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뭐길래

창업 10주차

by 아키비스트J

어젯밤, 공동 스터디장님이 찍어주신 사진을 넘기다가 한참을 멈췄습니다. 13명의 얼굴.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속도로 나아가고 있는 사람들. 제가 스터디장으로 참여했던 GPTers 20기 워크스페이스 스터디에서 만난 인연입니다.


스터디는 진작에 끝났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모입니다. 대체 뭐가 이 사람들을 다시 불러 모은 걸까요.


AI라는 단순한 교집합입니다.


직업도 다르고, 관심사의 결도 다릅니다. 누군가는 온톨로지에 깊이 빠져 있고, 누군가는 자신의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고, 누군가는 워크스페이스 하나를 치열하게 고민합니다. 비즈니스를 새로 설계하는 사람이 있고, 업무에 AI를 십분 활용하면서 더 깊은 공부를 고민하는 사람이 있고, 지식관리라는 세계에 막 발을 들인 사람도 있습니다.


다 다릅니다. 그런데 AI라는 한 단어가 이 사람들을 같은 테이블에 앉게 합니다. 교집합이 하나뿐이라서 오히려 좋은 겁니다. 나머지 차이가 전부 배움이 되니까요.


어제 나눈 대화를 복기해봅니다. 끊임없이 나를 찾아가는 사람, 열정으로 단숨에 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사람, 현실 문제 속에서 깊은 사유를 이어가는 사람,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라고 말하는 사람. 장기 프로젝트에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뛰어드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13명과 6시간에 걸쳐 한 명씩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삼삼오오 모여, 또는 일대일로 자신의 계획과 꿈을 이야기했습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자기만의 속도로, 자기만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멋진 일입니다.


그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저도 제 방향을 다시 점검하게 됩니다. 혼자 창업하면 이런 기회가 드뭅니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솔직하게 근황을 나누고, 서로의 고민에 고개를 끄덕이는 자리. 이런 자리가 있다는 것 자체가 자산입니다.


창업 10주차. 혼자 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느끼는 게 있습니다. 성장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것.


물론 실행은 혼자 합니다. 결정도, 책임도 혼자입니다. 하지만 방향을 점검하는 일까지 혼자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내 위치가 더 선명하게 보이는 순간이 있습니다.


지난 달에 '축적이 되는 실험'을 하겠다고 썼습니다. 어제 만난 사람들을 보면서 하나 더 깨달았습니다. 축적은 지식만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사람도 축적됩니다. 함께 배우고, 함께 고민하는 관계가 쌓이면 그것도 대체 불가능한 자산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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