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14. 목 맑다가 비 오고 맑았던 날
어디를 가던 나의 미래를 걱정해 주는 사람 투성이다.
괜찮아?라는 말과 그럼 어떤 계획이 있어라고 물어보는 사람들.
이제까지 살면서 이런 질문을 한 두 번 받아본 건 아니라 이제 요령이 생겼다.
넌스레 웃거나, 질문의 의도에 맞게 대꾸해주면 된다.
"그러게~ 뭐든 해보면 되지. 일단은 쉬려고!"
N0 PLAN IS PLAN
오늘은 언니의 친구인 아이리쉬 출신인 케빈이 말레시아에 출장을 왔고, 이제 곧 한국으로 떠날 언니와의 마지막 저녁을 하기 위해 약속이 있었는데, 나 또한 같이 저녁을 먹게 되었다.
그들의 오랜 시간에 쌓인 대화들을 옆에서 듣고 베트남 음식에 취해 있었는데,
"어떤 일을 해?"
밥을 먹다가 훅 들어온 질문에 어질어질 해져서는 "여기서 말하는 거야?"라고 되받아친 나.
셋다 웃음바다가 되었고, 질문에 다시 대답했다.
"아! 한국에서? 한국에서는 디자인일을 했었어. 대학교에서 아이들 가르 치는 일도 하고. 근데 지금은 그만두고 여기 홀리데이로 왔지"
눈이 커진 케빈은 "오~ 돌아가서의 너의 플랜은 뭐야?"
"플랜? 플랜이 없는 게 플랜이야. 나중에 봐보지 뭐." 하며 웃어버렸다.
정말이라서.
계획되로 되지 않는 것도 많지만, 아직 하고 싶은걸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하고 싶을 것 찾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나 또한 되묻고 싶다. 하고 싶을 것들을 하고 살고 있느냐고. 하고 싶은 것들은 매번 바뀌어 가는데, 그걸 어찌하리.
이곳에서는 줄곧 그림만 그리고 글을 쓰고 있다. 좋아하는 하지만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고 있다. 마음껏.
하루하루 플랜을 만들고 그 플랜에 맞추어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던 나에겐 그림과 이렇게 글쓰기는 사치였던 때도 있었다.
그런 플랜을 애초에 짠 건 아니었다. 여기에 와서 하고 싶은 게 뭘까 생각하고 해 버리는 것.
애당초 플랜이 없었기 때문에 플랜을 만들 수 있었던 건 아닌가 생각한다.
무언가를 비워내야 무언가를 다시 채울 수 있는 것처럼.
맛있는 음식에 행복해진 나는 똘똘한 눈으로 해맑게 웃으며 너무 행복해를 연신 외치곤 그들의 이야기에 호응을 하고 있다. 그들의 대화 속에 긴 시간을 느끼고, 애정을 느낀다. 물론 내가 모르는 대화 주제가 많았지만, 그게 중요하진 않다. 이 순간에 같이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만나 그들의 삶을 살짝 엿본다는 건 아주 중요한 일이다. 삶을 공유하는 건 단순한 애정이 없다면 할 수 없는 것.
헤어지는 길에 케빈은 나와 언니를 데려다주고 싶다며, 언니 콘도 앞에 경유를 하겠다고 했다. 그의 친절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콘도 앞 게이트 도착, 케빈도 내려 허그와 인사를 나누었다. 옆에 있던 나도 같이 마지막 허그를 나누면서 그 친구의 응원을 들을 수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너의 행운을 빌게"
나도 답해 주었지.
"나도 너의 행운을 빌게. 그리고 오늘 즐거웠어!"
매번은 아니겠지만, 계획이 없는 계획은 이런 소중한 시간들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