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은 절대 잘못했다는 소리를 안 해 VS 내가 뭘 잘못했는데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터닝포인트가 된 상황, 사건, 사람이 있다. 나는 자존심이 꽤 강한 편이었는데 이제 여기서 앞서 이야기했던 JYP와의 일화를 털어놓을까 한다.
JYP는 여러분들이 흔히 알고 있는 방송에 나온 그분이 아니라 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낸 내 친구 박진영이다. 그리고 내 친구는 그 분과는 성별이 다른 여자다. 하하. 어느 날은 진영이와 학교 교실에서 투닥거리며 감정이 상한 일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재수 없어"라고 툭 내뱉고 말았다. 스스로 심한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사과하고 싶지 않았고 관계 개선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자존심만 부리고 있었다. 그런데 나와는 다르게 진영이는 하교할 때쯤 다가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소처럼
"인희야, 우리 학교 끝나고 떡볶이 먹으러 가자"
라고 했다. 나는 진영이가 말을 걸기 전까지도 미움을 품고 있었고 사과는커녕 말조차 걸기 않으려고 뾰로통한 표정으로 하루종일 그 감정에 기분이 좋지 못했는데 나와는 다르게 그녀는 심하게 내뱉은 내 말에도 타격감이 없는 듯, 이미 오랜 시간 전부터 신경 쓰지 않은 듯 아무렇지 않게 먼저 다가온 것이다.
그때 나는 내게 사과한 친구를 이겼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벌겨 벗겨진 것처럼 너무 부끄러웠다. 내가 너무 못난 사람으로 느껴졌다. 아마 진영이도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았을 텐데 미안하다는 사과를 대신해 먼저 말을 붙여보며 화해를 시도한 것은 아니었을까. 져주는 게 이기는 것이라는 말을 나는 그때 알게 되었다. 먼저 사과를 하는 것이 오히려 상대를 더 부끄럽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그래서 나는 그때부터 사과를 잘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잘못도 잘 인정했다. 때론 친구가 예쁘다는 말을 듣거나 인기가 많아지면 질투심에 예쁘다고도 표현 못했던 것 같은데 예쁘면 예쁘다 인정하고 칭찬하는 것이 내가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더 너그러 사람 같아 보였고 그럴수록 나는 자존감도 높아졌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던 먼저 사과하는 것과 인정, 칭찬은 이제 내게 익숙한 습관이 되어있다.
남편과의 갈등상황에서 으르렁 버튼이 서로 ON상태임에도 나는 내가 잘못했던 문제를 남편이 꼬집으면
"맞네. 그건 내가 잘못했네. 미안해"
라고 바로 사과를 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도 어릴 때부터 내 잘못을 잘 인정하고 사과한다. 내가 왜 그랬는지를 먼저 말하지 않는다. 자기 인식을 잘하려는 생각 덕분인지 내가 잘못한 부분을 제대로 파고들어 상대 앞에 꺼내놓고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 남편은 정말 쉽지 않은 건데 대단하다고 칭찬한다.
'미안해'라는 말이 가장 어려운 이유에 대해 캐나다 상담 치료사 사라 큐뷰릭은
"단순히 부끄럽거나
쑥스러워서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의 경우에는
자신이 실수를 저질렀거나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줬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은
심리에서 사과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고 한다. 잘못을 인정함과 동시에 본인에게 문제 있었다는 것으로 자기 멸시감을 느끼게 되거나 상대에게
"너는 저번에도 그랬잖아"
와 같은 불신을 줄 수 있는 데다 상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 이런 심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예전의 나처럼 '자존심'을 세우느라 사과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보통 자존심을 부리는 경우가 많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남들보다 자신에게 집중하지만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존감이 낮다 보니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 사과를 하게 되면 부족한 사람, 잘못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힐까 두려워 사과를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 노년의 부부 중 사과를 하지 않고 남을 잘 인정하지도 않는 남편을 보고 아내는
"이 사람은 절대 잘못했다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라고 말하니
"내가 사과를 잘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나는 그냥 원래 그런 사람이야. 내가 뭘 잘못했는데?"
라고 말한다. TV에 출연한 어느 아내의 말을 빌어
"원래 그렇게 타고난 대로 살 거면 혼자 살아"
라고 말하고 싶다. 사과를 하지 않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만큼이나 못난 것도 없다. 나는 먼저 사과받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학창 시절에 느꼈기에 오히려 감정을 빨리 조절하고 먼저 사과하려고 한다. 사과를 먼저 받은 그 불편함과 민망함은 상대의 몫.
