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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shlee Apr 01. 2016

육지것의 제주인문이야기 III 제주의 비경 관음사

마흔여섯. 아직은 제주스러움이 남아 있는 제주 최대 사찰, 관음사

관음사 하면...

관음사 자체보다는 한라산 정상등반코스(성판악~관음사 코스)가 주로 떠오른다.

백록담까지 오르는 한라산 두 코스중 푹광 좋은 시작점에 위치한 사찰이 관음사다.


관음사 하면 제주의 아픈 역사가  떠오른다.

제주지역에는 토착신앙이 많은탓인지 사찰 유적이 드문 편이다.

제주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사찰인 이곳 '관음사'의 역사도 기껏 1900년도 초반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유는 다른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제주도에 불교가 최초로 전래된 시기는 한반도에 귀속되기 전인 탐라국 시대이고, 불교유입경로는 본토의 북방불교와 달리 해로를 통하여 남방불교가 전래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불교의 역사가 깊은만큼 사찰의 건립도 활발했던 편이었다.

이 자그마한 땅에 '당 오백, 절 오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으니...

그러나 조선시대 숙종때인 1702년 당시 제주목사 이형상이 제주에는 잡신이 많다 하여 사당은 물론 500여동의 사찰을 모두 폐사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 여파로 인하여 그후 200년 간 제주에는 불교와 사찰이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관음사는 불교전래 초기에 창건되어 발전했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그 이유는 제주의 여러 신화와 전설, 민담에 괴남절(제주말로 '관음사'를 의미), 개남절, 동괴남절, 은중절이라 하여 자주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전에는 관음사가 고려 문종 재위기간(1046~1083)에 창건되었다고 전하고 있으며, 동국여지승람이나 탐라지에는 관음사가 조천포구 위에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만약 동국여지승람이나 탐라지에 기술된 바가 맞다면, 전설로 내려오고 있는 본래의 관음사는 이곳 한라산 중턱이 아니라 조천쪽에 위치해 있었을것이다.

한라산 중산간지역에 위치한 지금의 관음사는 1912년 10월 비구니 안봉려관스님이 영봉스님과 도월거사의 도움으로 현재의 위치에 구전으로만 전해내려오던 옛 관음사(고려시대)를 복원한 것이 시작이라 한다.

현재 관음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3교구본사로서, 종파를 초월하여 제주불교를 대표하는 사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주문에서 대웅전에 이르는 긴 진입로 양쪽에는 제주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는 석조불상들이 도열하듯 앉아있고 이어지는 천왕문을 지나면  또다시 석조불상들이 같은 형태로 앉아 있는 길을 걷게 된다.

수많은 석조불상들이 길게 늘어선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깊은 인상을 받게 된다.

진입로 한켠에 사찰과는 상관없는 이색적인 유적이 보이는데 돌로 만들어진 경계참호로, 4.3사건의 유적이다.

4.3의 여파로 한라산 중산간에 있던 마을들은 초토화되게 된다.

한라산 중산간에 위치한 관음사 역시 4.3사건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관음사는 전략적 요충지였는지, 무장대와 군경토벌군이 상호 대립하던 곳이었다.   

당시 군경토벌군은 이곳에 주둔하며 경계참호를 쌓았다 하는데,  돌로 만들어진 경계참호 역시 그때의 유적이다.

어렵게 복원된 관음사는 이 무장대와 군경토벌군의 전투 와중에 다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그러니 현재의 관음사는 4.3사건이 종료된 이후에 다시 지어지게 된 것이다.


17세기 후반에 목조로 제작된 좌불상은 관음사에서 유일한 오래된 불교유물로, 대흥사 남암에 봉안되었던 것을 비구니 안봉려관 스님이 1925년 관음사 중창을 위하여 이곳으로 모시게 되었다고 한다.

단아한 형태, 부드러운 양감, 유연한 선묘등은 당대를 대표하는 불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관음사는 현대에 건립된 사찰이지만, 제주적인 지방색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종각과 산신각 옆에 세워진 방사탑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방사탑은 마을의 액운을 막기 위하여 마을 입구 등에 세운 탑을 일컫는 것으로써,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라 할 수 있다.

사찰 경내에 보편적인 석탑 대신 방사탑을 세움으로써, 현재까지도 알게모르게 제주의 보편적인 신앙으로 자리잡고 있는 무속신앙을 포용하고 있다.

물확.

돌로 만들어진 물확이 아니라 자연목으로 만들어진 물확을 만날 수 있다.


관음사는 그 창건 역사가 그닥 길지는 않지만, 제주를 대표하는 사찰답게 제주지역의 도특한 지방색을 많이 담고 있어 흥미롭고. 4.3역사유적이나 유구한 불교역사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찰들이 근간에 지어지게된 역사적인 배경을 조금 더 알고 찾는다면 훨씬 더 유의미한 발걸음이 될것이다.

관음사는 불교성지 조성으로 거대한 불사가 진행되고 있다.

획일적인이고 규모만을 자랑하는 불사가 아니라, 제주적이면서도 내실있는 불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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