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데스밸리를 지나는 법

창업 7주차

by 아키비스트J

시간을 아끼려고 시작한 일이 오히려 시간을 잡아먹는다. 모순처럼 들리지만 AI 자동화를 시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현상입니다.


저는 클로드 코드와 안티그래비티로 IDE 상에서 AI 워크스페이스를 구축하고 운영합니다. 비슷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공통된 경험담이 나옵니다. 분명 일을 덜 하려고 시작했는데, 스킬 하나 깎느라 밤을 꼴딱 새웁니다. 에이전트 빌드하고, 오류 수정하고, 다시 스킬 짜고, 오케스트레이션 하고. 처음엔 배보다 배꼽이 큰 것만 같습니다.



## 검정 화면과 하얀 폰트


비개발자에게 CLI(Command Line Interface)는 낯선 세계입니다. 검정 화면에 하얀 폰트. 적응이 쉽지 않습니다. 시간도 어마어마하게 듭니다. 학습비용이라는 말을 늘 하지만,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는 그 무게를 알 수 없습니다. 엉덩이 무거운 시간값이 장난이 아닙니다.


지난주에 철학 없는 실험은 껍데기가 된다고 썼습니다. 그런데 철학이 있어도 막상 실행하려면 이 학습 구간을 통과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방향을 정해도 손이 따라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축적되지 않습니다.



## J커브의 바닥


이 구간이 딱 주식 차트나 스타트업 J커브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반엔 효율성이 바닥을 찍으며 곤두박질칩니다. 예전 방식으로 했으면 금방 끝났을 일을 AI 설정하느라 더 오래 걸립니다. 이게 맞나 싶은 의심이 듭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으면 생산성이 수직 상승합니다. AI가 내 손발처럼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초기의 비효율은 나중의 압도적 효율을 위한 필수 투자였던 겁니다.


저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밤샘해버리는 단계는 지난 것 같습니다. 효율성이 폭발하는 상승 구간에 놓여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아직 매운맛을 덜 본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잠자는 시간이 여전히 들쭉날쭉한 건 사실입니다.



## 미니 데스밸리


스타트업에는 '데스밸리(Death Valley)'라는 말이 있습니다. 초기 투자금이 바닥나고 매출은 아직 발생하지 않는, 생존과 폐업 사이의 구간입니다. AI 학습에도 비슷한 구간이 있습니다. 저는 이걸 '미니 데스밸리'라고 부릅니다.


이 몇 주간의 미니 데스밸리를 넘느냐 마느냐가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버텨낸 사람은 AI와 공존하며 슈퍼 개인이 됩니다. 여기서 포기하면 격차는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집니다. 소위 'AI 계급'의 시작점은 화려한 기술 발표장이 아니라, 이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잠들지 못하는 초기 학습 구간인지도 모릅니다.



## 버티는 것이 전략이다


결국 이 구간의 핵심은 버티는 것입니다. 화려한 기술이나 천재적 재능이 아닙니다. 배보다 배꼽이 큰 것 같아도 계속 깎고, 오류가 나도 다시 고치고, 밤을 새도 다음 날 다시 시작하는 것. 그게 전부입니다.


지난주에 축적만이 대체 불가능하다고 썼습니다. 그 축적은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J커브의 바닥에서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시간들이 쌓여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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