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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Mar 09. 2024

일반인문 CCXXVII 周遊弄瓦 주유농와

; 다시 준비하는 딸과 여행_삶의 방향

Journeys are the midwives of thought. Few places are more conducive to internal conversations than a moving plane, ship or train. 

[…ellipsis…]

At the end of hours of train-dreaming, we may feel we have been returned to ourselves - that is, brought back into contact with emotions and ideas of importance to us. It is not necessarily at home that we best encounter our true selves. The furniture insists that we cannot change because it does not; the domestice setting keeps us tethered to the person we are in ordinary life, but who may not be who we essentially are.

여행은 생각의 산파역할을 합니다. 움직이는 비행기, 배, 기차만큼 내면의 대화에 도움이 되는 공간도 드물다.

[…중략…]

몇 시간 동안의 기차 여행이 끝나면 우리는 자신에게 중요한 감정과 생각을 다시 접하게 되는, 즉 자신에게로 돌아왔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진정한 자아를 가장 잘 만나는 곳이 반드시 집은 아닙니다. 가구는 우리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변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가정이라는 환경은 우리를 일상적인 삶에서 우리가 본질적으로 누구인지 아닌지 모를 사람에게 묶어두기 때문입니다.

― Alain de Botton 알랭 드 보통 The Art of Travel 여행의 기술 중


늘 설레는 단어, 여행.

인생을 통해 가장 강조하는 몇가지 중 하나가 여행입니다.

초등하교때부터 혼자대중교통을 이용하며 타 도시 이곳 저곳을 돌아 다니거나, 중, 고등학교때, 친구들과 등산, 낚시, 캠핑, 대학때 동해안 종주부터 제주 해안투어까지 어린시절의 여행은 첫 회사에 입사하면서 3년간 연중 반 이상을 해외출장(30개국 80여 도시)을 다니며 여행의 정점을 느끼게 되었고 그 분위기로 60 여곳의 국내 중소도시까지 고건축을 찾아 돌아 다녔습니다.

그러다보니, 여행은 어떻다라는 말에 다양한 생각을 깊이 하게 됩니다.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는 여행이 아니지.’, ‘~가 진짜 여행이지.’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듣게 됩니다.


많은 이가 여행에 나서기 전 몇 시간, 길게는 며칠을 동안 폭풍 검색하며 손품을 팔아 유명한 관광지와 맛집을 찾아냅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요즘 뜨는 포토존이 있다거나 유명 아이돌 가수 등 셀럽들이 다녀간 곳이라면 말할 것도 없이 여행지 목록 1순위가 됩니다. 

해외여행에 나서면 비행기 티켓값이 아까우니 분 단위로 타임스케줄을 짜며 한 곳이라도 더 가봐야 남는 게 있다는 강박관념은 몇 배로 증폭됩니다. 

더구나 최대한 많이 돌아다녀야 SNS에 올릴 1년 치 사진을 얻을 수 있으니, 새벽에 나가 캄캄한 밤이 돼서야 파김치가 돼 숙소로 돌아오는 한이 있더라도 초치기 여행을 멈출 순 없죠. 

예나 지금이나 여행 동행자들 사이에 ‘남는것은 사진밖에 없어’라는 말을 쉽게 하고 있지만, 사진만 남는 여행이 여행이었을까요?


여행2 旅行 | 명사.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 

관광2 觀光 | 명사.

1. 나라의 성덕(盛德)과 광휘(光輝)를 봄.

2. 다른 지방이나 다른 나라에 가서 그곳의 풍경, 풍습, 문물 따위를 구경함.

