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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나 Feb 23. 2024

새로운 한국 발레의 탄생, 전통예술의 새로운 발돋움

발레 <코리아 이모션 情> 리뷰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발레 <코리아 이모션 情>은 국악 크로스오버와 발레를 융합한 작품이다. 발레 <심청>과 <발레 춘향>에 이어 유니버설발레단의 시그니처 레퍼토리로 비상하는 <코리아 이모션 情>은 발레 언어에 한국적 색채와 선율을 더한 작품으로 이번 2024년 창단 40주년을 맞이한 발레단의 시작을 알리는 첫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이 작품은 지난 2021년 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공식 초청작 <트리플 빌 Triple Bill>로 초연 당시 한류 드라마 OST의 대가인 지평권의 앨범 《다울 프로젝트》(2014)에서 발췌한 <미리내길>, <달빛 영>, <비연>, <강원, 정선아리랑 2014>, 네 작품을 선보여 호평받은 이후 2023년 국악 연주그룹 앙상블 시나위의 <동해 랩소디>, <찬비가>, <달빛 유희>, 독일 재즈밴드 살타첼로의 <다솜 Ⅰ>, <다솜 Ⅱ> 등 5개의 새로운 작품들이 더해져 65분 길이로 확장되었다. 

본 작품은 클래식 발레와 퓨전 국악을 합친 작품인 만큼 무용수의 몸짓은 클래식 발레에 기반을 두되, 한국 무용의 기초적인 동작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클래식 발레에서는 몸을 정수리 쪽으로 길게 끌어올린 상태로 가장 가늘고 긴 선을 강조하며 움직인다. 절제하되 상체를 활짝 펼치며, 유연하면서도 정형화된 동작으로 테크닉을 보여준다. 반면 손목은 부드럽게, 팔은 조금 늘어뜨리며 가슴이나 어깨, 팔꿈치 쪽에 집중하며 한국적 색채를 강조하고, 한국 무용의 기초 동작인 굴신과 투 스텝 등의 다리 동작들을 많이 사용한다. 특히, 발끝 포인은 유지하되 상체의 부드러움을 강조함으로써 서양의 발레와 한국의 전통춤을 극명하게 대립시켜 보여줌과 동시에 서로 상이한 두 예술이 한 무용수에서 동시에 나타나게 했다. 


발레단은 한국의 고유한 정서를 ‘정(情)’으로 규정하고 그 정을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의미로 풀어서 보여준다. 정은 여덟 개의 작품에서 애틋함, 그리움, 친밀함, 즐거움 등의 복잡하고 다채로운 여러 감정들로 변모하여 나타난다. 가령, <찬비가>에서는 임을 그리워 하는 마음이, <미리내길>과 <달빛 영>에서는 부부의 정을 표현하여 전자에서는 죽은 남편에 대한 아내의 그리움을, 후자에서는 죽은 아내에 대한 남편의 그리움을 '정'이라는 감정으로 규정하여 형상화하였다. 


작품은 대체로 여성 군무와 남성 군무로 나누어져 이루어졌으며, 그 외 여성과 남성의 듀엣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독무보다는 군무를 강조했다. 남성의 군무는 절도 있고, 강한 움직임을 보이지만, 여성의 군무는 애처로우면서도 매우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임으로써 서로 극명하게 대립하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남성 군무로 이루어진 작품에서 몇 명의 무용수들이 균형을 잃고 불완전하게 착지하는 실수가 반복되어 아쉬움이 남았다. 

무대 배경은 수묵화와 같이 동양의 회화 느낌을 물씬 강조하였으며 음악은 가야금, 장구, 꽹과리 등의 국악기를 사용함과 동시에 피아노와 같은 서양 악기가 합쳐진 양상이었다. 여덟 작품 모두 퓨전 국악을 바탕으로 하였으며, 클래식 발레를 이루는 선율과는 다소 다른 멜로디에 무용수들이 춤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서양 음악 구성에 익숙한 무용수들을 위한 배려였을까. 음악은 퓨전국악이라는 장르를 내세우고 있지만, 몇 음악들은 국악의 원형을 찾아보기 힘든, 오히려 굉장히 팝(pop)스러운 멜로디의 색채를 띠고 있었다. 본 작품이 국악과 발레의 융합을 특색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몇 음악은 퓨전 국악으로 구성하는 대신, 몇 음악은 전통 판소리로 구성되었으면 한국적인 색채를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고 보다 신선한 시도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찬비가>의 경우 탈춤을 연상시키는 동작을 강조하며 두루마기를 입고 부채를 튼 무용수들이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췄던 만큼 그 음악이 좀 더 전통적이면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럼에도 <코리아 이모션 情>, 이 작품은 ‘국악과 발레의 조합’이라는 면에서 그 자체로의 의의를 분명히 한다. 최근 국악은 성악, 뮤지컬, 대중가요 등 다양한 음악 장르와 활발하게 연결되고 있다. 본 작품은 음악과 음악 간의 결합에서 나아가 음악과 무용의 결합 방향의 가능성을 제시하였으며 이에 동서양 예술 양식의 융합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했다. 


* 원문 :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68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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