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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shlee Jan 30. 2017

육지것의 제주인문이야기 III 제주의 비경 수선화길

일흔. 몰(말)마농꽃, 수선화의 향기를 따라 겨울제주풍경

겨울이면 대정읍과 안덕면 지역 곳곳에 겨울꽃 수선화가 꽃을 피워낸다.

추사 김정희의 글을 보면 수선화는 한반도에서는 귀한 꽃이었지만 제주섬에서는 천대를 받는 잡초였다.

이 잡초가 지금 겨울 제주의 풍경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추사 김정희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문인이자 명필가다.

명문가에서 태어나 승승 장구하다 권력투쟁에 휘말리면서 1840년부터 9년 동안 제주에서 유배생활을 했다.

한겨울 더 없이 외로움이 깊어갈때면 동토를 뚫고 수선화가 피어나 향을 더한다.

그래서인지 추사 김정희의 수선화 사랑은 아주 유명하다.

당시 수선화는 요즘처럼 흔히 볼 수 없는 꽃이 아니어서 중국의 사신으로 다녀오면서 가져와 아는 지인들에게 선물용으로 쓰였을 정도로 아주 귀했다.

그런데 그토록 귀이 여겼던 수선화가 지천으로 피어나고 심지어 농부의 호미에 파이고 뜯기기까지 하고 있었으니 추사는 제주에 와서 깜짝 놀라고 만다.

더욱이 마늘꽃과 닮았다하여 말마농꽃이라는 별칭이 있을정도였는지라…


비록 문 밖 출입을 못하는 유배형이었지만, 추사가 아예 신체의 자유가 없었던 것은 아닌 듯하다.

추사는 대정향교에서 유생들에게 종종 글도 가르치고 의문당이라는 현판을 써주기도 했다.

추사가 제주 유배 중에 남긴 한시중 수선화라는 글이 있는데, 그 내용을 생각하면 한없이 제주다움이 연상된다.

一點冬心朶朶圓 일점동심타타원

品於幽澹冷雋邊 품어유담냉준변

梅高猶未離庭砌 매고유미리정체

淸水眞看解脫仙 청수진간해탈선

- 水仙花, 金正喜 수선화, 김정희


한 점 겨울꽃이 송이송이 동그랗게 피었나니

그윽 담담하고 싸늘 준수하게 빼어난 자태.

매화는 고상하지만 섬돌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맑은 물에 참 모습, 바로 해탈한 신선일세.


제주의 서쪽 대정읍과 안덕면 지역 곳곳에 겨울꽃 수선화가 꽃을 피워내고 있다.

안성교차로에서 오른쪽 길로 들어선 뒤 약 2㎞만 차로 달리면 대정향교에 도착할 수 있는데 수선화군락을 쉽게 감상할 수 있다.

단산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향교 돌담에 피어난 수선화는 유백색 꽃잎으로 그 자태를 뽐낸다.

이 지역에서는 돌담 밑에서 솟아나거나 돌무더기를 뚫고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수선화를 볼 수 있다.

수선화의 생명력은 제주사람들이 이 고을 사람들을 대정 몽생이(망아지의 방언)라고 부르는 이유를 짐작케 해준다.

대정향교에서 안덕면 사계리까지는 향교로를 이용해 남쪽으로 향한 뒤 사계북로를 거쳐 산방로를 따라가면 사계마을 안길에 진입할 수 있다.

사계리에도 마을 곳곳에 수선화가 있다.

구멍가게 앞 소나무 가로수 밑에서 꽃을 피운 수선화 한 무더기도 야생 수선화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도로 양쪽에 길게 늘어선 수선화 군락은 겨울에도 푸른 제주의 풍광과 더할 나위 없이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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