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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채록 Nov 17. 2021

플랫폼은 달라졌지만, 새로움 없는 '런닝맨'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 1-2회 리뷰

지난 11월 12일, 디즈니 플러스가 국내에 상륙했다. 런칭에 앞서 디즈니플러스는 7편의 한국 콘텐츠를 소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 '블랙핑크: 더 무비' '너와 나의 경찰수업' '그리드' '키스 식스 센스' '무빙', 그리고 '설강화' 등이다. 이 중에서 SBS 예능 프로그램인 ‘런닝맨’의 스핀오프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을 런칭과 동시에 선보였다.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은 김종국, 하하, 지석진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꾸려졌다. 송지효와 양세찬도 출연하지만, 모든 에피소드에 출연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유재석과 전소민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1회에서 출연자들의 입을 통해 게스트로 유재석과 전소민도 등장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두었으나, 출연 여부가 정해진 것 같지 않다.


▶ 플랫폼은 달라졌지만, 새로움 없는 프로그램

 

본격적인 에피소드가 펼쳐진 2회에선 런닝맨의 주된 포맷인 ‘이름표 뜯기 레이스’가 진행되었다. 골든차일드, DAY6, N.Flying, 펜타곤, 더보이즈, VERIVERY, 다크비, 온앤오프, SF9, 에이티즈까지 10명의 아이돌이 소속 그룹을 소개하기 위해선 하하와 지석진의 이름표를 뜯고, 김종국으로부턴 자신의 이름표를 사수해야 하는 레이스로 한 회가 채워졌다. 

새로운 플랫폼에서 진행되는 만큼 ‘이름표 뜯기 레이스’를 통해 런닝맨이란 프로그램의 성격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아이돌 10명에 대적하는 능력자 ‘김종국’의 캐릭터만을 부각한 탓에 SBS에서 방영된 런닝맨을 디즈니 플러스에서 다시보기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이 프로그램이 갖는 다른 매력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 레이스 진행 방식에도 아쉬움이 남았다. 출연한 아이돌들은 복면을 쓰고 레이스를 진행하였는데, 제작진은 레이스에 앞서 이름표를 지키지 못하면 자신을 밝힐 수 없다고 하였다. 더운 여름에 레이스를 펼친다고 고생한 이들에 대한 노고를 저버린 것 같아 개운치 않았다. 엔딩 크레딧에도 레이스에서 탈락한 이들을 ‘그룹명 (?)’으로 기재하였는데, 얼굴은 공개하지 않아도 출연자 이름 정도는 공개해도 되지 않을까?


일례로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이 파일럿으로 방송되었을 때, 가왕으로 등극한 가수의 얼굴의 정체를 정규편성 될 때까지 비공개로 둘 생각이었으나 프로그램이 파일럿으로 그치면 가수의 정체는 영원히 비공개로 남을 수 있다는 출연자 김구라의 주장으로 비공개에서 공개로 바뀌었다고 한다. 레이스에서 탈락한 이들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이들의 정체는 계속 복면 뒤에 감춰지고 말 것이다.


김종국, 하하, 지석진은 스핀오프가 본방송에선 다루지 못했던 것들을 담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1회를 통해 밝혔다. 현재 공개된 에피소드로는 새로움도, 그동안 볼 수 없었던 프로그램의 매력도 느낄 수 없었다. 단 2회만으로 프로그램 전체를 재단할 순 없지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에피소드가 좋지 않다는 것 하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 '팬덤'과 '확장'의 런닝맨


디즈니 플러스가 ‘런닝맨’ 스핀오프를 자체 오리지널로 제작하게 된 이유를 추측해보자면 ‘팬덤’과 ‘확장’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런닝맨은 대표적인 한류 예능으로, 해외에서도 많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또, 중국에 포맷이 수출되어 중국판 런닝맨 ‘달려라 형제(奔跑吧兄弟)’로 제작되었다. 중국 외에도 대만, 태국, 중국, 홍콩,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총 9개국에 수출되었다. 아시아권에서 높은 인지도가 있는 런닝맨이란 브랜드를 이용자 유입에 활용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2010년 7월에 첫 방영을 시작해 11년을 이어온 런닝맨은 다양한 방식으로 새 옷을 입어왔다. 앞서 언급했듯 문화가 다른 중국에서 수출되어 제작된 것을 시작으로, 2017년에는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2018년 런닝맨의 초창기를 이끈 조효진 PD가 넷플릭스와 함께 ‘범인은 바로 너!’를 선보인다. 런닝맨에서 볼 수 있었던 캐릭터 플레이와 추격전 등의 요소들을 녹여낸 이 작품은 시즌3까지 제작되며 흥행에 성공한다. 2020년에는 정철민 PD가 CJ ENM으로 이적해 만든 ‘식스센스’도 가짜 찾기라는 추리적인 요소와 게임적인 재미가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 역시 호평 속에 시즌2까지 제작되었다. 이처럼 다양한 문화권을 커버할 수 있고, 확장성과 검증된 콘텐츠라는 점을 디즈니 플러스에선 높게 산 것 같다.

  

디즈니 플러스에선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을 ‘런닝맨’ 이제 큰 물에서 놀아보자! 더 과감하고, 더 재미있는 ‘런닝맨’의 오리지널 스핀오프라고 소개하고 있다. ‘범인은 바로 너!’는 넷플릭스라는 세계적인 플랫폼 지원 아래 한국 예능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스케일을, '식스센스'는 디테일로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흐리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은 총 14부작 중 이제 열두 개의 에피소드가 남았다. 앞으로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에 따라 프로그램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디즈니 플러스라는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는 런닝맨의 시작이 하나의 시도에서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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