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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shlee Apr 26. 2016

육지것의 제주인문이야기 III 제주의 비경 비자림

쉰하나. 지나쳐버리는 연륜 지긋한 비자림

대중들은 새로운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목말라한다.

그래 누군가  무슨무슨, 기가 막힌, 어마어마한 등등의 수식어를 붙여 놓은 포스팅에 열광하고 앞 다투어 같은 곳의 포스팅에 인증을 하게 되고 쉴새없이 찾아가 줄을 잇는다.

전국적으로 도보트래킹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전투적으로 무섭게 발길을 내딛는 사람들,

아침저녁으로 내기하듯 빠른 속도로 빛을 가르며 달려가는 사람들의 멋들어지게 포장된 그런 곳에는 더이상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한때는 당연히 속한 관광코스 중 하나였던 비자림이지만 이제는 혼잡하고 복잡함에서 벗어나 있다.

그만큼 가치가 평가절하되어 있다는 이야기이다.

내게는 이제 혼자 걷고픈 호젓한 숲, 비자림은 느리게 걷기위해 들르는 곳 중의 하나다.

조성된 숲중 그 연륜이 가장 오래된 곳이기에 그곳을 걷고 있자면 더욱 편안해지는지도 모른다.

짧게는 500년에서 많게는 800년을 넘어 천년까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집단 비자나무 서식지인 천연기념물 비자림.

그 면적은 경복궁의 면적, 용인 에버랜드 Festival world와  비슷하고 여의도 공원면적의 2배에 육박한다.

500년 이상의 수령을 자랑하는 2878그루의 나무는 각기 명찰을 붙여 특별 관리한다.


우거진 밀림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온몸으로 느껴지는 숲의 기운은

무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피서지로,

매서운 겨울에는 따듯한 안식처로 그만이다.

비자림은 천연기념물 제374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이곳에는 비자나무외에도 나도풍란, 풍란, 콩짜개란, 흑난초, 비자란 등 희귀한 난과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녹음이 짙은 울창한  비자나무 숲속의 삼림욕은 혈관을 유연하게하고 정신적, 신체적 피로회복과 인체의 리듬을 되찾는 자연건강 휴양효과가 있다.

비자나무 정글 숲의 모든 산책길은 제주 화산석인 자연산 송이로 깔려있다.

제주의 송이는 화학적, 물리적으로 세계적인 진귀한 물질로 제주도에서는 특별법으로 보존되고 있는 보물이기도 하다.

청량한 비자나무에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향을 맡으며 걷는 자연송이의 산책길, 환상적인 조합이다.


連理木 연리목

비록 다른 뿌리에서 나왔으나 수십 수백 년을 서로 부디끼다 이내 하나가 되는 지혜를 깨달은 이 나무...

나눔에 인색치 않다.

숲은 단 한뼘의 땅조차도 다른 생명과 공생을 도모한다.

이곳의 연리목은 절물 휴양림의 산벚나무와 고로쇠 나무의 연리가 아니고 비자나무간의 연리다...


山監亭 산감정 약수터

숲을 걷다보면 수도를 설치하여 비자림 탐방객의 목을 축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곳이 보인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옛날에 이곳 비자림을 지키던 산감이 이곳에 거주하면서 물을 마시던 약수터가 있던 자리라고 한다.

비자나무 숲이 우려낸 이 물맛 또한 정화된 느낌으로 다가온다.


새천년비자나무

비자림 숲의 한가운데는 마치 모든 비자나무를 거느리는 비자나무의 神이라도 되는 듯, 거대한 비자나무 한그루가 신비롭게 서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새천년비자나무'라 명칭한 이 숲에서 가장 오래된 비자나무다.

이지역 사람들은 이 비자나무를 비자림의 조상목으로 여기고 있다.

정확히 827년 된 비자림에서 가장 오래된 수령의 나무다.

고려명종20년(1189년)에 태어났으며 키가 무려 14m, 둘레가 6m에 이른다.


제주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풍경 중 하나가 올곧게 뻗은 삼나무길인데, 사실 삼나무는 제주 고유의 수종은 아니었다.

빠른 성장을 도모하던 시절(군사정권), 빨리빨리 높고 푸르게 하기 위해 선택한 수종 중 하나가 삼나무였다.

그러나 삼나무 숲을 거닐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삼나무 아래에서는 왠만한 생명들은 버텨내지 못해 삭막한 느낌이 있다.

장생의 숲이아닌 절물자연 휴양림이 그렇고, 사려니 숲이 그렇다.

거문오름에도 무자비 하게 심어졌던 삼나무들이 정리하는 의미에서 벌목되고 있다.


자연스레 제주라는 섬에 동화되어온 비자나무 숲.

휴식를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 부담 없이 천천히 걷는 산책에 시간에는 쫓기지도 않고 거추장스러운 준비물도 필요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걸으며 온갖 상념을 잊게 해줄 수 있는 산책길위의 천년의 거목들과 수백 년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무성한 수풀들과 넝쿨들, 풀벌레 소리와 산새들의 지저귐이 발길을 인도해 주는 이 숲이 가장 어울리지 않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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