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불가능한 나를 만드는 일

창업 5주차

by 아키비스트J

지난 목요일, 미국의 Virginia Tech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PKM과 아카이브, 그리고 AI IDE에 대해 설명하는 온라인 세션을 준비해 줄 수 있겠냐고요.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오케이.


이전에 배움을 주셨던 분의 메시지가 떠올랐습니다. '돈이 되지 않더라도 대체 불가능한 나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무조건 해라.' 바로 결정했습니다. 대체 불가능함. 이번 주 제가 계속 마주친 화두였습니다.



진입장벽을 넘어야 가치가 생긴다

GPTers 스터디 첫 주차를 끝냈습니다. AI를 적용한 지식관리에 열정적인 분들이 많다는 사실에 감동했습니다. 동시에 도구 설치라는 진입장벽이 의외로 높다는 것에 '식겁'했습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습니다. 그래도 시작이 좋습니다.


진입장벽은 단순히 넘어야 할 허들이 아닙니다. 그 장벽을 넘는 과정 자체가 대체 불가능함을 만듭니다. 설치하고, 오류를 만나고, 해결하고, 다시 시도하는 경험이 축적되어야 비로소 도구를 진짜로 다룰 수 있게 됩니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대체됩니다. 어렵게 쌓은 것이 나만의 것이 됩니다.



딸깍은 없다

'AI랑 얘기한 다음 딸깍 하면 다 된다고요.'


누군가 이 말을 다른 사람에게 신나게 설명한 뒤 제게 동의를 구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무쟈게 짜증냈습니다.


전문분야에 AI를 적용하는 일을 하면서 레퍼런스를 많이 찾아봅니다. '딸깍'이란 단어를 정말 자주 보게 됩니다. 그런데 제 경험은 다릅니다. 딸깍 해도 원하는 아웃풋이 한번에 안 나옵니다.


전직장에서 개발자들과 밤새워가며 토론하고, 때론 싸우고, 맞춰가면서 법률과 정책과 행정 문서를 찾아봤던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그 복합적인 문제들이 딸깍 하나로 해결될 리가 없습니다. 하물며 기록관리의 아주 작은 프로세스 하나도 데이터 레이블이 누락되면 엉망이 됩니다. AI가 잘못 이해하거나 프롬프트를 잘못 넣으면 전체가 틀어집니다. 실험하면서 이런 시행착오를 정말 많이 겪었습니다.


'딸깍'처럼 보이는 순간이 있다면, 그건 보이지 않는 축적의 결과입니다. 그 축적이 바로 대체 불가능함의 원천입니다.



기본기가 축적을 만든다

요즘 하루가 너무 빨리 갑니다. 어제 한 일인지 오늘 한 말인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기록해둬서 다행이라는 걸 늘 깨닫습니다.


잠을 잘 자는 것, 체력 관리를 잘하는 것. 정말 중요합니다. 온몸으로 깨우치는 중입니다.


화려한 전문성 이전에 기본기가 있습니다. 기록하는 습관, 체력을 관리하는 습관, 시행착오를 견디는 습관. 이것들이 쌓여야 축적이 가능합니다. 축적이 있어야 대체 불가능함이 만들어집니다.



축적만이 대체 불가능하다

AI 시대에 제대로 쓰는 사람은 도구가 없어도 잘하던 사람입니다. 가벼운 문제에서나 딸깍이 통합니다. 복잡한 문제, 전문적인 영역에서는 여전히 깊이가 필요합니다.


Virginia Tech 세션을 준비하면서 생각합니다. 제가 이 제안을 받을 수 있었던 건 PKM과 아카이브와 AI를 교차시킨 경험이 쌓였기 때문입니다. 그 경험은 딸깍으로 얻은 게 아닙니다. 진입장벽을 넘고, 시행착오를 겪고, 기록하고, 체력을 유지하면서 쌓은 것입니다.


대체 불가능한 나를 만드는 일. 결국 축적입니다. 그리고 그 축적은 기본기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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