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딜레마에 빠지다

6장. PKM 방법론

Dec 12. 2025 brunch_membership's

공짜는 없다

지금까지 저는 폴더 구조를 잡고 메모 습관을 세우고 AI 에이전트로 자동화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는 시간이 꽤나 많이 들었습니다. 거의 1달 가까운 시간이 들었는데, 일과 이외에도 하루 2~4시간씩 꼭 시간을 투자했던 것 같습니다. 조니 데시멀 시스템을 이해하고 Working Backwards를 익히고 Claude Code를 설정하는 데 각각 적지 않은 시간이 들었습니다. 방법론은 공짜가 아닙니다. 배우고 설정하고 유지하는 모든 단계에 시간이라는 비용이 붙습니다.

학습 곡선의 경제학

학습 곡선(Learning Curve)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모든 새로운 활동은 지식과 기술의 습득을 요구합니다. 새로운 분야를 익히는 데는 시간과 돈이 들지만, 축적된 지식은 효율성과 레버리지를 제공합니다. 여기서 역설이 발생합니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먼저 생산성을 희생해야 합니다. 새 도구를 배우는 동안에는 예전 방식보다 느립니다. 투자한 시간이 회수되려면 일정 기간이 지나야 하고, 그 기간을 버티지 못하면 투자는 손실로 끝납니다.

학습 곡선은 1885년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가 학습 심리학에서 처음 기술했고, 1936년에는 테오도어 폴 라이트(Theodore Paul Wright)가 항공기 산업에서 학습이 생산 비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곡선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상승 곡선은 시간이 지날수록 숙련도가 올라가는 것이고, 하강 곡선은 반복할수록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효율이 급격히 오르지만 점점 개선 속도는 둔화됩니다. '학습 곡선이 가파르다'는 말의 진짜 의미가 여기에 있습니다. 초기 투자가 크지만 나중에는 평탄해진다는 뜻입니다.

80퍼센트 학습 곡선이라는 경험칙도 있습니다. 생산량이 두 배가 될 때마다 새로운 생산의 비용이 이전의 80퍼센트가 된다는 것으로, 많은 산업에서 비용 예측과 생산 계획에 이 수치를 활용합니다. 새로운 작업이 시작될 때 사람이나 시스템은 빠르게 학습하고 곡선은 가파릅니다. 반복이 거듭될수록 학습량은 줄어들고 곡선은 평탄해집니다. 처음 10시간의 학습이 주는 효과와 다음 10시간의 학습이 주는 효과는 다릅니다. 수확체감의 법칙이 여기서도 작동합니다.

작업 기억과 인지 부하

작업 기억은 3~5개의 기억만을 붙잡을 수 있습니다. 이런 한계는 새로운 도구를 배울 때도 적용됩니다. 인지 부하 이론(Cognitive Load Theory)은 학습 경험이 개인에게 부과하는 인지적 부담을 설명합니다. 학습과 수행은 작업 기억이 초과될 때 부정적 영향을 받습니다. 새 도구의 인터페이스를 익히면서 동시에 원래 작업도 해야 한다면, 뇌는 이미 용량 한계에 직면합니다.

새로운 도구를 배울 때 경험하는 부하는 세 가지로 나뉩니다. 내재적 부하(Intrinsic Load)는 학습 내용 자체의 복잡성으로, 예를 들면 조니 데시멀 시스템 자체가 얼마나 복잡한지를 의미합니다. 외재적 부하(Extraneous Load)는 불필요한 인지적 노력으로, 나쁜 UI나 복잡한 설정 화면, 일관성 없는 문서가 이 부하를 높입니다. 본유적 부하(Germane Load)는 스키마 형성에 기여하는 노력으로, 이것이 진짜 학습입니다. 잘 설계된 도구는 외재적 부하를 줄이고 본유적 부하에 집중하게 합니다. 반대로 설계가 나쁜 도구는 기능 자체보다 사용법을 익히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씁니다.

디지털 학습 환경에서 흥미로운 역설이 발견됩니다. 기술이 제공하는 풍부한 경험이 오히려 학습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가상 현실처럼 완전히 몰입하는 환경은 새로운 학습 경험을 만들 수 있지만, 그 몰입이 학습에 기여하기보다 경험 자체에 인지 자원을 고갈시킬 수 있습니다. 화려한 기능을 가진 도구일수록 배우는 데 더 많은 인지 자원이 필요합니다. 단순한 도구가 때로는 더 효과적인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