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례≠제사
울산 추석 차례상 비용 30만 2,850원…전국 ‘최고’ -KBS
추석 차례상 비용, 전통시장 28만원 대형마트 35만원 - 한겨레
추석 연휴 스트레스 원인 2위는 ‘차례상 준비’…1위는?- 동아일보
차례상도 시대따라 변한다?… 간소화 차례의 모든 것- 머니S
명절(설과 한가위)에는 의례히(전례에 의하여) 차례상을 차리고 차례를 지냅니다.
전을 부치고, 적을 굽고, 탕국을 끓이고, 좋은 생과일과 조과를 준비하여 제주를 올립니다.
하지만 차례를 명절에 기제사의 모습으로 지내는것에 의구심을 품어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언제부터 시작된것인지, 왜 기제사 忌祭祀(; 해마다 사람이 죽은 날에 지내는 제사)와 다른형태인지, 한가위 아침, 성묘를 준비하며 잠시 생각해 봅니다.
명절에 차례 지내는 것은 유교 문화가 아닙니다.
원래 유학에서는 조상님이 돌아가신 날에만 제사(=기제사)를 지냈고 유학에는 없는 예법으로 불교를 숭상한 고려시대에 조상들에게 올리는 것으로 술 대신 차(茶)였고, 이에 어원이 차례가 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한 차례는 기제사와 달리 간편하게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통 의례에서 차례는 사당에서 지내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데 사당은 여러 대의 조상님을 모시는 곳으로 한 분당 배정된 공간이 좁기때문에 작은 접시에 계절 음식을 간단히 올리는 것이 차례의 원형입니다.
차례를 사당이 아닌 가정의 생활공간에서 지내면서 제사의 상차림을 차용하다 보니 제찬이 많아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다고 현재 여러 제찬을 준비해 차례 지내는 것이 틀렸다는 것은 아닙니다.
동학에서는 奉祀之時 봉사지시 向壁設位可乎 향벽설위가호 向我設位可乎향아성위가호 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사 지낼 때에 벽을 향하여 위를 베푸는 것이 옳으냐, 나를 향하여 위를 베푸는 것이 옳으냐라는 물음입니다.
당연히 동학의 2세교주인 최시형은 향벽설위 向壁設位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사람을 위해 상을 차리라는 말을 했습니다.
향벽설위(向壁設位)이냐,
향아설위(向我設位)이냐?
유학을 따르는 예법이라면 조선의 경국대전이나, 공자시대의 예기를 따른다면 제사에 힘을 주는 행위는 옳지 않습니다.
차례상의 근거로 삼는 栗谷 李珥 율곡 이이가 학문을 시작하는 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편찬한 擊蒙要訣격몽요결에서 조차 차례상은 계절에 맞는 음식 몇 가지를 형편에 맞춰 올리라고 권하는 정도입니다.
退溪 李滉 퇴계 이황은 退溪全書퇴계문집에서 시대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의미로 ”음식의 종류는 옛날과 지금이 다르기 때문에 예전과 똑같이 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더군다나 16세기 이후 사림에 의해 강조된 주자가례의 주희조차 설과 한가위(조금 차이는 있지만 중국의 중추절)의 차례에 관해 ‘그날은 가족이 오붓하게 함께 음식을 나누며 즐거워하는 속절(俗節)이다. 옛날에는 없었으나 후대에 생겨 온 가족이 제철 음식을 마련하여 즐기게 되었다. 이렇게 좋은 날 어찌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나지 않겠는가? 그래서 돌아가신 부모님도 함께하십사하는 마음의 발로가 차례이다. 예의 올바름이 아니나[非禮之正] 인정상 그럴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많은 음식을 조상님께 대접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요 효심일것입니다.
각자의 생각에 따라 차례를 모시면 될 일이이겠죠.
또한,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까지 차례상에 이어지는 4대봉사에 관해 경국대전에서는 '6품 이상의 관료는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3대까지를 제사 지내고, 7품 이하는 2대까지, 벼슬이 없는 서민은 부모 제사만을 지낸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시대는 관직의 품계를 중심으로 상하 구분을 했는데, 6품 이상(현재 공무원 5급 이상)은 증조부모까지의 제사를, 7품 이하(현재 공무원 6급 이하)는 조부모까지의 제사를, 관직에 오르지 않은 일반 백성들은 부모의 제사만을 지내도록 법률로 제정해둔 것이죠.
이처럼 조선시대에는 고조부모까지의 제사를 지내는 이른바 4대봉사원칙이 제도적으로 명시된 적은 없었습니다.
주자가례를 신봉하는 유학자들(사림파)에 의해 4대봉사가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한가위나, 설에는 간소하게 조상을 기리고, 차례를 지내지 않아도 좋고(지내도 좋고), 성묘를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평소에 자주 하면 더 좋고).
힘든 일상과 복잡함에서 벋어나 온 가족이 추석(설)을 즐기면 조상님도 좋아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