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바리안]

초단편 소설 #3

by archistudy




동네 옆집 친구 부모는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친구 손에는 거대한 변신 로봇이 항상 손에 들려 있었다. 그 크기가 워낙 커서 동네 문방구에서는 도저히 접할 수 없는, 생전 처음 보는 로봇 장난감이었다. 그 녀석은 항상 좋은 향기가 나는 옷을 입었다.


엄마가 오랜만에 싸준 소시지 반찬에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설레는 마음에 선뜻 포크가 향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녀석은 늘 먹었었는지, 포크로 두 개를 콕콕 찍어 입 속에 넣으려 했다. 나는 울음이 나오는 것을 간신히 멈췄다. 나는 고바리안한테 졌다. 그 로봇 때문에 나는 늘 그 녀석한테 뒤쳐지는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할아버지가 주신 용돈으로 아버지 손을 잡고 리어카 장난감 아저씨에게 돈 1천 원을 주고 고바리안을 샀다. 그 녀석이 가진 고바리안보다 크기는 훨씬 작고 조잡한 색칠로 볼품은 없었지만, 나는 고바리안이 되었다. 특이 하게도 이 고바리안은 팔이 미사일처럼 나가는 기능이 있었다. 그 녀석의 고바리안 주먹은 손가락이 열리는 대신, 발사 기능은 없었다.


다음 날, 내 손에 고바리안을 든 채, 그 녀석이 자주 다니는 길을 서성였다.

“야! 그거 뭐야?, 고바리안이야? 멋진데?, 바꿔 가지고 놀래?”

“... 어... 그래.”

나는 내 고바리안이 그 녀석의 고바리안보다 멋졌지만, 그 큰 고바리안을 두고 나의 고바리안에 호기심을 갖는 그 녀석에게 어쩔 수 없이 선뜻 내주었다.


나는 그 큰 고바리안에 심취해 있었다.


“정건아! 해수가~ 너 고바리안 주먹 잃어버렸어!”

“뭐!!”

“해수가 고바리안 주먹을 발사했는데, 하수구로 들어가 버렸어!”


나는 심장이 뛰었고 그 녀석에게 달려가는 동안 내 고바리안을 그 녀석에 건네준 걸 계속 후회했다.


나의 멋진 검은색 고바리안 오른 주먹이 사라져 있었다. 발사 버튼과 주먹이 사라진 자리엔 스프링만 보였다. 그 녀석은 사과도 없이 얼어붙어 있었고, 이윽고 그 녀석이 말했다.

“이제 내 고바리안 돌려줘.”


나는 순순히 고바리안을 돌려줬다. 오른쪽 검정색 주먹이 사라진 나의 고바리안은 여전히 멋졌지만 내 모습 같았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참을 수 없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나는 주먹 없는 고바리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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