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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shlee Mar 15. 2016

육지것의 제주인문이야기 III 제주의 비경 고망난돌

서른일곱. 고망난 돌

동부 종달리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보면 아무도 차를 멈추지 않는 바다가 있다.

종달리 불턱이라는 이정표가 있는 작은 해안가 언덕.

이곳이 제주올레도 비켜간 도무지 찾을 수 없는 비밀스러운 장소,

고망난돌 쉼터.

도로에서 보면 그저 벤치 몇 개 놓인 자리로만 보일 뿐, 그 안으로 들어서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풍경이 펼쳐진다.

의자가 있어도 앉는 이 없고, 탑이 있어도 소망하나 얹어 놓을 이 없는 인적없는 고요한 바다엔 흔한 난간 하나 없어 오히려 자연스러운 길...

사람들의 손때를 타지 않아 온전한 제주바다의 모습을 간직한 그곳에는 봄이 끝나고 여름이 시작되는 6월엔 수국이, 가을이면 무더기로 국화가 피어난다.

언덕길 모퉁이를 돌때마다 보이는 수국의 자태에 탄성이 연신 흘러 나온다.

부케처럼 생긴 꽃,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다닥다닥 붙은 꽃잎이 아름답다.

길에서 만나는 수국이라 눈길이 절로 갈 수 밖에 없고, 작은 공간이라도 보이면 차를 멈추게 되는 풍경이다.

카멜리아힐의 수국길이나 한림공원의 수국축제에서도 활짝 핀 수국을 볼 수 있지만 진정한 멋은 길에서 만날 때인것 같다.


전국에서 가장 긴 수국꽃길, 종달리 해안도로에서 만나는 쉼의 공간.

가을의 시간엔 들국도 소국도 아 닌 해국의 보랏빛 향연을 볼 수 있다.

해국은 꽃모양만 따져보면 이 갯쑥부쟁이와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시면 그 잎부터가 들국화나 갯쑥부쟁이와 완전히 다름을 알 수 있다.

뽀송뽀송한 솜털이 뒤덮인 장미를 닮은 잎만으로도 충분히 기품 있고 아름다운 해국이다.

고망난돌 쉼터의 끝은 군초소이고 이를 지나 다시 해안가로 접어들면 비밀스러운 바다가 계속된다.

그리고 그곳엔 정말 고망난(구멍난) 돌 하나가 바다를 향해 서 있고 구멍 사이로 바다를 바라보노라면 기원 하나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고망난 돌(구멍난 돌)이란 이름이 괜시리 지어지진 않은듯, 그 바다 끝에는 정말 고망난 돌 하나 수평선을 향해 서 있다.

고망난돌 쉼터에선 종달리의 불턱인 '돌청산불턱'이 함께 한다.

제주도 해안길을 다니다보면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불턱'인데,

요즘은 해녀 할머니들도 건물에서 옷을 갈아입고 휴식을 취하지만, 옛날엔 불턱이 그 분들의 쉼터 공간이었다.

다른 지역의 불턱이 돌을 쌓아 만드는 것에 비해 종달리의 불턱은 자연그대로의 바위를 이용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은 카페촌이 되어버린 월정리 해변을 뒤로하고 가을 바다 바람을 맞으며 5분도 되지 않을 거리를 달리면 ‘나만의 바다’가 되어줄 그런 장소를 볼 수 있다.

해안가 끝의 빈 벤취에 앉아 제주의 바람, 제주의 파도소리, 그리고 해국의 향에 젖으며 온전한 나만의 바다요, 나만의 시간 느낀다.

위치는 성산~종달리간 해안도로로 종달리 해안도로가 끝나가고, 하도리철새도래지로 가기 직전의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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