼지지 않는 것도 본 적이 있었다(적잖이 충격이어서 주변 친구들에게 독일 이야기를 할 때면 빼먹지 않고 하는 이야기 중 하나이다.) 내가 독일에서 날씨로 인해 가장 좋았던 기억이 있다면, 사실 나는 뇌우를 보고 찍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 큰 소리가 나고 번쩍하는 순간 아름다운 뇌우가 팍 하고 땅에 꽂힐 때면 아니 정말 만화에서 나올 것 같은 뇌우를 볼 때면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귀한 풍경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스페인으로 이사를 오고 난 뒤 나는 독일에서는 겨울 때문에 햇빛을 좋아하겠거니 했었는데 어라? 난 바르셀로나에서도 종종 햇빛 밑에 앉아있는 어르신들을 빈번히 목격하곤 했다. 사실 바르셀로나는 굉장히 날씨가 좋은 동네로 유명하다. 사실 여기 살면서 이렇게까지 날씨가 좋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4계절 내내 햇빛은 무조건 쨍쨍이고, 한 여름에는 그늘만 가면 굉장히 시원한 함을 느낀 이후로 왜 그렇게 사람들이 스페인 날씨를 극찬하는지 알게 되었었다. 근데 여기에서도 그 모습들을 보고 이건 물어봐야겠다 싶어서 친한 스페인 할머니께 여쭤봤다. "할머니(물론 스페인에서는 이름으로 부른다), 왜 유럽 사람들은 벤치에 다 같이 앉아서 해를 맞아요?" 할머니가 말씀하시기를 "나도 정확히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이 해를 좋아했고 해를 맞을 때면 건강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 나는 그 순간 이게 어쩌면 우리나라가 마치 그냥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빨리빨리 문화를 이어오고 있는 것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요즘에도 종종 햇빛 밑에 나란히 앉아있는 어르신들을 보면 귀여워 보이면서도 되게 정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