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6주차
창업기업 확인서를 받았습니다. 초기 창업 기간 3년. 정부가 공식적으로 저를 초기창업자로 인정한 서류입니다. 남은 기간 2년 11개월.
이 숫자를 보면서 지난 며칠간의 일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몸과 마음, 가장 가까운 환경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자신을 돌보지 못한 시간이었습니다. 후회와 연민, 허무함과 답 없는 질문들. 그것들도 삶의 일부입니다. 다만 단 며칠이면 충분합니다. 이제 다시 하루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창업 초기에 정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Why, What, When. 왜 이 일을 하는지, 무엇을 하는지, 언제까지 할 것인지. 저는 이것들을 정했습니다.
남은 건 How, Where, with Whom입니다. 어떻게 할 것인지, 어디서 할 것인지, 누구와 할 것인지. 이것들은 계속 설정하고 실행하고 수정해 나가야 합니다. 고정된 답은 없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변화하는 이 세상에서 거시적 관점의 Why조차 방향을 틀 가능성이 있습니다. un-learning이 아니라 un-unlearning. 배운 것을 과감히 버리고, 그리고 또 다시 버릴 수도 있어야 합니다. 열린 자세로 주시하고 있어야 합니다.
기술이 빨리 바뀌는 세상입니다. 작은 단위에서 먼저 만들어 보는 실험정신이 중요합니다. 정확한 원리와 이론적 이해가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닙니다. 기술의 장단점을 빨리 파악하고 얼른 적용하는 민첩한 응용력이 더 중요합니다.
그러나 절대적으로 강조하고 싶은 한 가지가 있습니다. 문제 의식에 대한 나만의 철학은 꼭 필요합니다. 그것이 얼마나 잘 작동할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도요. 결국 사용자가 유용하게 느껴야만 비로소 가치가 있습니다.
껍데기 같은 실험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냥 트렌드여서, 누군가 말해주니까 좋아 보여서, 경쟁에서 도태될 것 같은 다급함에. 이런 이유로 시작한 실험은 껍데기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이런 시도를 과도하게 폄훼해선 안 됩니다. 제로보다는 무엇이라도 시도하는 게 생산적입니다. 일정 수준의 인사이트를 발견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지향하는지도 모르면서 '뭔가 좋아 보여서' 행동한다면 깊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까요? 시도 자체는 좋습니다. 다만 방향 없는 시도는 축적이 되지 않습니다.
지난주에 썼던 말이 떠오릅니다. 축적만이 대체 불가능하다고요. 축적이 되려면 방향이 있어야 합니다. 방향이 있으려면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지난 한 달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주는 개인사로 인해 특히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다시 시작합니다. 후회와 연민에 며칠을 썼으면 충분합니다. 이제 How를 고민하고, 실험하되 철학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껍데기 같은 실험이 아닌, 축적이 되는 실험을. 그것이 남은 2년 11개월을 쓰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