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성공하는 브랜드는 없다
구찌 Gucci, 방탄소년단 BTS, 노션 Notion, 블룸 하우스 Blumhouse, 마블 Marvel에서 살펴보는 성공하는 브랜드의 전략
이 책의 저자는 총 다섯 명(백정현, 이규탁, 이반 자오, 허남웅, 박진수)으로 각 브랜드를 다룬 챕터마다 저자가 있다.
구찌 Gucci는 액세서리 디자이너였던 알레산드로 미켈레 Alessandro Michele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한 뒤 리브랜딩을 성공시켰다. 노쇠한 브랜드의 길로 접어들던 구찌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변화를 통해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고 가장 핫한 브랜드로 다시 올라섰다.
방탄소년단 BTS은 대형 기획의 자본을 들여 인기를 이룩한 경우가 아닌, 빅히트라는 중소 기획사에서 출발했다. 처음 데뷔했을 때는 특이한 이름 정도만 이슈가 된 작은 보이그룹이었다. 그러나 꾸준한 작업과 해외 팬들의 입소문을 통해 서서히 해외에서의 입지를 다지고 연이어 앨범을 히트시키면서 BTS는 전에 없던 글로벌 K-Pop 스타로 거듭났다.
노션 Notion은 필수 업무 도구들을 하나의 작업 공간에 통합해 서로 보완하고 강화할 수 있는 올인원 생산성 앱이다. MS 오피스의 독점이 깨지면서 많은 SaaS(Software as a Service) 제품들이 만들어졌는데, 노션은 그런 다양한 생산성 서비스들을 통합하여 간단한 인터페이스로 제공한다. MS 오피스는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같은 서로 다른 생산성의 개념을 상호작용 없이 하나로 묶었지만, 노션은 필수적인 작업 도구들을 진정으로 통합된 방식으로 결합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말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정제된 디자인으로 제공하는 것. 노션은 생산성 서비스의 기본이자 전부를 해내고 있다.
블룸하우스 Blumhouse는 영화 <겟 아웃 Get Out>으로 국내 관객 213만 명을 동원하며 역대 해외 공포 영화 2위에 올라 유명세를 얻게 된 중소 영화 제작사다. 블룸하우스는 여러 작품을 흥행시키며 신흥 호러 명가로 자리 잡았는데, 기존 할리우드 영화처럼 막대한 자본을 들이지 않으면서 저예산으로 크리에이티브한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제작비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감독의 유명세가 아닌 각본의 참신함을 보고 신인 감독과 제작을 진행하기도 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장면은 다른 창의적인 방식으로 변경하도록 하며 그 원칙을 지키고 있다.
마블 Marvel 챕터에서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MCU(Marvel Cinematic Universe)에 대해 다룬다. 영화 한 편이 개봉될 때마다 등장 캐릭터들은 각자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개별 캐릭터들의 영화(토르, 아이언맨 시리즈 등)와 여러 캐릭터가 함께 등장하는 영화(어벤저스 시리즈)가 번갈아 개봉하며 점차 MCU가 확장된다. 팬들은 이렇게 페이즈가 전개될 때마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서로 연관되고 세계관이 통합, 확장되는 신선함을 맛보며 점점 더 몰입하게 된다.
이 책에서 다룬 내용은 어쩌면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미 모두가 다 아는 성공한 사례를 분석한 후 ‘이러한 이유 덕분에 잘 된 것이다’라고 말하는 일은 사실 어려운 것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성공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주는 방법론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에도 이 책을 리뷰하는 이유는 책을 읽으며 한 가지 인사이트를 얻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냥 성공하는 브랜드는 없다’는 깨달음이었다. 어쩌다가 방탄소년단이 글로벌 스타가 된 것도 아니었고, 운이 좋아서 블룸하우스가 호러 팬들을 열광시키는 영화제작사가 된 것도 아니었다. 모두 각자의 기준과 진정성을 토대로 꾸준히 일했고, 어쩌면 그들의 시도는 누가 알려준 방법론이 아닌 전에 없던 방식이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일 수도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의 홍보나 대형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만이 정답이 아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한 방법론의 바이블은 있을 수 없고, 있다 하더라도 어떻게 그것을 응용할지는 개별 브랜드의 역량에 달려있다.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수많은 레퍼런스를 검토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만의 것을 어떻게 설계해나가느냐가 아닐까. 그 과정에서 빠르게 시장을 읽고 우리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것.
북저널리즘 시리즈 중 처음으로 읽어본 [브랜드의 브랜드], 내용도 신선하고 가볍게 들고 다니며 읽기 좋았다.
무심코 지나쳤던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에 대해 왜 좋은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