Travel, Journey, Voyage

SNS나 인터넷 검색을 하면 ‘여행’이나 ‘관광’의 어원이 아닌 ‘Travel’, ‘Journey’, ‘Voyage’등 영어 어원만을 볼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최고의 고통 중 하나인 산고(産苦: 아기 낳을때의 고통)를 뜻하는 라틴어, Travail 트라바일이 어원이라하고 또 일부에서는 나무 막대(기둥) 3개를 연결해 만든 중세 고문 도구(또는 형벌 도구)를 뜻하는 통속 라틴어 tripalium(n.)에서 파생된 것이라고도하는 Travel은 비교적 긴 여행이나 여정의 의미로 광범위한 이동 자체를 지칭할 수 있으며, 특히 해외여행을 말할 때 자주 쓰입니다.


라틴어 via(길, 여행)를 어근으로 하는 라틴어 viaticum에서 유래한 voyage는 고전 라틴어에서는 ‘여행용 돈이나 식량’을 뜻했고 후기 라틴어에서는 ‘여행(journey)’ 자체를 의미하게 되었고 12세기 고대 프랑스어 voiage(현대 프랑스어 voyage) 형태로 유입되어 ‘여행, 임무, 경로, 십자군 원정’ 등으로 사용되던 것이 1300년경 veiage, vaiage, viage 등의 형태로 영어에 유입되었습니다.


journey는  ‘그 날의, 그 날에 관한, 매일의’등의 의미를 가진 라틴어 형용사 diurnus, diurnalis가 프랑스어 journée(f.), journal(m.)을 거쳐 영어로 들어온 단어로 ‘하루 일과, 하루 동안의 여정’이 ‘여행’이라는 의미로 발전한 것입니다.

애석하게도 외국어가 아닌 우리말 ‘여행‘의 어원은 정확히 무엇이라고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조선 태조실록에서도 보이는걸로보아 최소 고려 이전부터 사용했던것으로 보이며 고려후기 정도전의 ’三峯集삼봉집‘, ’고려사절요(觀光上國 盡損宿習: 선진국을 관광하여 구습을 다버리고), 신라 최치원의 ‘계원필경(觀光六年: 관광6년)에서 보이듯 ’관광‘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사용했고 현재까지 밝혀진 관광의 어원으로서 가장 오래된 출처는 기원전 중국 고대국가인 주나라에서 편찬되었다고 하는 철학서 주역에서 ‘나라의 빛을 보러가다’라고 보고 있는데  ‘한 나라의 사절이 타국을 방문해 그 나라의 왕을 접견하고 자국의 우수문물을 소개하고, 동시에 그 나라의 우수한 문물·제도·자연 등을 관찰한다‘라는 의미로 지금의 ’다른 지방이나 다른 나라에 가서 그곳의 풍경, 풍습, 문물 따위를 구경‘한다는 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든, 중국이든, 서양이든 여행의 어원에서처럼 후닥닥 프레임으로만 남기거나 휴양만의 의미와는 거리가 먼것이 여행입니다( 물론 이런것들도 포함되겠지만)


그렇다면, 진정한 여행은 무엇일까요?


건축가로서 여행은 건축을 하기위한 필수사항일것입니다.

20세기를 대표할 위대한 건축가 1인 르 코르뷔지에 Le Corbusier.

그는 어떻게 시골에서 태어나 세계 건축을 쥐락펴락했을까요?

스무 살 되던 해 코르는 5년간의 유럽 여행에 나섭니다.

파리에 가서 도시의 모습에 눈을 뜨고 콘크리트와 철의 기술을 배웠으며, 빈에서 Secession시세션(19세기 말, 과거의 전통에서 분리되어 자유로운 표현 활동을 전개한 예술 혁신 운동)이라는 새로운 물결을 배웠고, 베를린에서 혁명에 들떠 있는 젊은 건축가들과 교우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발칸반도와 그리스, 터키의 여행에서 드디어 건축의 고전을 마주하게 됩니다. 

아크로폴리스에 올라 파르테논을 스케치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건축은 빛 속에 빚는 볼륨의 장엄한 유희다’. 

