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흙, 식물의 뿌리의 내음이 몸으로 스며
자리하던 곳에 수 많은 생명의 양분을 남기고 사라질
세상 모든 것들을 등지는 것을 생각한다
사도세자의
홀로 입관하던 모습을 그리며
그 안에 그가 아닌 내가 누워있음을
혼을 잃어버린 삶을 잃어버린
삶의 길을 잃어버린
내가 누워있다
에워싸는 나무의 틈 사이로 바람이 속삭인다.
“우리 아들”
아, 어릴 때 들었던 소리가 잊혀지지도 않고 들려오누나
잊어 버리고 싶었던 그 소리가 삶의 끝까지 쫓아 오는누나
달아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바람을 타고,
잔잔하던 바람에 바람을 얹어 거세게 몰아쳐
내 몸을 가벼이 만들어 낸다
살은 양분이 되고 뼈는 먼지가 되어 흩날린다
모든 것들을 나누어 주고 바람이 되면
그 무엇도 쫓아오지 않으려나 그저 바람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