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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zeze May 31. 2023

백만장자가 뉴욕에서 후원하는 방법 :: 리틀아일랜드

맨해튼 안에 또 다른 섬 Little Island

 Pier55 in Hudson River Park, NEWYORK

 설계: 에이럽(데이비드 판즈워스), MNLA(시그니닐슨), 헤더윅스튜디오(토마스 헤더윅)

  #공원 #공공공간 #인공섬 #도시재생 #수상공원 #건축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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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아일랜드를 처음 본건 핀터레스트였는데, 그날도 아마 눈에 띄는 조경 공간이 어디 없나 찾고 있었을 것이다. 몇 년간 잊고 지내다가 이번 뉴욕 여행을 통해 두 눈으로 볼 기회가 생겼다.



콘크리트 튤립으로 이루어진 인공섬

튤립 포트

리틀 아일랜드는 뉴욕 허드슨 강가에 작년 봄에 오픈한 인공섬이자 공원이다. 그냥 공원이라 부르기엔 아쉬울 정도로 독특한 형태가 인상적인데, 섬은 마늘쫑을 닮은 콘크리트 화분으로 이루어져 있고, 맞춤 제작된 화분이 섬의 구조와 외형이 된다. 화분의 형태와 높이가 제각각이라 마치 물 위에서 일렁이는듯한 느낌을 준다.



육지 쪽에 나무 말뚝이 남아있다

하필 튤립형 화분이 생기게 된 건 이곳에 공원이 생기기 전부터 있던 부둣가의 잔해 때문이다. 예전, 부둣가로 사용되던 때 배를 정박하기 위한 말뚝이 현재까지 남아있었고, 이곳을 설계한 토마스 헤더윅은 말뚝에서 모티프를 얻어 부두가의 정체성을 잇고자 콘크리트 말뚝을 튤립(줄기) 모양으로 박고 이것에 섬의 구조체가 되게끔 하였다.



튤립 형태의 콘크리트 화분(pot)은 총 132개로 섬의 구조를 담당하며 그 안에 토양과 잔디, 관목, 교목을 심어 이름 그대로 화분 역할도 하고 있다.


다양한 높이와 형태의 튤립 포트 덕분에 섬의 지형도 울룩불룩하고 역동적이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매번 다른 풍경을 볼 수 있고, 섬의 끝자락으로 가면 탁 트인 뉴욕의 스카이라인도 구경할 수 있다.




어른들의 텔레토비 동산

섬 안에는 알록달록하고 특이한 형태의 시설물부터 소리 나는 황동 발판 등 일상에서는 쉽게 접하지 못하는 장난스러운 요소들이 놓여있다. 굵직하고 무거운 외형과 달리 키즈카페 같은 내부 모습에 이곳을 조성한 의도에 계속 물음이 생겼다.


 길의 모양은 구불구불하고 가지 수도 여러 가지였으나 어디로 가든 막다른 외진 길은 없었다. 눈에 보이는 동선은 심플하고 직관적이다. 때문에 머리를 쓰면서 다니는 공간도 아니었다.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가 돋보이는 외관과 내부의 동화 같은 요소들이 아주 강하게 대비되어 육지에서 다리를 건너오자마자 현실과는 아주 동떨어진 느낌이 든다.


나는 이곳이 아주 의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텔레토비 같은 인공적인 동산과 보통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흙바닥이 하나도 없으며 대신 실내에서 자주 쓰이는 콩자갈이 깔려있었다. 공원은 키 큰 나무들이 울창하게 들어서고 최대한 자연을 닮아야 한다는 것 또한 나의 편견이었음을 알았다.


 


베리모어가 이곳을 기획한 이유

공연장 '디 앰프(The Amph)'

이곳은 애초부터 일상에서 벗어나 마치 놀이동산에 온 것처럼 즐겁게 놀고, 쉬다 가기를 바라는 건축주(?) 베리모어의 바람이 들어있다. 그것이 공원의 형태이든 놀이동산의 형태이든 공공의 장소로서 기능하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이곳이 다양한 공공장소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공원이 각종 공연을 할 수 있는 장소로 활용되기를 원한다.  

베리 딜러 Barry Diller


이곳의 특이한 지형을 이용하여 섬 안에 공연장도 조성하였다. 이 공연장도 리틀 아일랜드의 정체성을 더욱 짙게 해 주는데, 리틀아일랜드를 기획하고 후원하는 베리모어가 향후 20년 동안 공연프로그램과 공원 유지관리 비용을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리틀 아일랜드의 탄생은 그 외형만큼이나 눈여겨볼 만하다. 보통 공원은 공공재로 정부나 자치단체에서 기획하고 조성하지만 리틀 아일랜드는 미국의 미디어 회사 사장인 배리 딜러와 그의 아내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에 의해 만들어진 곳이다. 뉴욕을 찾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이 프로젝트에 한화로 약 3천억 원이 되는 투자를 하게 된다.


두 사람의 비전에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계획부터 10년이 넘게 걸렸다. 리틀 아일랜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다양하지만 결론적으로 센트럴파크와는 다른 정체성의 새로운 공공공간이 탄생했으며 최초 계획의 의도대로 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을 즐겁게 누리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곳은 ‘공간이 얼마나 잘 조성되었느냐’ 보다도 기획과 의도에 더 큰 가치가 있다고 본다. 큰돈이 들어간 건 맞지만 돈이 있다고 모두가 의미 있는 방향으로 소비하진 않는다. 또 이제는 이런 공공재에도 민간 개입과 영향력이 점점 확대대는 추세인 것도 느낄 수 있다.




민간개발과 공공개발에 대한 단상

하이라인에서 바라본 리틀 아일랜드

한 10년 전쯤부터인가, 민간 아파트가 브랜드를 특화하기 시작하면서 공공에서 짓는 아파트와 확연히 질적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조경만큼은 그 영향이 덜할까 싶었으나 아파트 조경공간도 민간 건설사에서 특화를 시작하고, 공공에서 자체 자재를 사들이며 그 차이가 더욱 커진 것 같다.


공원도 마찬가지였다. 공원을 포함한 모든 공공공간에 민간의 자본과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민간 자본으로 이루어내 공간들이 공공 대비 압도적인 환영을 받을 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지금은 아쉽고 씁쓸한 마음이 가장 먼저 올라온다.


하지만 나도 사용자 입장이 되어볼 땐 '역시 민간이 좋구나.'라고 생각한다. 민간의 개입이 절차상으론 복잡할지라도 결과적으로 이용자가 보기엔 그게 더 좋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핫한 공간도 민간개발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과연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단순히 자본금의 차이는 아닐 것이다. 어떤 인사이트를 갖고 기획하고 이끌어 나가는 것이 두 개의 다른 결과를 가져오며, 어떤 단계에서 이 차이점이 점점 벌어지는 것인지.


민간과 공공으로 나누어 줄 세우기를 하는 게 옳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목적이 다르기에 민간과 공공의 차이는 늘 존재하며, 존재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어느샌가 그 차이가 순식간에 끝없이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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