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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shlee Feb 17. 2016

육지것의 제주인문이야기 III 제주의 비경 김영갑갤러리

열다섯. 제주를 닮고 싶어한 사람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487-5번지 삼달분교.

이곳에는 제주인이 되고자 했던, 진짜 제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했 던 한 남자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불치병으로 삶을 마감하는 그날 까지, 자신의 생명과 맞바꾸며 일궈낸 두모악.


한라산의 옛이름 '두모악', 그곳엔 제주가 있다


충분히 그래도 될 것이 두모악 갤러리 앞마당에 한 남자가 생명을 다하는 순간까지 굳어가는 두 손을 만들어 놓은 진짜 '올레'가 있다.

그리고 육지것이 아닌 '진짜' 제주도 사람이 된 그의 외롭고 순수한 열정이 오로지 담겨 있기에 제주올레를 찾은 이들이라면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기도 하다.

삶에 지치고 여유 없는 일상에 쫓기듯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서 와서 느끼라고,

이제까지의 모든 헛된 욕망과 껍데기뿐인 허울은 벗어던 지라고,

두 눈 크게 뜨지 않으면 놓쳐버릴 삽시간의 환상에 빠져보라고 손짓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제주의 진정성을, 제주의 진짜 아름 다을 받아들일 넉넉한 마음입니다.

그것이면 족합니다.

-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안내문 중


자신의 생명을 바쳐 제주를 보여주고자 했던 남자, 김영갑.

20여 년간 제주도만을 사진에 담아온 사진작가고 김영갑 선생.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이래 20여 년 동안 고향땅을 밟지 못 했다.

서울에 주소지를 두고 1982년부터 제주도를 오르내리며 사진 작업을 하던 중 그곳에 매혹되어 1985년 아예 섬에 정착했다.

바닷가와 중산간, 한라산과 마라도 등 섬 곳곳 그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또 노인과 해녀, 오름과 바다, 들판과 구름, 억새 등 그가 사진으로 찍지 않은 것은 제주도에 잆는 것이다.

밥 먹을 돈을 아껴 필름을 사고 배가 고프면 들판의 당근이나 고구마로 허기를 달랬다.

섬의 '외로움과 평화'를 찍는 사진 작업은 수행이라 할 만큼 영혼과 열정을 모두 바친 것이었다.

창고에 쌓여 곰팡이 꽃을 피우는 사진들을 위한 갤러리를 마련하기 위해 버려진 초등학교를 구하여 초석을 다질 무렵, 언제부턴가 사진을 찍을 때면 셔터를 눌러야 할 손이 떨리기 시작하고 이유 없이 허리에 통증이 왔다.

나중에는 카메라를 들지도, 제대로 걷지도 먹지도 못할 지경이 되었다 .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루게릭 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3년을 넘기기 힘들거라고 했다.

일주일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누웠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점점 퇴화하는 근육을 늘리지 않으려고 손수 몸을 움직여 사진 갤러리 만들기에 열중했다.

이렇게 하여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 2002년 여름에 문을 열었다.

투병 생활을 한 지 6년 만인 2005년 5월 29일.

김영갑은 그가 손수 만든 두모악 갤러리에서 고이 잠들었고, 그이 뼈는 두모악 갤러리 마당에 뿌려졌다.

이제 김영갑은 그가 사랑했던 섬 제주,

그 섬에 영원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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