진짜 내가 이기는 건 지는 것이라는 말을 빨리 이해하길 바란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으면 당장은 그 상황들을 모면하고 시간이 자연스럽게 흘렀다 생각하겠지만 상대의 마음 안에는 차곡차곡 독이 쌓여 터질 때마다 과거에 소환되는 끔찍함을 반복해서 견뎌야 하며 결국 부부관계는 이혼으로 가고 말 것이다.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음 칼럼니스트 박미라작가는 '부모는 사과하지 않는다'는 주제의 칼럼에서
라는 질문에
"한국에서 나이 든 어머니, 아버지들은 대부분 자기 성찰적이지 못하다.
자신의 행위를 돌아보지 못해 “죽도록 길러줬더니 뭐 하는 소리냐”며 억울해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그동안 먹고사는 데 급급하던, 굉장히 외향화된 사회였다.
우리 부모 세대는 문제가 자신에게서 비롯됐을 수 있다거나,
알고 보면 내가 가해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성찰적으로 깨달은 사람이 많지 않은 듯하다.
게다가 부모의 내면도 어린 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런 상태로,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자식을 힘겹게 길러냈기에 자기에게서 비롯된 자식의 상처를 품어줄 여유가 없다"
라고 말했다. 어린 자녀들도 사과하지 않은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자존감은 낮고 자존심은 강해 사과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된다.
사과는 갈등과 다툼으로 인한 부정적인 기억을 지우는 치유와 회복을 의미한다. 깔끔하게 마음을 정리해 다시는 과거를 소환하치도 않고 흉이 남지 않도록 깨끗하게 상처를 서로 치유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사과하는 방법은 많은 전문가들이 내놓고 있는 것이 전부다. 더 특별한 것은 없다. '상대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못한 것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고 다독여주며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방법을 함께 찾아 합의하는 것'이 나는 사과의 정의이자 제대로 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과를 잘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모든 갈등과 다툼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더라도 그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말 꼬라지는 분명 좋지 못했을 것이다. 그 부분을 사과하는 것이다.
사과를 할 때에는 타이밍도 중요하다.
나와 상대의 으르렁 버튼이 잠잠해질 때까지의 시간을 서로 존중하자. 간혹 방으로 들어가 버리거나 밖으로 나가버리면 쫓아가면서 그야말로 시비를 거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 계속 얘기하면 더 큰 싸움이 될 것 같으니까
우리 서로 진정할 시간을 갖고 다시 이야기하는 게 어때?"
라고 말하며 자리를 비우고 상대가 자리를 비우면 그 시간을 존중해 주라는 것이다. 내 감정이 잠잠해졌다고 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상대의 감정상태를 메시지등을 보내 확인하고 다시 대화가 이뤄질 때에는 앞서 배웠던 대화법과 방법들도 마음의 코팅을 하고 상대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주며 사과하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서로 합의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사과는 되도록 빨리 하는 것이 좋다. 우리 가족은 부부도 자녀와도 갈등은 그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웬만하면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편안한 마음으로 잠들고 잘 일어나 집안공기가 좋아야 또 그날의 하루를 모든 가족이 잘 지낼 테니까.
부정적인 언어, 조건부 사과 NO!
라며 부정적인 접속사로 상대의 탓을 하기 위한 말은 삼가자.
최대한 말의 속도를 늦추고 목소리톤도 낮게 하며 팔짱을 끼는 등의 방어자세나 삿대질을 한다거나 날숨(한숨) 쉬기, 무시하는 듯 "쳇" 하는 등의 비언어, 언어등으로 상대를 흥분하게 하는 행동들에 주의하며 긍정적인 언어를 쓰도록 노력하자.
또 "그래 뭐 나는 기분 나쁘라고 한 말은 아닌데 그렇게 들렸다면 미안해"라는 조건부 사과를 하지 않도록 하자. 이 말은 나는 잘못을 하지 않았지만 네가 잘못했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미안하다는 말로 상대는 받아들여 제대로 사과를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면 뻔한 레퍼토리처럼 주고받게 된다.
"그게 지금 미안한 사람 태도야?",
"아 그럼 어쩌라고. 미안하다잖아. 그럼 뭘 더 이상 어떻게 할까?"
사과하려다 또 싸운다.
"생각해 보니 네가 충분히 이러한 점에서 기분이 상했을 수 있겠더라.
나도 친구들과 이러이러할 때 너와 같은 기분을 느낀 적이 있어서 이해하거든.
앞으로는 나도 주의하도록 할게"
라며 상대의 감정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공감하고 사과를 하는 것이 좋다.
