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일도 지쳐갈 때쯤이면 병이 돋는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기에 누구보다 나는 직감적으로 반복되는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을 하든 그럴 때쯤에 나는 지치고 바닥을 보이면 내가 병들겠구나 싶음을 직감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지치는 것이 습관인지 습관적으로 지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나는 병든 몸이 된다.
스스로 병든 몸을 이겨낼 수 없음과 그로 인한 고통을 무겁게 짊어지고 가겠구나 싶은 절망을 안고 깊게 내려앉는다. 병적 습관으로 반복되는 고통은 탈색된 과거의 유물처럼 변질될 때까지 지속된다.
그러면 처음부터 가까이하지 말던지, 눈길도 주지 말던지, 마음에 담지를 말던지, 말던지 말던지로 병든 몸을 느끼고 또 올 것이 왔구나 했을 때는 이미 만신창이가 된 스스로를 위로하려는 행위가 시작된다.
단맛을 삼키고 입안에서 오물거리는 껌을 뱉어내야 하는지 삼켜야 하는지 구분되지 않을 때쯤이면 외로운
절망처럼 실패로 끝난 첫 키스를 떠올리게 된다. 민망함을 감추지 못하면서
내발이 성취를 향해 달리면 지지 않는다 < 정철 동사책>
삶을 고전적인 방식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고 고전적인 방식은 형태, 색, 길이에 무관하게 끓어 안았다. 마치 돈이 된다면 그만인 것처럼 말이다.
반복적 행위는 결과를 보기 전에도 충분히 달달했다.
나는 닳고 달아 바닥을 보이기 전에는 스스로 병들어 갈 것을 예상하지 못하는 아둔함을 함께 가지고 있었다.
미련 곰탱이처럼 씹던 껌의 달콤함이 주먹만 한 사탕과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했으니 말해 무엇할까 싶다.
십 년의 도예공부는 혈관을 막았다. 미쳐야 미친다는 것이 나를 달리게 하는 채찍이었다. 반쯤 미쳐서 살았다.
이 광기가 끝나면 죽을 것 같았다. 나는 죽지 않으려고 발광을 했고 자력으로 멈출 수 없었다,
반쯤 미쳐서 벗고 돌아다녀도 시선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광기가 있을 때는 아무도 나에게 부끄러움을 가르쳐
줄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살기는 스스로를 병들게 하는 보이지 않는 무기가 되어 갔다.
이런 광기에 가까운 행동은 인생을 2회 차로 사는 곰탱이처럼 마구 휘젓고 막무가내로 꺼내서 사용했다.
괜찮아 괜찮아 또 있어 걱정하지 마 내 귀는 씹던 껌의 달콤함만 들렸다. 또다시 미련 곰탱이처럼
내손이 거친 손과 악수하는 일에 지치지 않으면 지지 않는다 <정철 동사책>
마지막처럼 살았지만 마지막이 되지 못했다. 그렇게 암담한 끝을 징그럽게 맛보고 나서야 눈을 떴다.
벗고 서있는 지각은 부끄러움을 지나쳐 강렬한 통증을 동반한 슬픔으로 또 한 번 내려앉았다.
그때 버려진 십 원짜리 동전이 눈에 들어왔다. 거들떠보지 않았던 소중한 모든 것이 혹독한 값을 지불하고
닿지 않는 곳에 가 있었다. 왜 이렇게 괴기한 광기로 칼춤을 추고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 어리석은 결과를
마주하고 있어야 했는지 눈에 들어왔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하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내 귀가 나에 대한 비난과 조롱에 지치지 않으면 지지 않는다 <정철 동사책>
지친 기색으로 몰아온 인생이 끝을 바라보며 이제 남아 있는 것도 바닥을 보일 때 나는 현명해졌다.
보이지 않던 어휘를 찾은 나를 위로해 주고 싶어졌다. 슬픈 위로가 위안이 되는 것은 다음 생에서 확인할 일이지만 말이다.
다음 생은 조금 현명하기를
다음 생은 부끄러움이 없기를
다음 생은 목놓아 울지 않기를
다음 생은 서성거리지 않기를
다음 생은 그다음 생이 있어도 모든 일에 무심하기를 그래서 나를 위로할 수 있기를
내입이 내 진심을 호소하는 일에 지치지 않으면 지지 않는다 <정철 동사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