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塞翁之馬 세옹지마
지침서 指針書 | 지침을 적어 놓거나 지침으로 사용할 만한 책.
(指針 지침; 지시 장치에 붙어 있는 바늘 / 생활이나 행동 따위의 지도적 방법이나 방향을 인도하여 주는 준칙.)
수학에서 명료한 해법이나 결과 방향이 정해진 정석처럼 인생을 살아가는 삶에 대한 지침서가 있다면 어떤 과정과 결과가 기다릴까요.
본 시리즈의 맷 데이먼이 주연한 2011년 컨트롤러(원제 The Adjustment Bureau)를 보면 삶은 기획된 것이라는 전제가 깔립니다.
어바웃 타임, 타임 페러독스나 루프, 13층, 나비효과처럼 타임슬립을 통해 뒤바꿔지거나 마이너리티 리포트, 넥스트 처럼 예측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것이 아니라 불가항력(不可抗力, force majeure)의 결과를 살아가는 지침서가 있다면?
누구나 한번의 삶을 살아가기에 실수투성이죠.
처음으로 누군가의 자식이 되니 처음 한번의 삶이고, 누군가의 친구, 사랑, 이별…모두가 처음입니다.
그리고 부모가 되는 경험도 처음이고-둘째, 셋째 이또한 처음- 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실수는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것인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자연스러운것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지침이 될만한 책이나 사람을 찾아 성공담을 찾고 처세에 대한 강연을 듣고 종교에서 빈자리를 채워보려 합니다.
이렇게 해야한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
고개를 끄덕일 수는 있지만 지나온 환경, 처한 상황,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과 기회가 다르기때문에 누군가(보통 이런식의 강연이나 책을 쓰는 이)의 경우와 같을 수 없기에 그저 액자 속의 그림 뿐일것이겠죠.
경험이란 면이나 입체로 꽉찬것이 아니라 결국 종이에 선하나를 그은것같이 빈공간-내가 알지 못한 선 외의 하얀 면-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따르다보면 낭패를 맞게 됩니다.
공자조차 일평생 살아가면 내가 알고 있으니 이길로 가면 된다고 하지 않았죠.
그저 나는 아직도 모른다라고 이야기 할 뿐이었습니다.
중국 송나라 때 선종의 법리에 통달한 승려였던 오조법연에게는 三佛삼불이라 불리던 뛰어난 제자 셋이 있었습니다.
이 세 제자와 밤길을 걷고있던 오조법연 선사는 들고 있던 등불이 갑자기 꺼지자 선사는 수행도 가늠할 겸, 자신의 두려움도 떨칠 겸, 제자들에게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사방이 칠흑 같았고 발밑은 천길 낭떠러지였으며 큰 짐승이 있던 시절이라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첫번째 지적인 제자 불감혜근은 ‘미친듯 채색 바람이 춤을 추니 앞이 온통 붉사옵니다.’라고 선문답식 이야기했고 두번째 제자인 불안청원은 ‘쇠 뱀이 옛길을 가로질러 가는 듯하옵니다’라는 시적 표현을 했습니다.
그러자 마지막으로 유한깨달음의 불과원오는 ‘우선은 불을 비추어 발밑을 봐야 할 것입니다.(조고각하 照顧脚下)’라는 현답을 내었습니다.
각자 발밑을 조심히 살펴서 걸어가라.
한 발 잘못 디디면 살아남을 수가 없는 어두운 밤길엔 한발 한발 조심히 살펴 걷는 것이 최상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무언가, 어딘가를 향해 어떤 목표, 종착역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달려갑니다.
그러나 그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내 발밑, 내 주변, 내가 처한 지금의 현실을 직시하고 다시 한 번 뒤돌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것입니다.
그렇게 계획되어 있을 뿐이라고만 이야기 해주는 영화 컨트롤러의 지침이 없는 현실,
깊어진 가을 차가운 새벽공기에 뒤를 돌아 지나간 자취를 보다니 그렇게 그렇게 모든것이 실수투성이인 시간들이 살아갈 시간을 조용히 생각해 봅니다.
어찌보면 세상을 살아 간다는 것이 그리자랑 할것도 없고,
욕심에 쩔어 살것도 없고,
그냥 오늘 하루를 선물 받은것처럼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행복해지고,
감사하는 맘으로 살아야하지 않을까요
- 베르나르 베르베르,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