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목일과 물한식寒食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탄핵 사건이므로 선고 시각을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시각은 오전 11시 22분입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 2025.04.04.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淸明 청명이었던 어제는 절기와 딱 들어 맞게 대한민국이 들썩였던 계엄 관련 대통령 탄핵심판의 헌재소의 심판 결과가 있던 날이죠.
이제 시작을 알리는 재동에서 날아온 濫觴 남상(; 큰 하천의 근원도 잔을 띄울 만큼 가늘게 흐르는 시냇물이라는 뜻으로, 사물의 처음이나 기원을 이르는 말)이 된 판결문은 이제 다시 시작해야하는 큰 과제를 던져 주었습니다.
위진남북조 시대 동진, 명문 집안의 사안이란 사람은 어릴 적부터 뛰어난 재능을 보여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그의 능력을 높이 샀던 그의 주변 사람들의 벼슬권유가 많았지만 문벌 세력끼리 다툼이 심했고, 국외적으로는 전진이 호시탐탐 침략의 기회를 엿보는 상황인지라 신변이 위태로울 것 같아은둔하면서 당대의 명사들과 어울려 지냈지만 그의 동생인 사만은 일찍 벼슬길에 나아가 중책을 맡았습니다.
그의 나이 40이 되었을 때, 대장군이었던 환온이 문벌 세력을 제압하고 세력을 넓혀갔고 그가 사안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자, 그제서야 사안은 동산에서 나와 관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환온이 정치적 야심을 드러내 왕위를 넘보자 이를 저지하였고, 그 공으로 재상의 자리까지 오르게 됩니다.
진나라 왕실은 사안의 능력에 힘입어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고 평안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東山再起 동산재기'라는 성어를 통해 인생에서의 실패와 좌절 뒤에 오는 새로운 시작과 재기에 대해 함께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용기와 의지를 상징합니다.
사안은 때를 기다릴 줄 알았습니다.
삶에는 쓰러지는 날도 있고 물러날 때도 있습니다.
누구나 재기하고 싶지만 빨리 일어나야 한다는 조급함이 성취를 망치기 쉽습니다.
한번의 선택의 실패로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잘 준비되지 않은 출발은 더욱 큰 실수를 가져오게 될것입니다.
우리에게 남겨진 큰 숙제들을 차분히 그리고 깊이 생각하며 만들어 가기를 우리 스스로에게 권면해봅니다.
오늘은 새로운 생명의 출발을 만드는 식목일이자, 예로부터 기쁜 소식을 알리는 물寒食한식(; 한식에 비가 오면 그해에는 풍년이 든다고 한다)입니다.
그 시작이 신라가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날(음력 2월 25일)이든 조선 성종이 1493년 3월 10일(양력 4월 5일) 동대문 밖 선농단에서 친경제를 일군 날이 유래가 되었든 10년 계획을 세우는 莫如樹木막여수목을 실행에 옮기는 식목일, 우리는 100년을 바라보는 莫如樹國 막여수국의 첫발이 되는 날일것입니다..
공교롭게도 중국에서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1989년 2차천안문사태가 아닌) 50년 전(1976년)의 1차 천안문 사태가 발발했던 날과 같은 날이네요.
가로막혀 이루지못한 중국의 그것과는 다르게 동산재기의 마음으로 바른 길로 향하기를 바라는 소고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