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공공public'에 관한 소고

예술의 공공성에 대하여

by 이재준

우리는 그 동안 공공public이라는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가? 지금, 우리에게, 공공미술이란 무엇일까? 이 시대, 이 땅에서 우리가 경험하고, 보고, 만드는 공공예술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가? 이 세 가지 질문은 이 땅에 펼쳐지고 있는 우리의 공공예술을 ‘작품’으로서 비평의 대상이 아닌 ‘과정’으로서 관찰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공공미술’이 아닌 ‘공공예술’의 관점에서 이들이 우리의 삶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에 대한 실체적이고 현실적인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공공public이라는 대상

공공public이란 대상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엘리트와 매스의 대립에서부터, 소수와 다수의 비교, 그리고 대중과 집단의 관계까지 공공public이란 의미는 시대적, 사회적, 문화적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유동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대상으로서 공공public이라는 의미는 공공재public owned와 공유재communal, 공식적official이고 공개적open인 의미를 포괄적으로 함께 지니고 있다. 서양미술사에서 퍼블릭아트는 이러한 다면적 가치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관점에서 시대적 상황과 예술이 만나 의미있는 담론을 제시하며 진화해 왔다. 하지만, 공공미술이라 불리워진 우리의 퍼블릭아트는 공공public이라는 대상에 대한 해석이 혼재되고 혼용된 상태로 관주도에 의해 일방적으로 공급되는 정치적 생산물이 되어 버렸고, 결과적으로 그 가치와 의미가 퇴색되어 가고 있다.


공공public이라는 장소

산업혁명 이후 기계적으로 생산된 수많은 도시 안에서 자연이 주는 환경이 절실히 필요했던 사람들은 삶의 일상 속에서 잠시 쉴 수 있는 다양한 공공공간을 만들게 되었다. 대상으로서 사람과 삶의 변화는 ‘공간’이란 오래된 가치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동시에 환경으로서 오래된 ‘장소’에 대한 대화를 필요로 하고 있다.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듣게 만드는 ‘일방향적인 공간’에서 사람들이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상호작용의 장소’로서 사람들의 삶속에 새롭게 인식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예술은 근원적으로 대상 없이 존재할 수 있지만, 공공의 의미를 포함한 모든 예술 활동은 사람과 함께, 장소와 함께, 그리고 그 지역과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절대로 대상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러므로, 공공공간에 포함된 모든 예술활동은 독백하는 오브제로서의 ‘현상’이 아닌, 상생이 가능한 ‘대화’의 가치로써 사람 그리고 시간이 함께 만들어 가는 ‘의미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정지되고 박제된 현재의 보전이 아닌 성장하고 진화하는 과정을 담아 낼 수 있는 변화 가능성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공공예술의 조건

정보혁명은 예술을 포함한 기존의 모든 패러다임을 바꾸어 가고 있다. 그러므로, 일방향적이었던 예술이 커뮤니케이션으로서의 양방향의 가치를 추구하며 지역의 삶과 만나기 위해서는 공공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예술활동이 미술과 디자인, 그리고 건축이라는 경계를 넘어, 사람과 함께, 의미 있는 가치를 만들고, 성장하고 진화하는 미래가 함께하는 장소를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 작품이 가지는 프로덕트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프로세스를 가지고 다양한 시간의 흔적들을 담아 낼 수 있어야 비로소 양방향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첫 번째 ‘장소’를 읽어야 한다. 장소는 땅을 전제로 한다. 누구나 접근가능하고,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다시 찾고 싶은 장소의 변하지 않는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두 번째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사람들은 땅의 존재를 만들어 준다. 지역의 삶과 함께 공동체를 위한 유무형적 상호작용의 프로그램이 지속되는 예술활동이 동반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림’을 그려야 한다. 의미와 가치를 만드는 일정한 형식을 존중하고, 공감의, 공동의 합의를 만드는 연속적 과정을 통해 일방적으로 결정된 하나의 결과를 만들지 않고 개방을 통한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할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이러한 공공예술활동이 자생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의미있는 담론을 만들기 위한 비평과 평가의 기준도 제시되어야 한다. 장소place, 영역community, 형식format, 태도attitude, 사건event의 다섯가지 관점은 모든 공공활동이 예술작품으로서 유형적인 사물의 가치와 무형적인 삶의 가치가 공존해야 하는 당위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다면적 층위를 함께 가지고 있는 우리의 ‘공공public’이란 가치에 관한 기본적인 평가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예술이 가진 특별함이 아닌, 일상의 보편적인 가치를 통해 소통하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대화’의 방법들을 실천해야 한다.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공감의 길을 만들어 가고, 그 길 끝에서 지역의 실제적 삶과 만나고, 관계를 만들어 가는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서 ‘대상’에 대한 지속적이고 연속적인 질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보편적인 ‘사람과 함께’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예술활동이 이루어지는 ‘지역과 함께’ 무엇을 함께 해야 하는가? 지역의 ‘미래와 함께’ 무엇을 만들어 갈 수 있는가? ‘주민과 함께’ 어떤 공감대를 얻어낼 수 있는가? 이 장소를 찾는 ‘타인’들에게는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가? 이 지역의 ‘자연’과 함께 어떤 조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 이 모든 예술활동은 ‘장소와 함께’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단순히 공공예술이 만든 결과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예술활동을 통해 만들고, 만들어 가게 될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며 지속가능한 실천적 기준을 제공하게 한다.


공공예술과 삶의 관계

삶은 결과가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또한, 미래는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순간들이 축적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현재가 끊임없이 연결되는 ‘과정’을 통해 늘 새롭게 재생되며, 그 과정들의 집합이 모여 한 시대의 역사적 단층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한 의미있는 순간들이 정체되지 않고 진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일. 예술이 삶과 함께 공유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이며, 삶이 예술의 가치와 공존해야 하는 절대적인 이유인 것이다.


밀레니엄파크.png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장소의 변화와 삶의 관계 (오사카 엑스포 파크(좌)와 맨하튼 브라이언트 파크(우)의 과거와 현재)



*<서울시 공공미술2.0> by june 17.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