그는 이 동방여행을 통해 스스로 건축을 배웠고 건축의 본질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나이 스물에 5년간의 여행이 없었다면, 시세션을 접해보지 않았다면, 베를린에서 젊은 건축가들과 교우하지 않았다면, 발칸반도와 그리스, 터키의 여행을 하지 않았다면 20세기 근,현대건축의 틀을 마련한 르 꼬르뷔지에 같은 대 건축가는 없었을것입니다.

가장 드라마틱한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다다오.

공업계 고등학교가 학벌의 전부인, 권투선수 출신으로 세계 건축계를 평정한 입지전적인 인물이죠.

1995년 아시아인으로는 첨으로 건축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상 수상합니다.

1997년 도쿄대 건축학과 교수 등극.

그를 만든것은 21살 때 알바로 버티며 7년 동안 주유천하한 게 전부죠.

고향 땅 노나라에서 제자들을 데리고 주유천하를 시작한 때는 그의 나이 55세였습니다.

14년이 지나, 공자의 나이 68세 되던 해, 칠십을 바라보는 그 나이에 그는 고향 땅에 돌아오게 됩니다.

큰 뜻을 이루며 이상정치와 참된 도를 실현해보고자 떠났던 공자의 주유천하는 실패나 다름없는 어색하기 짝이 없는 금의환향을 합니다.

실패처럼 보이는 제자들을 이끌고 떠난 14년간의 주유천하 덕에 결국 '춘추'가 탄생됐고, 그의 제자들이 쓴 '논어'도 태어났으며, 그리고 그가 엮은 '시경'과 '서경'들도 그 덕에 태어난것입니다.

유태계 프랑스인인 어느 학자는 다가오는 2차대전의 무서운 기운을 피해 자신이 살던 곳, 프랑스를 의미 있는 역사가 시작됩니다.

추앙받는 인류학자이자 사회학자인 Claude Levi Strauss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는 라질 원시민족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로 인해 그의 전설적인 ‘Tristes Tropiques 슬픈 열대’가 탄생하는데 이를 통해 관광과 여행이 같을 수 없음을 레비 스트로스를 통해 사유할 수 있습니다.

레비 스트로스에게 진정한 여행이란 단순히 지리적 이동이 아니고 맥락의 전환을 의식하는 행위여야 했으며, 그렇지 않고서야 여행지는 자기 세계의 연장이 될뿐이었습니다.

작가에게 여행이란 '맥락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행위이며 여행지는 그런 성찰이 이루어지는 장소로 데카르트적 사고를 여행이라는 행위에 대입할수 있습니다.

그에게 있어 여행은 '이국적인 체험'으로 소비되는 관광의 영역을 넘어 '인식론적 공간의 탐색'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자신의 앎과 감각이 의문으로 다가올 수 있도록 회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반드시 깨달음과 자아의 성찰이 수반되어야만 여행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한 휴식과 휴양 역시 여행의 커다란 미덕 중 하나임은 분명합니다. 

새로운 문화와의 접촉 또한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여행의 끝에서 "결국 자신이 바뀌지 않게 되었다"고 생각해보면, 그 시공간의 총체적 순간이 상품으로서만 소비된 느낌을 지울 수 없기에 여행의 본질은 자기로의 여행이며, 그를 통해 자신이 바뀌게 되는 경험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제안을 쉽게 뿌리치기 어렵습니다. 

The real voyage of discovery consists not in seeking new landscapes but in having new eyes.-Marcel Proust.

참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게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마르셀 프루스트


수식어를 나영하기도 힘든 독일의 시인이자, 철학자 니체는 여행을 많이 했습니다. 

그의 여행은 휴가 여행이나 수많은 명작을 감상하기 위한 교육 여행이 아니고 그곳에서 생활하고 글을 썼으며 점점 더 자신이 그 도시의 시민임을 느꼈습니다. 

니체는 자신이 행복했던 이유로 거주지의 기후와 주변 풍경을 중요한 이유로 꼽았습니다. 

니스, 실스마리아, 토리노 등 세 개의 중요한 도시가 조사 대상이 되는데, 이 세 도시 모두 그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는 누이에게 보낸 편지에서 ‘겨울 니스, 봄 토리노, 여름 실스, 가을 두 달 토리노’라고 썼습니다. 