억울해도 차분하게 먼저 듣자
영화 <기방도령>에서 여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도령에게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여인들에게 인기가 많을 수 있냐고 묻자 도령은 "나는 그저 들어준 것 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누구나 먼저 자신의 감정을 인정받고 존중받고자 한다. 하지만 이 끔찍한 다툼을 빨리 끝내고 싶다면 말 가로막지 말고 끝까지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이는 등의 긍정적인 리액션으로 표현하면 말투가 편해지고 목소리톤도 낮아지는 등 상대의 감정이 누그러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준 후에 자신의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좋다.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에도 상대의 말과 행동에 대한 비난과 질책이 아닌 자신이 느낀 감정들을 이야기하도록 하자.
사과의 방법은 많다. 이것보다 아주 많은 방법들이 인터넷에 널리고 널렸다. 하지만 여기까지 만 이야기할까 한다. 이미 여러분은 앞에서 자기 인식과 관리법, 상대를 인식하는 방법까지 익혔고 더 하면 잔소리 같아질 것 같아서.
이 문장 하나를 기억하며 이와 같은 생각을 갖게 된다면 충분히 사과를 잘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믿음에서다.
또 법정 앞으로? 내 사과에 대한 태도가 불량하다면 인정!
이혼만이 답인 것 같다면 이혼추천! 하지만 변화의 기미가 보인다면 상대가 변화할 시간도 기다려주자.
그리고 내가 하는 말 중 우리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기도 한데 공유하자면
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내가 남편에게 이렇게 말하면 남편은
라고 우리 전하가 말했습니다. 하하.
사과는 그만큼 누구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자주 다투는 부부는 서로를 경쟁상대로 바라보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사소한 쓰레기 분리수거와 같은 집안일도 '저 인간이 할 때까지 나도 끝까지 안 할 거야'라고 하고 다퉈도 '내가 절대 먼저 사과 안 해. 네가 먼저 사과해. 네가 나한테 먼저 구부려달란 말이야'라며 사과를 늦게 하는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경쟁과 비교에서 비롯되는 '자존심'만 서로 부리며 사과를 기다리기만 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진짜 복수를 하고 싶다면 먼저 사과하고 꽁해있는(?) 상대를 부끄럽고 부족한 사람으로 스스로 느끼도록해 진짜 승자가 되어 보길 바란다. 우리 모녀가 너무 재미있게 봤던 태양의 후예의 최애 배우인 송중기의 대사가 생각난다.
"안되는데, 그 어려운 걸 자꾸 해냅니다. 내가"
하늘이 베푼 인연이라고 해 부부가 되는 인연을 ‘천생연분(天生緣分)’이라고 한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하늘이 정해놓은 인연이라는데 실제로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있다. 과학잡지‘네이처 휴먼 비헤이비어’(Nature Human Behaviour)지에 따르면 호주 퀸즈랜드대에서 유전학을 연구하고 있는 매튜 로빈슨(Matthew Robinson) 박사 연구팀은 유럽인 선조들 2만 4662쌍의 부부와 관련된 유전적 정보들을 축적한 결과 다수의 남편과 아내가 공통적인 표지 유전자(genetic marker)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표지 유전자'란
유전적 해석에 지표가 되는 DNA 영역 또는 유전자를 말한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부부간에 키(height)와 관련된 표지 유전자가 매우 닮아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부부 성향도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튜 켈러 교수는 다음 단계의 연구 과정과 관련해, “부부간에 행동, IQ, 정치적 성향, 심리적 현상 등에서 서로 닮아가는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며, “부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런 현상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일어나는지 분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언스 온 기사참고 : https://scienceon.kisti.re.kr/srch/selectPORSrchTrend.do?cn=SCTM00159773)
내가 배우자를 스스로 선택했다면 분명 남편, 아내는 좋든 싫든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며 반드시 닮은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서로 끌렸을 것이다. 결혼 전 나처럼 '나는 분명 후회하게 될 거다'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연(緣)을 붙였다면 마음의 소리를 무시했기 때문일 것이고 '이 사람은 진짜 내 배우자다'라고 생각이 들어 한 결혼이라면 그때만큼은 하늘이 베푼 나를 닮은 진짜 인연이었던것이다.
(그 사람이 천생연분인 줄 알았는데 이혼했다면? 하늘의 맺어준 인연이 좀 짧았거나 하늘도 실수를 했나봅니다 ^^)
하지만 부부가 살다 보면 참 맞지 않는 일이 너무도 많다. 그럴 수밖에 없다. 부모, 자식도 맞지 않는 부분이 너무나 많은데 생면부지의 남이 내 인연이 되어 서로 다른 세계를 살다왔으니 당연하다.
그럼에도 상대배우자를 더 이해하고 서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마음을 헤아려주는 등 좀 더 서로가 너그러워지면서 맞춰가다 보면 어느덧 수 십 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내 옆에 있는 지금의 이 웬수가(?) 그래도 하늘이 제대로 맺어준 천생연분이었구나를 알게 되는 날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