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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채록 Oct 09. 2023

지금을 있게 한 배우의 작품들을 만나다

커뮤니티비프 <모범배우 배유람>

부산국제영화제의 ‘스핀오프 페스티벌’로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커뮤니티비프(Community BIFF)’에서 상업·독립 영화와 장·단편을 오가며 최근 드라마 <모범택시2>, 영화 <킬링로맨스>에 출연한 배우 배유람의 단편영화 4편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모범배우 배유람’에 선정된 <만일의 세계>(2014, 임대형), <찔리는 이야기>(2019, 김매일), <그리고 가을이 왔다>(2015, 최정호), <지구 최후의 계란>(2020, 김윤선) 이 네 편은 영화제와 배유람 배우가 함께 골랐다고 한다. 배우 자신도 극장에서 1시간 반 동안 무리 없이 보아야 하며, 지금 보아도 괜찮은 작품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며 작품 선정에 참여했다고.


<만일의 세계>는 <윤희에게>(2019) 등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임대형 감독의 단편영화로, 배유람, 박주희 배우가 출연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과거 다른 영화제에서 상영할 때 보았었는데 그때는 영화의 맥락이나 요소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었다. 이번에 다시 보니 영화가 좀 다르게 다가왔다. 이번에 보면서 이 작품은 떠나려 하는 연인을 붙잡기 위한 간절한 마음이 담긴 작품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극중 인물의 이상한 몸동작과 “이 세계에선 춤을 춘다는 건 목숨을 걸고 사랑한다는 것이지”라는 대사가 과거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새의 기이한 구애 동작과 연결되면서 작품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었다.


<찔리는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인물이 쇠파이프에 찔리면서 진행되는 이야기다. 내가 던진 아이스크림에 오토바이 배달원이 미끄러지며 쇠파이프에 찔린다. 이후 둘의 살기 위한 티키타카가 이어지는데, 그 대화들이 웃기고 어이없으면서도 섬뜩한 지점들이 존재하는 작품이었다. 배달원이 몸을 관통한 쇠파이프를 자력으로 빼려고 하는 장면들 역시 슬랩스틱 코미디의 한 장면 같으면서도 고어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불쾌감도 함께 안기는 기묘한 작품이기도 했다. 직관적이면서도 중의적인 의미를 담은 더할 나위 없는 제목이었다.


<그리고 가을이 왔다>는 뒤늦게 사랑을 깨달은 한 남자의 이야기로, 인물의 감정묘사가 뛰어난 작품이었다. 다가가려 하면 둘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요건들이 둘을 다시금 떼어놓고, 이제라도 붙잡으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인물의 애틋한 마음이 잘 느껴졌다. 엇갈리는 두 인물을 보며 <건축학개론>(2012, 이용주)의 30대 중반의 승민과 서연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배유람, 박예영 두 배우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능글맞은 캐릭터로만 생각했던 배유람 배우, 박예영 배우는 <여고생>(2015, 박근범), <안나>(2022, 이주영) 등을 통해 그동안 그늘이 있는 캐릭터의 모습만을 봐왔는데 전작과 달리 다소 밝은 모습과 이런 멜로와도 잘 어울려서 장편 영화에서 둘의 멜로 연기를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 최후의 계란>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계란을 통해 인물들의 욕망과 부성애와 모성애를 함께 담아낸 기발함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또, 화려한 기술 없이 공간과 분장, 소품만으로 세기말적인 분위기를 내었다는 점도 작품을 높이 평가할 요소이다. 계란을 지키기 위해 혹은 계란을 얻기 위해 처절하게 싸우는 5세 아이의 아버지와 28세 여성의 어머니를 보며 최근에 봤던 <시사기획 창 - 2023 사채탈출기>에서 “우리 나라에 효자 효녀는 별로 없고요. 좋은 아버지 어머니는 많아요.”라는 말이 떠올라 영화가 참 슬프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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