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4주차
'1인 사업에 대한 철학을 내 관점에서 찾아줘'
제 PKM 시스템에 같은 질문을 두 가지 방식으로 검색했습니다. 일반 RAG 검색은 친절하게 정의를 나열했습니다. 솔로프러너의 개념, 핵심 역량, 비즈니스 철학.
온톨로지 검색은 달랐습니다. 당신은 아키비스트로서 누적을 믿고, 솔로프러너로서 효율화를 추구하며, 기업가로서 세계관을 팝니다. 이것이 당신의 철학입니다.
차이는 명확했습니다. 일반 검색이 '무엇'을 찾았다면, 온톨로지 검색은 '왜'를 설명했습니다. 같은 데이터베이스, 다른 해석 엔진입니다.
일반 시맨틱 검색은 Gemini File Search API를 사용합니다. 제 PKM 볼트의 파일들을 7개 스토어로 나눠 업로드하고, 검색어를 임베딩으로 변환한 뒤 의미적으로 유사한 문서를 찾아냅니다. 전형적인 RAG 방식이죠.
온톨로지 검색은 다릅니다. 검색 전에 '혜지 온톨로지 v1.0' 파일을 먼저 읽습니다. 이 파일에는 제 정체성 렌즈 3가지, 사고 구조, 가치관, 사고 흐름 사이클이 정의되어 있습니다. AI는 이 온톨로지를 시스템 프롬프트처럼 활용합니다.
개인 온톨로지는 제 사고방식을 코드화한 것입니다. v1.0은 27개 질문을 통해 만들어졌죠. 그런데 이걸 만들 수 있었던 건 3,810개의 파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태그 패턴, 링크 구조, 노트 작성 방식, 시간에 따른 관심사 변화. PKM 데이터 전체를 분석해야만 사고방식을 역추출할 수 있었습니다.
직접 나의 사고방식을 설명하려면 답하기 어렵습니다. 메타인지를 하기 쉽지 않은 것처럼요. 하지만 행동의 흔적, 즉 기록된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수천 개의 노트가 쌓이고, 수백 개의 링크가 연결되고, 수십 개의 프로젝트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패턴이 드러났습니다.
가장 큰 발견은 동시에 가장 큰 한계입니다.
온톨로지 검색은 놀라울 정도로 정확했지만, 이건 수천 개의 파일이 있는 제 워크스페이스에서만 가능했습니다. 막 시작한 사람에게는 아직 분석할 패턴이 없고, 꾸준히 기록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추출할 사고방식이 희미합니다.
그런데 온톨로지가 필요한 사람은 이미 충분히 기록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온톨로지가 가장 도움이 될 사람은 아직 시작하지 않은 사람인데, 그들에게는 온톨로지를 만들 재료가 없습니다.
개인 아카이브에서는 누적의 힘이 결국 온톨로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가 누적되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지난 주 만다라트, KPI, 액션플랜을 만들고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위클리 리뷰를 통해 실질적으로 이번 주 활동이 어느 영역에 기여했는지 확인했습니다. 지난 주를 얼렁뚱땅 보내지 않고, 초보 대표 주제에 그래도 50점짜리 경영은 했다고 생각합니다. 50점짜리라도 괜찮습니다. 쌓이기 때문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단순히 기록하고 분류하는 게 우리 일의 전부라면, 솔직히 말해서 AI한테 대체되는 게 맞습니다. 인정하기 싫지만, 필연적이죠. 하지만 질문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만약 아키비스트로서 우리 직업의 본질이 그 너머에 있다면?
젠슨 황이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영상의학과에 AI 판독 기술이 들어왔을 때 의사가 사라질 거라 했지만, 오히려 의사는 더 늘어났다고요. AI가 단순 판독을 도와주니, 의사는 더 깊은 판단과 환자 케어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아카이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단순 분류는 AI에게 맡기고, 우리는 그 기록들 사이의 '맥락'을 잇고 '숨은 의미'를 찾아내는 큐레이터가 되어야 합니다. 온톨로지를 설계하고, 기술이 할 수 없는 '해석'과 '가치 부여'를 하는, 그 순간이 바로 인간 아키비스트의 진짜 무기가 되는 순간이죠.
결국 이 실험이 말해주는 건 하나입니다. 쌓아야 한다는 것.
당장 반응이 없어도, 당장 쓸모가 없어도, 당장 연결되지 않아도 계속 기록해야 합니다. 온톨로지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수천 개의 작은 노트, 수백 번의 연결, 수십 번의 되돌아봄이 쌓여서 비로소 나라는 사고방식이 드러납니다.
이제 제 아카이브에서 검색할 때 과거의 저장 이유가 아니라 현재의 해석 방식을 보게 됩니다. 누적은 단순히 많이 모으는 게 아니라 결국 과거로부터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의 나를 보게 되는 방식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초보 대표로서 50점짜리 경영을 하는 이유도 같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서툴러도, 일단 쌓아야 합니다. 그 누적이 결국 차별화를 만들어냅니다. 나만의 온톨로지를 만들어냅니다.
다양한 도전을 하면서 배우게 되는 것이 많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내 몫입니다. 연륜이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얻는 것은 값지다는 사실도 배웠습니다. 특히 나에게 애정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욱이요. AI 시대에도 대체되지 않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본질에 집중하고, 꾸준히 쌓는 것. 그게 전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