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

짧은 삶과 긴 애도

by Archetype Lap

왕과 사는 남자 리뷰 스포주의.
이 리뷰는 휴먼1 연구소장 개인의 의견일 뿐입니다.


개인의 지적재산임을 명시합니다.
© 휴먼1 연구소장


줄거리
“나는 이제 어디로 갑니까…” 계유정난이 조선을 뒤흔들고 어린 왕 이홍위는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길에 오른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 대감을 우리 광천골로 오게 해야지” 한편, 강원도 영월 산골 마을 광천골의 촌장 엄흥도는 먹고살기 힘든 마을 사람들을 위해 청령포를 유배지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촌장이 부푼 꿈으로 맞이한 이는 왕위에서 쫓겨난 이홍위였다. 유배지를 지키는 보수주인으로서 그의 모든 일상을 감시해야만 하는 촌장은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이홍위가 점점 신경 쓰이는데… 1457년 청령포, 역사가 지우려 했던 이야기.






휴먼1 연구소장이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 가서 영화를 보았음. 사실 그다지 안 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휴먼1 연구소장의 어머니가 보고 싶어 하셔서 설연휴를 맞이하여 효도할 겸 간 것임. 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밌게 보았다.

사실, 음... 남이 열심히 만든 영화에 대고 내가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이것저것 지적하고 이러는 게 좀 미안한 마음도 들고... 그 정도로 별로인 영화도 아니었음. 하지만 애초에 휴먼1이 왕과 사는 남자를 별로 안 보고 싶었던 이유는 장항준 감독에 대한 신뢰가 좀 없었기 때문이다. 예능에서 웃긴 이미지로 소비되는 건 상관없고 아주 예전에 장항준 감독이 무한상사 드라마 연출했을 때 느꼈던 실망감이 아직까지 뇌리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어떤 거냐면, 장면이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고 뚝뚝 끊기는 것. 그래서 아니 왜 이렇게 뚝뚝 끊기지; 하면서 봤었다. 그와 별개로 장항준 감독의 라이터를 켜라는 높게 평가하는데 그 시나리오에서 희곡적 힘이 느껴져서였다(사소한 라이터 하나가 모든 소동의 도화선이 되는, 고전적인 희곡 전개이고 나는 그런 텍스트의 내공을 높게 평가한다). 그리고 휴먼1 연구소장은 라이터를 켜라 안 봤음ㅎㅎ 줄거리만 앎. 장항준 감독이 연극과였다는 건 나중에 안 사실이다.

그래서 장항준 감독은 영화적 연출이나 편집보다 인물의 힘, 즉 캐릭터와 시나리오의 힘으로 영화를 끌고 가는 감독이라고 생각했다. 한정된 공간에서 알뜰살뜰 연출한 느낌. 이번 영화 찍으면서 돈 많이 안 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ㅎ.ㅎ.ㅎ 근데 그게 티가 나면 안 되는데 티가 났음. ㅎ.ㅎ.ㅎ 초반에 나오는 호랑이도 귀여웠다. ㅎ.ㅎ.ㅎ 자꾸 ㅎ.ㅎ.ㅎ 쓰는 이유는 남이 만든 작품에 자꾸 딴지 거는 게 미안하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말하자면 다들 너무 연기를 잘해서 후반에는 눈물바다가 되었다. 유해진 배우야 뭐 얄미우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촌장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다. 아쉬웠던 부분은 연기가 아니라, 캐릭터의 자체의 조금 올드한 면이 있어서 좀 아쉬웠다. 단종역의 박지훈 배우는 그냥 이젠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난다... 휴먼1만 느낀 걸 수 있지만 초반에는 화술이 튀는 부분이 있었는데(아주 약간) 극이 진행될수록 눈빛이나 표정이 캐릭터에 완전 동화되었다고 느껴졌다. 특히 마지막에 싫소! 하면서 울 때 그 구간의 연기가 정말 사실적으로 느껴졌다. 아무래도 박지훈 배우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애처로움 아니었을까.
근데... 또 한 마디 하자면... 마지막 즈음에 엄흥도가 오열하면서 단종의 얼굴을 만지려고 하다가 차마 못 만지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이 좀 과잉으로 느껴졌다. 그전부터 단종을 마음으로는 아들처럼, 또래 아이처럼 생각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장면(물론 왕이긴 하지만...)이 있었어야 함(유해진 배우가 연기를 약간 그렇게 했기 때문에). 쌓아놨어야 납득이 되는데. 그 뒷부분에 단종이 물가에서 물장난 치는 장면을 붙여놔서 갑자기 빚 갚으러 온 사람처럼,

'슬프죠? 지금부터 눈물 쏟으시면 됩니다~'
'슬프긴한데 좀;;'
'ㅡㅡ빨리 우셔야 돈값해요~'
'아, 네. 엉엉ㅇ엉ㅇ옹ㅜㅜ'

이런 느낌.
그리고 안재홍 배우와 2AM으로 활동했던 정진운 배우도 짧게 출연했다. 반가웠다.

이야기 자체는 흥행작의 문법을 잘 따랐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퀄리티가 있느냐는 또 별개의 문제다.
휴먼1과 휴먼1의 어머니(영화 내공 휴먼1 연구소장보다 높으심, 따듯한 마음을 소유하심)는 챙겨 온 휴지가 모자랄 정도로 펑펑 울었다. 어머니가 오랜만에 눈물을 흘리셔서 개운했다고 하셨기 때문에 휴먼1 연구소장은 이 영화에 100점 주고 싶어졌다.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단종이 행복하길 바라며 손을 꼭 쥐게 만드는 영화.

욕망 때문에 다른 인간을 파괴한 자는 파멸하는가?
욕망에 희생된 자는 언젠가 복수에 성공하는가?
그 질문엔 답이 없다는 걸 역사가 말해준다.

다만, 비극적인 삶을 살다 간
어린 왕을 기억하고
역사의 증인이 되고자 한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서 흘린 눈물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