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일 vs 서양의 소고기 소비
* 내용이 길어져 두편으로 편성합니다
최근 마트에 장을 보러가면 한우 할인 판매도 보이지만 호주산 ‘와규’의 가격이 두드러지게 눈에 띕니다.
그냥 호주산 수입소이겠거니…하고 별다른 생각없이 구입 결정에 대한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어라, 웬 호주(?) 와규?
와규는 일본 소인데…라고 생각이 드는 분이 있을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수입육 초기시절, 스테이크 관련 프렌차이즈를 기획하고 운영했던터라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수입육은 전부 뒤집어보기도 했고 전통 흑우이야기도 몇해 전 끄적인 전력이 있어 재밌게 시작해 봅니다.
소고기에는 소비자의 행동, 문화적 관습, 식습관 기준을 형성해 온 많은 소문, 오해, 전승된 믿음이 존재합니다.
수입육이 더 맛 있다, 한우가 최고다, 와규를 따라올수 없다등 맛에대한 이야기들이 수 없이 많이 존재하기에 소고기 첫번째 이야기로 우리나라의 소고기 요리와 부위가 다양한 이유로 열었는데 두번째 이야기로 한우와 해외의 소고기의 맛에 대하여 이어봅니다.
황소만을 생각하는 대중과 일부 흑우를 알고 있는 이들에 비해 소고기에 진심이었던 우리나라는 다양한 색의 소가 존재했습니다.
1399년, 문신 권중화 등이 말과 소에 관해 간행한 수의학서, 신편집성마의방우의방(新編集成馬醫方牛醫方)에 의하면 누런색의 황우黃牛-황소,
검은색의 흑우黑牛-흑소, 얼룩색의 리우離牛-얼룩소*1 , 흰색의 백우白牛-흰소, 검푸른색의 청우靑牛-검푸른소, 사슴같은 녹반우鹿斑牛-점박이소 등으로 구분된 한우의 모색은 아주 다양했습니다.
제주 흑우는 조선 후기까지 공납이나 제례용으로 선호하였고(검은색의 상징성: 제의·권위) 일반 노역과 농경에는 황우(황소)가 더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조선시대부터 귀한 공물로 취급 받은 제주흑우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수탈의 대상이 됐고, 해방 이후에도 이어진 모색통일심사표준법(조선의 소는 적갈색을 표준으로 한다는 일제의 정책) 때문에 기피 대상이 된 슬픈 역사(1938년 12월17일 동아일보)를 가지는데 1945년 독립 국가가 되었음에도 우리는 일제의 터무니 없는 모색통일심사표준법 그대로 이어 받아 1970년 한우심사표준을 개정하면서 한우의 모색은 황갈색을 표준으로 한다라고 정함에 따라 황소만이 한우로 굳어지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1986년 달구지를 끌고 있던 흑우를 발견한 제주농업마이스터대학 문성호교수는 제주의 흑우를 처음 접하게되어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 제주 흑우가 겨우 명맥을 잇고 있다고 생각해 훗날을 위해 정자를 채취해 -196도에서 동결보존하고 일본까지 가서 기술적인 부분을 정리하여 1993년 태어난 4마리의 흑우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흑우 증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사라졌던 흑우의 개체수가 2017년 현재 1,700여마리로 증가하여 이제 흑우는 세계적인 유산으로 남게되었다.
일본 わぎゅう 와규는 자연 상태의 “토종 흑우”가 아니라, 근대에 인위적 선발을 거친 하이브리드 품종군입니다.
이름은 와(和, 일본)+규(牛, 소), 즉 일본소라는 뜻입니다.
원래 일본 토종 소는 ‘작고 근육질, 지방 적은’ 농경용으로 에도 시대까지 일본의 토종 소는 지방이 거의 없고 농경과 운반용 역할이 중심으로 지금의 A5 마블링과 무관합니다.
1868년 메이지 이후: 유럽종 수입
Brown Swiss 브라운 스위스, Simmental 시멘탈, Ayrshire 에어셔, Shorthorn 쇼트혼 등 유럽 육우와 착유종을 대규모 전국적으로 교잡이 이루어 졌는데 교잡 후 1910~1930년대 다시 일본 토종과 비슷한 개체를 선발한 것이 오늘날 黒毛和種(Kuroge Washu) 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지역별로는 마블링이 가장 섬세한 ‘고베 비프’로 알려진 但馬系(타지마계) 혈통 계열, 유일한 완전한 토종으로 유럽 교잡 없는 희귀 혈통인 見島牛(미시마우시)등의 계열이 있고 흑毛, 적毛, 무각, 복각 등 네 계통이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마트에서 쉽게 접하는 호주산 와규와 미국산 와규는 어떤것일까요?
호주산 와규(Australian Wagyu)와 일본 와규(Japanese Wagyu)는 이름은 비슷하지만 기원, 유전자, 사육 방식, 품질 등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호주 와규의 기원은 1980~90년대에 일본에서 소수의 와규(특히 흑우, Japanese Black)가 미국과 호주로 수출된 이후 일본 정부가 와규의 해외 수출을 금지했고, 현재는 더 이상 정통 와규 유전자를 해외에 수출할 수 없게되자, 현재 호주 와규는 당시에 나온 일본 와규의 후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주에서도 Fullblood Wagyu (100% 일본 와규 혈통)을 생산하긴 하지만 전체 생산량의 5% 미만이고 대부분은 F1~F3 수준의 교잡 와규입니다.
