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제 zeze Sep 28. 2022

서울 하늘을 담은 우물 :: 서촌 그라운드 시소

서촌 문화복합공간 브릭웰(BRICK WELL)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6길

#조경 #loci #건축 #SoA #정원

매일 10:00 - 19:00, 매주 첫째 주 월요일 휴관

#통의동 #문화복합공간 #경복궁 #전시 #요시고사진전 #서촌

@groundseesaw



원형으로 뚫린 중정과 대비되는 사각 연못은 공간에 다채로움을 선사한다
작년 여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한 전시가 있었다. 오랜 기다림도 용서가 된다는 요시고(YOSIGO) 사진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팬데믹에 답답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따뜻하고 자유로운 요시고의 사진전은 오랜 대기시간에도 꾸준한 인기로 올해 4월까지 약 10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계속되었다.

당시 핫한 사진전과 더불어 사람들의 관심을 이끈 것이 바로 사진전이 열리는 장소, '그라운드 시소'이다. 인기 있는 전시는 주말에는 1-2시간 정도 입장 대기를 해야 하고, 평일 오전에도 입장까지 30분은 기다려야 하지만, 전시회가 열리는 장소인 '브릭웰(그라운드 시소)'의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입장 알람 카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서울 하늘을 담은 우물


통의동의 밀도 높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갑자기 작은 정원과 연못이 펼쳐진다. 하늘을 향해 뚫린 정원으로 빛이 들어와 식물들을 비추고 연못 수면 위에서 반짝거린다. 도심 속에 갑자기 나타난 이 신기루 같은 공간은 현재 문화 복합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는 '그라운드 시소', 건축물 이름은 '브릭웰 'Brick Well, 벽돌로 된 우물'이다.

1층을 선뜻 내어준 이 건물은 좁은 서촌 골목들 사이에서 사람들을 받아들인다.

하늘을 향해 뻥 뚫린 원통 형태의 아트리움은 마치 우물을 연상시킨다. 크지 않은 규모이지만 이 안에 들어오니 거대한 우물 안 한 마리의 개구리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200년 백송의 터, 그 기운을 담아


200년 가까이한 자리를 지켜오다 1991년 태풍에 고사한 백송이 있던 자리, '통의동 백송 터'는 브릭웰과 맞닿아있다. 지금은 그루터기만 남아있지만 이 건물의 건축주는 건물이 백송 터를 가리지 않고 이곳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길 바랐다.

브릭웰의 바로 옆에 공공 유산인 백송 터, 밑동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 두께로 크기를 대략 짐작해 볼 수 있다.

건축주의 요청에 따라 백송 터와 연결된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1층을 필로티로 띄워놓았다. 덕분에 백송터에서도, 브릭웰 정원에서도 상호 공간을 넘어다볼 수 있는 시선의 연결성이 확보되었다.


공공적인 시각에서의 조경을 중시하는 조경가, 개인의 땅이지만 공공에 열린 장소를 내어준 건축주의 배려, 이 요소를 실현하기 위해 밤낮 고민했을 건축가까지, 백송 터의 도시적 맥락을 담고자 노력한 건축주의 바람과 건축가, 조경가의 노력이 한데 어우러져 전해지는 곳이다.

1층에서 시작된 중정은 4층 건물 꼭대기까지 둥그런 원통형으로 뻥 뚫려있다. 이 중정을 중심으로 매 층은 중정과 연결된 발코니를 설계해 어느 층에서나 정원과 백송터를 느낄 수 있다.

하늘로 뚫린 창은 건물 규모에 비해 크고 시원한 공간감을 선사한다.


소박한 퍼블릭 가든(Public Garden)

야광나무, 국수나무 외 34종

브릭웰의 또 다른 매력적인 공간, 중앙 정원이다. 1층 높이를 뻥 뚫어놓은 덕분에 누구든 골목을 걷다가 들어와 휴식을 취할 수 있어 공공의 정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조경의 큰 카테고리인 정원(Garden)과 공원(Park)은 성격에 차이가 있다. 정원이 프라이빗하고 소규모의 형태라면 공원은 대규모에 퍼블릭한 공적 성격을 띤다. 반면 브릭웰의 중정은 공원의 공공성과 정원의 규모를 한데 모아 공원과 정원 그 중간쯤 위치한 공공 정원(퍼블릭 가든)의 역할을 한다.


너무 사적이지도, 너무 공적이지도 않은 이곳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크기도 작고 사유지에 위치하지만,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공 정원은 바람과 함께 지나가던 새들도, 근처를 거닐던 사람들의 발걸음도 끊임없이 끌어당긴다.

물의 정원

중정에는 야광나무 네 그루를 포함하여 총 36종의 식물이 식재되어 있고, 아담하고 기하학적 형태의 연못이 마련되어 있다. 인공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고 흐트러진 모습이 오히려 숲 속의 일부를 가져온 듯하여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작은 곳에 물의 요소를 적용해서 공간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물은 가만히 두면 썩어 끊임없이 관리해 줘야 하고, 물의 순환을 위해 대부분 기계적인 힘을 빌려야 하는 등 까다로운 요소이다. 하지만 수공간이 있는 곳엔 새, 바람, 사람 모두가 모여든다. 식재만으로 마무리되었다면 지금 여기서 들리는 물이 흐르는 소리나 물에 비쳐 흔들리는 나뭇잎은 볼 수 없었을 것이다. #designstudioloci

동네 분위기와 어울리는 거친 장대석은 건물이 서촌 일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한다.
옥상

정원에 심겨있는 큰 야광나무는 건물의 3층에서도 바라볼 수 있다. 2층에서 가장 밀도가 높고, 3층에서는 그보다 낮은 볼륨감을 보인다. (낙엽수라 겨울 현재는 잘 안 보이지만) 우리는 보통 2미터가 채 안 되는 높이에서 나무를 바라보지만 3층 테라스에 나오면 나무와 비슷한 레벨에서 함께 걷는 듯한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다. #skywalk


생동감 있는 벽돌건축

벽돌로 만든 스크린 월

골목길이 좁은 종로구 서촌 일대는 주변 건물과 다닥다닥 붙어있다. 겉에 벽돌로 스크린 월을 만들어 인접 부지와 사생활 문제를 해결했다. 일반 벽돌의 1/3 두께를 갖는 벽돌로 더 정교한 패턴을 만들어 벽면에서 곡선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마치 한 땀 한 땀 장인 정신을 보는 듯, 하나의 예술품 같다.




브릭웰 속 정원이 알려주는 바


퍼블릭 가든, 공공 정원이 더 널리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는 건축주가 땅을 공공에게 내어줘야 하기에 쉬운 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땅덩어리가 좁은 우리나라에선 특히나 녹색공간에 대한 갈망은 점점 늘어날 것이고, 해가 갈수록 정원 사업도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될 것이다. 거리에 녹음을 공유하고 나눠주는 조경 공간이 많아지길, 그래서 멀리 가지 않아도, 도시 안에서 자연을 느끼며 가까운 주변 환경으로부터 위로받는 공간이 많아지길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 무형의 영감을 주는 곳 :: 코사이어티 Cociety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