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아카이브 시리즈] 아카이브에 방문한 적 있는 분?
우리는 그야말로 아카이브 콘텐츠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아카이브 사업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지요.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기록과 맥락을 통해 새로운 서사와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카이브의 매력입니다. 그러나 막상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아카이브에 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카이브는 단순한 데이터 저장소보다는 더 폭넓은 개념입니다. 기록 그 자체이자 보존 부서이고, 보존 기관(건물)이기도 합니다. 이런 아카이브, 국내에 실제로 많은 곳에서 기록원, 기록보존소, 아카이브 등 다양한 이름으로 존재합니다.
국내에서 아카이브의 역사는 현대 기록관리와 궤를 같이합니다. 그 시작점을 1999년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요, 생각보다 최근입니다. 그렇다고 한국에 기록 문화가 없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기록이 여럿 존재합니다. 조선왕조실록, 일성록, 해인사 대장경판과 제경판, 동의보감과 같이, 철저한 기록 문화가 뿌리 깊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독재정권을 거치며 이런 기록 문화는 단절되었습니다. 기록은 행위의 흔적이자 증거인데, 이 당시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기록을 드러내기보다는 숨기거나 폐기해 왔습니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본격적인 기록관리가 법제화된 것은 1999년, ‘공공기관의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이 제정된 이후입니다. 그 후 이른바 ‘위로부터의 기록관리’가 시작되며 공공기관 중심의 아카이브가 하나씩 생겨났습니다.
이후 여러 기관과 단체들이 아카이브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기록원, 서울공예박물관의 아카이브실, 대통령기록관, 그리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나 KBS와 같은 민간 기관, 공기업들도 아카이브를 개방하고 있습니다. 찾아가면, 전시와 견학 프로그램, 굿즈 판매 등 다양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방문하지 않아도 온라인을 통해 기록 검색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정작 많은 사람들에게 “아카이브에 가본 적 있느냐?”고 물으면 고개를 젓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 이 글은 필자가 2024년 10월 강서구 소식지 <방방>에 게재한 원고를 일부 편집, 수정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