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국어 수업의 연결 고리를 찾아서
고등학교 2학년이 되기 전까지 음대 입시를 준비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음대 입시를 준비할 수 없게 되었고, 좋아하는 또 다른 것을 찾다보니 국어교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국어교육과로 진학한 후에도 음악을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음악과 관련된 여러 곳에서 연주와 반주를 계속 할 수 있었습니다.
음악 중에서도 피아노 연주, 그 중에서도 반주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닮고 싶은 연주가의 연주나 반주가 있다면 밤을 새서라도 그 음악을 악보로 그리고 따라서 쳤습니다. 그리고 그 연주가 손에 완전히 익으면 저에게 맞게 약간을 변형하여 저의 스타일대로 반주를 했습니다. 이렇게 반주하면 제가 반주하고 있는 연주가를 더 편안하게 해줄 수 있고, 메시지가 더 잘 드러나는 풍성한 음악을 만들 수 있습니다.
국어 수업을 할 때면 글 한 편을 가르치더라도 그 주제와 관련된 글을 여러 편 읽습니다. 이것은 글과 저의 존재가 붙어 있기 위함입니다. 이렇게 읽으면 그 글과 연결된 저의 경험들이 떠오르고, 아이들에게 가르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더욱 선명해집니다. 저는 여러 가지 경험의 주머니 속에서 아프더라도 슬프더라도 경험의 구슬을 꺼내 아이들에게 그 구슬을 전해 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구슬을 꿰어 나갑니다.
그렇게 살아가던 날들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에게 있어 음악과 국어 수업은 어떤 연결 고리가 있을까?'
음악은 음악대로, 국어 수업은 국어 수업대로 따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 모두 저의 결들이기 때문에 연결 고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질문에 사람들은
'음악 교사 하면 되겠네.' 혹은 '국어 시간에 피아노 치면 되겠네.'라는 답변을 하곤 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음악과 국어 수업의 연결 고리는 '변주'입니다.
반주를 따라서 칠 때는 그대로 베낀다는 생각보다는 원래 음악의 고유한 스타일이 드러나도록 하면서 상황과 연주가에게 맞게 쳤습니다. 주제와 관련된 여러 글들을 읽을 때는 그대로 베껴서 수업을 한다기보다는 그 글에서 비치는 태도를 거름 삼아 제 경험을 꺼내 아이들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주제 멜로디와 태도는 살아 있게 하되 리듬, 화음, 경험, 생각들을 다양하게 바꾸어 연주하고 읽어내는 삶이 그 둘의 연결 고리였습니다.
변주. 어떤 주제를 바탕으로, 선율ㆍ리듬ㆍ화성 따위를 여러 가지로 변형하여 연주함.
비단 음악과 국어 수업만이 아니라 삶에서 모든 것을 마주할 때 무언가를 그대로 베끼기보다는 태도가 살아 있는 변주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