그는 니스의 '프로방스와 리구리아' 기질을 좋아해서 겨울을 니스에서 보냈고 여름에는 시원한 공기와 아름다운 풍경으로 둘러싸인 실스 마리아에 머물며 고독 속에서 그는 걸작을 썼습니다.

또한 봄과 가을에 토리노에 머물면서 유럽의 평화를 걱정하다가 마침내 광장에 쓰러졌습니다. 


니체의 여행자 5단계로 본 여행철학

Reisende und ihre Grade

Unter den Reisenden unterscheide man nach fünf Graden: 

die des ersten niedrigsten Grades sind solche, welche reisen und dabei gesehen werden — sie werden eigentlich gereist und sind gleichsam blind; 

die nächsten sehen wirklich selber in die Welt; 

die dritten erleben etwas infolge des Sehens; 

die vierten leben das Erlebte in sich hinein und tragen es mit sich fort; 

endlich gibt es einige Menschen der höchsten Kraft, welche alles Gesehene, nachdem es erlebt und eingelebt worden ist, endlich auch notwendig wieder aus sich herausleben müssen, in Handlungen und Werken, sobald sie nach Hause zurückgekehrt sind. 

— Diesen fünf Gattungen von Reisenden gleich gehen Überhaupt alle Menschen durch die ganze Wanderschaft des Lebens, die niedrigsten als reine Passiva, die höchsten als die Handelnden und Auslebenden ohne allen Rest zurückbleibender innerer Vorgänge.


여행자와 여행자의 등급

여행자 중에는 다섯 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첫 번째 가장 낮은 단계의 여행자는 여행하는 과정에서 실제로는 여행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한 사람, 

다음 단계는 실제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 

세 번째는 실제 세상을 관찰해 무언가를 체험하는사람, 

네 번째는 체험한 것을 자기 속에 지니고 와서 지속적으로 자신의 생활 속에서 가지고 있는 사람(내면에서 깨달음이 일어나는 단계), 

마지막으로 본 모든 것을 경험하고 동화하며 일상에서 행동과 일에서 그것을 반드시 되살리려하는 최고의 힘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 이 다섯 종류의 여행자처럼 모든 사람은 인생의 모든 방황을 겪으며, 가장 낮은 사람은 순수한 수동적인 사람으로, 가장 높은 사람은 내면의 과정을 남기지 않고 행동하고 실천하는 사람으로 살아갑니다.


周遊弄瓦 주유농와


20여년 전부터 생각하고 준비하며 10여년 전에 잠시 진행했던 딸과의 여행을 좀 더 진지하고 자세히 시작합니다.

시경 소아편에 내생호재침지지 재의지왕재롱지와(乃生好載寢之地 載衣之旺載弄之瓦; 딸을 낳으면 맨바닥에 재우고, 포대기를 두른 다음 손에 실패 장난감을 쥐어준다)말에서 나온 고사성어, 주유농와弄瓦之慶는 진흙을 구워 만든 실패를 가지고 노는 경사스러운 일이란 뜻으로, 딸을 낳은 기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고대 중국의 황제들은 자신을 '천하의 황제'라고 부르며, 그들의 지배하는 영토를 천하라고 불렀고 이렇게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그 지역의 중요성이나 가치가 낮아진다는 관점에서 천하라는 표현이 사용되게 되며 '두루 돌아다니다'라는 의미와 합쳐져 세상의 모든 곳을 두루 돌아보며, 그 곳곳의 풍경이나 문화, 사람들을 만나는 모습을 주유천하 周遊天下라 했습니다.


딸과 여행하는 기쁨, 周遊弄瓦 주유농와는 딸에게는 세상과 대화하며 살아갈 방향을 제시해줄 유산이 되고 내게는 인생의 살아온 시간의 정수로 만들어 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얼마동안 오래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여행을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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