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도 되지 못하고 아무것도 될 수 없는 나

by 김민영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번듯한 장래희망은 없어도 어떤 날은 요리 프로그램을 보며 요리사를 꿈꾸기도 했고, 또 언젠가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막연한 포부에 휩싸이기도 했다. 어리고 상상력으로 가득했던 시절에는 방이 100개인 궁전을 지어서 거기에 사는 게 꿈이었다.


결국 무엇도 되지 못하였고 끝내 아무것도 될 수 없는 내가 있다. 누군가 나에게 장래희망을 묻던 시절부터 나는 그것이 갖고 싶었다. 자신 있게 말하는 아이들이 부러워 그럴싸한 장래희망을 찾아 그것을 믿기도 했다. 남들은 다 있는 그것이 나만 없다는 사실이 밝혀질까 봐 두려웠고, 끝내 찾지 못할까 봐 불안했다. 있다고 가장하면 언젠가 생길 것만 같아서 돌멩이를 손에 쥐고 사람들 틈에 숨었다. 보석처럼 반짝이길 바라며 남몰래 쓰다듬고 모두 저마다의 보석을 꺼내놓을 때면 손가락 틈새로 돌멩이를 내보였다. 결국 돌멩이인 것이 밝혀졌을 때 그것을 가르면 안에 보석이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상처받은 돌멩이는 산산이 부서졌다. 나는 매일 조각을 끌어안고 운다.


꿈도 없이 무엇도 되고 싶지 않은 채로 살아가는 건 인생에 대한 직무유기로 여겨진다. 꿈은 곧 희망이고, 삶에 대한 의지이자 도리이다. 하지만 여기, 꿈도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하루를 유예하는 기분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온몸으로 참아내며 버티는 내가 있다. 나태의 대가로 끝없는 사유에 처했다. 생존이라는 인간 본성을 거스른 죄는 역설적이게도 인간의 특권인 존재에 대한 사유이다.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하는 자에게 온통 그것에 대해 골몰하게 만드는 처절함.


조금씩 부스러지며 두고 온 나를 찾으러 간다. 한 번도 가진 적이 없어 잃어버리지도 못한, 어디엔가 두고 온 것이 분명한 나를 찾는다. 겨우 도착한 곳에 내가 없더라도 기다리는 내가 있어 아직 남아있는 몸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