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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shlee Oct 02. 2017

일반인문 XCIV 차례상

; 형식으로 얼룩진 제사상으로 본 孝효

며칠전 jtbc뉴스룸의 Fact-check에서 차례상의 진설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다뤄졌다.

차례상을 차릴 때면 흔히 등장해 이슈거리가 되던 이야기들이다.


紅東白西홍동백서(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棗栗梨柿조율이시(왼쪽부터 대추, 밤, 배, 감), 

魚東肉西어동육서(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어디서부터 유래되었는지 알수 없는 이야기라는것이다.

국가시험에까지 나오지만 정작 출처 불명의 용어.


어떤 고서에도 등장하지 않고 현대에 들어와 1969년 문화공보부가 전라남도의 민속종합조사보고서를 펴냈는데, "홍동백서 등은 상식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것에서 부터라고 한다.

그 후 1970년대에 조금씩 보도가 늘었고, 1980년대 이후에는 이처럼 '추석 상차림 안내'라는 제목으로 여러 신문과 방송에서 보도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예법의 근간이 되었던 주자가 유가의 예법의장에 관하여 상술한 朱子家禮주자가례, 

이를 근거로 우리의 학자들이 기술한 예설인 家禮便覽가례편람, 

조선 전기 신숙주, 정척 등이 왕명을 받아 오례의 예법과 절차 등을 그림을 곁들여 편찬한 國朝五禮儀국조오례의등 어디에서도 그 근거는 찾아 볼 수 없다.


차례상의 근거로 삼는 栗谷 李珥 율곡 이이가 학문을 시작하는 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편찬한 擊蒙要訣격몽요결에서 조차 차례상은 계절에 맞는 음식 몇 가지를 형편껏 올리라고 권하는 정도이다.

退溪 李滉 퇴계 이황은 退溪全書퇴계문집에서 시대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의미로 ”음식의 종류는 옛날과 지금이 다르기 때문에 예전과 똑같이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주자는 공자의 예학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예학의 근간이 되고 유학의 기본이된 공자의 생각은 어땠을까.


제자인 자로가 죽은자를 섬기는것에 관해 묻자, 

공자는 사람을 섬기지도 못하는데 어찌 귀신을 섬기려 하는가라고 답한다.

이어 죽음에 대해 묻는 자로에게

삶도 모르는데 죽음을 어찌 알겠는가라고 답한다.


未能事人 焉能事鬼 미능사인 언능사귀

未知生 焉知死 미지생 언지사

- 論語先進 논어선진편


공자는 제례에 대해 여러 가지로 시큰둥한 태도를 보였다.

공자 당시, 제사가 지배계급의 자기 조상과 혈통을 미화함으로써 백성을 착취하는 데에 대한 정당성을 획득하는 수단으로 쓰였다. 

그래서 공자는 효를 중시했음에도 정작 제사에는 시큰둥했던 것이다. 

공자의 진짜 관심사는 仁인의 실현이었다.


한국인들은 유교를 근거로 忠孝충효를 강요당한다. 

그런데 그 충효는 공자의 충효와 무척 다르다. 

충조차 임금이 신하에게 예를 갖추어야 진실한 충이 성립되며 성립된 충조차 仁인(to be just)의 방향이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孝효는 일상사라고 말한다. 

이에 비해 우리가 강요 받고 실천하고 있는 효란 有子유자가 말한 효를 통한 인의 실천이나 子夏자하가 말한 온힘을 다 해 섬겨야 하는 행위, 혹은 曾參증삼의 죽은 조상을 잘 모시는 것이 백성의 덕을 두텁게 하는 것에 가깝다.

어설픈 전통식 차례를 고집하는 것은 진정한 공자 정신도, 유교 전통도 아닐 것이다.

제사는 사랑하고 공경하는 정성을 극진히 하는 것을 중심으로 삼을때 진정 효를 다하는 후손의 모습이라 할것이다.


思其居處 思其笑語 사기거처 사기소어  

思其所樂 思其所嗜 사기소락 사기소기

主於盡愛敬之誠而已 주어진애경지성이이


貧則稱家之有無 빈칙칭가지유무

疾則量筋力而行 질칙량근력이행

- 擊蒙要訣 祭禮章 격몽요결 제례장


그 분이 계시던 방을 떠올려라. 웃던 모습, 말씀하시던 모습을 떠올려라.

그 분이 즐거워하시던 모습을 떠올려라. 그 분이 즐기시던 것을 떠 올려라.


제사는 사랑과 존경의 정성을 다하는 자리다.

집안 형편이 안 된다면 있는 만큼 예를 표하라. 

아프고 병이 들었다면 있는 힘만큼 지내라.


중국에는 없는 고유문화 한국의 추석

https://brunch.co.kr/@architect-shlee/549

祭祀제사

https://brunch.co.kr/@architect-shlee/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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