미국에서 말하는 Wagyu는 대부분 일본 와규와 앵거스 소의 교잡종으로 1990년대 초 일본에서 일부 와규가 미국으로 수출되었고, 그 후 미국 목장들이 자국산 블랙앵거스와 교배하여 자체적으로 와규 브랜드를 만들어 냈습니다.
‘고기가 맛있다’는 말은 단순히 ‘맛이 좋다’는 평이 아니라, 고기의 식감·지방(특히 실지방)·조리·기억과 감각이 함께 어울려 부드러움과 적당한 풍미가 느껴진다는 의미로 사용되듯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방향이 있기에 맛을 비교하는것은 쉬운일은 아니지만 미각을 자극하는 고소함, 식감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육질, 후각을 일으키는 육향의 기본적인 내용을 비교해 봅니다.
우산 와규는 고기 등급을 결정하는 요소에 대놓고 마블링이 기준이 되는 BMS(Beef Marbling Standard)를 사용할 정도라 아마도 최상급의 와규인 A5 등급을 넘어서는 소고기는 흔치 않다고 보는것이 맞습니다.
이를 한우와 흑우를 비교하자면 일단, 와규는지방세포 수가 많고 세포 크기가 작고intramuscular(근섬유 사이) 침투 능력이 높으며 oleic acid(올레산) 생성 효소 발현이 강한데 이런 특성 덕분에 와규 특유의 미세하고 균일한 마블링이 형성되는 이 특징은 제주 흑우·한우 대비 유전적 발현량과 대사 패턴이 다릅니다.
(물론 여기 비교 대상은 최고 등급 기준의 비교입니다)
Hyperplasia (지방세포 수 증가: 새로운 지방세포 생성)과 Hypertrophy (기존 지방세포의 비대: 세포가 커짐)이라는 지방세포(Adipocyte) 발생 방식에도 차이가 있는데 와규의 경우, Hyperplasia가 매우 강하고 세포 크기는 작고 균일 (fine marbling)하게 근내지방 섬유 방향을 따라 촘촘한 그물형 패턴을 형성하는데 한우와 흑우는 비슷하게 Hypertrophy 비중이 더 커서 지방세포 크기가 커지며 마블링 덩어리가 비교적 굵게 나타나며 근내지방의 미세 망상 구조는 와규보다 단순합니다.
유전자 발현 차이를 보자면
첫째로, 와규는 한우나 흑우등 다른 종류의 소에 비해주로 지방 조직에서 높게 발현되며 지방 세포의 분화와 에너지를 저장하는 역할을 지방세포 분화 마스터 유전자 PPARγ ((Peroxisome Proliferator-Activated Receptor-gamma 핵 수용체 과산소체 증식체 활성화 수용체‐감마)가 더 강하게 작용하고, 두번째, 세포막 유동성·신호전달·지질 저장에 영향을 주어 지방산 대사를 조절하는 올레산을 만드는 SCD1 (Stearoyl-CoA Desaturase 1, 올레산 생성 효소)는 버터처럼 녹는 지방을 만드는 핵심 엔진을 와규에서 더 많이 볼 수 있으며 세째로 한우(한우) 연구에서는 특정 SNP가 도체(체중·근육면적·근내지방 등) 경제형질과 연관된 DNA 마커로 제시되며 지질(지방산) 운반·대사에 관여하는 단백질 지표인 FABP4 수치도 와규가 높고 체지방과 관련한 LEP(렙틴), LEPR(렙틴 수용체)은 와규 뿐 아니라 우는 한우와 마찬가지로 살은 얇고 지방은 깊게 들어가는 독특한 체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근섬유 조직학으로 보자면 한우와 흑우는 지방세포가 근섬유 사이에 침투하나 와규만큼 다층적·미세하게 확산되지 않아 지방세포가 성장하면서 덩어리가 커지는 경향도 보이지만 와규는 근섬유(Fiber) 사이에 지방세포가 얇고 촘촘하게 끼어 들어가 섬유단위(interfascicular) 침투 강함. ‘눈꽃 마블링’ 또는 ‘레이스형’ 구조 즉, 근육·지방의 결혼이 잘 되어 있습니다.
불포화 지방 비율이 높으면 용융점이 낮고, 부드러움은 상승하고, 단맛(고소함)이 많이 느껴지고, 녹는 듯한 느낌이 증폭되는데 올레산(불포화 지방) 비율이 와규는 55~65%, 흑우는 45~50%이고 비육 기간은 한우와 흑우는 26~30개월이고 사양 패턴은 와규보다 낮은 전분 비율, 지방세포 수 증가보다 세포 비대가 중심이 되고 와규는 28~40개월의 비육기간과 고에너지·고전분 사료, 지방세포 분화 촉진, 근내지방 세포 수를 최대치로 늘리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에 소위 녹는 느낌은 와규가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비교에 대하여 맛이 와규가 최고라고 하는것은 섣부른 판단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와규의 향은 올레산·리놀레산계 대사가 주 요소로 알데하이드 계열이 부드럽고 버터리하고 한우의 향은 지방산 구성 균형과 마이야르 반응으로 케톤·피라진이 고소함·견과 향을 강화한 맛이며 흑우의 향은 근육 풍미 전구체가 많아 알데하이드의 육향과 피라진의 불향이 가장 선명하기에 각자의 특징에 다른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것입니다.
다음에 조금 더 자세한 비교에서 단점과 각자 어울리는 요리 방식으로 이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