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타인을 이해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by 김인희

나는 타인을 이해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인지심리학자 김태훈 교수는 JTBC 아는 형님에 출연해 '감정 쓰레기통'에 관한 짧은 강의를 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감정적으로만 너무 공감하다보면 잘못하면 감정 쓰레기통이 될 수 있다.

그냥 감정을 나누는 거 아니냐, 감정을 교류하다보면 안 좋은 얘기도 할 수 있지 않느냐.


하지만 쓰레기통에는 안 좋은 것들만 버린다.

감정 쓰레기통으로 대하는 사람도 감정 쓰레기통이 된 사람도 둘 다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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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JTBC 아는 형님



내가 감정 쓰레기통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방법 중 하나는


'너라면 다 이해해 줄 줄 알았어'

라고 말하는 사람을 조심해라.


나에게만 공감을 원한다면 감정 쓰레기통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가까운 사이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도 들어줬는데 지금도 들어줘야지'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점점 감정 쓰레기통으로 가는 것이다. 나와 즐거운 것도 나누고 안 좋은 것도 나눠야 하는데 부정적인 감정만 표출한다. 내가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나는 타인을 이해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1.png 출처: JTBC 아는 형님


듣는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특히나 상대가 나와는 상관없는 다른 사람과의 좋지 못한 이야기들을 털어놓으면 더더욱 듣기가 힘들다. 보통 그런 사람의 경우 자기말만 하느라 상대는 수 십분째 입 한 번 뻥긋하지 못하고 귀를 내어놓고 움직이지도 못한 채 듣고만 있어야 한다는 그 고통을 알지 못한다. 그런 사람을 만나고 나면 대화의 시간과 상관없이 너무 지쳐서 다음에는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


그런 경험으로 나는 늘 사람들을 만날 때,

즐거운 대화와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다.


나를 만나고나서 집에 돌아가는 사람의 감정이 좋은 에너지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다. 우리 부부 모두가 그렇다. 그래서 항상 원 플러스 원 (1+1)으로 다니는 우리 부부를 만난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이 부부는 에너지가 참 좋다"

라는 말을 한다.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도 부정적인 생각과 마음, 감정들로 부정적인 언어만 쏟아내며 공감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사실 욕심이다. 스스로 마음을 굳건히 하며 감정을 덜어낼 줄 아는 단단한 힘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또 다른 사람들이 부정적인 마음을 내게 쏟아낼때에는 나와 관련이 있든 관련이 없든 단호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타인을 이해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딸이 어떤 일을 겪을 때마다 편이 되어주고 함께 욕도 실컷해주니 아이는 친구들과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내게 와서 칭얼거리듯 이야기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무리 자식이라지만 자꾸 좋지 않은 일들을 공유하려 하니 나도 너무 힘들었다. 밖에서 전쟁을 치르고 돌아온 내가 저녁식사를 차리고 치우고 집안일까지 하느라 체력이 바닥나 있어 이제야 안전기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 순간에 오니 더욱 듣기 힘들었다.


나는 딸에게

"미안하지만 엄마가 지금 좀 많이 지쳤는데,

혹시 너의 이야기를 좀 더 휴식을 취한 후에 들을 수 있을까?"


아이는 서운해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나의 휴식과 아이의 이야기를 들을 여유로운 마음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휴식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나는 아이에게 먼저 다가갔고 아이의 말을 먼저 경청, 공감하며 평소처럼 대화했다. 딸 아이가 공감을 가족에게 원하며 감정 쓰레기통이 서로 되지 않도록 가르쳐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딸 아이에게 친구의 일을 엄마에게 의논해줘서 고맙다는 말로 운을 띄우며 마음의 코팅을 싸~악! 해준 후 전하고자 하는 말을 그제서야 시작했다.


"친구와의 관계는 그동안 엄마랑 많이 해결하는 연습을 했으니

이제 직접 스스로 해결해보는 건 어때?


엄마보다 친구에 대한 이해가 더 많은데다

때로는 엄마보다 딸이 더 단단하고 존경스러울 만큼 마음이 많이 성장했더라구.


친구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을 때는

앞으로 현서가 직접 해결하고 나서 그 후기를 말해주는 건 어때?


엄마도 너한테 배우고 싶어"


라며 예쁜 말로 기분 상하지 않게 아이에게 말했다.


아이 역시 자신을 인정해주는 그 말에 기분이 좋아보였고 나는 그 이후로 부정적인 이야기들로 아이와 대화하며 더이상 감정 쓰레기통이 되지 않을 수 있었으며 아이는 감정도 관계도 해결이 된 이후에 내게 말을 한 덕분에 기분 좋은 감정으로 대화할 수 있었다.


또 나는 감정 쓰레기통으로 자신의 감정대로 행동하는 사람에게도 단호함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싶다. 내가 상대의 감정을 더 이해하기 위해서 앞서 배운 대화법을 혼자서만 하려 한다면 억눌린 감정은 언젠가 이성을 잃고 강력하게 으르렁버튼이 ON되다 못해 폭발해 버릴 지도 모른다.


상대가 내게 제 멋대로, 감정적으로 대해도 내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계속 그래도 되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안전한 사람'


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상처주는 말과 행동을 쉽게 한다. 그래서 나는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도 '과속방지턱'을 세우라고 말하고 싶다.


"너는 말에 관한 책까지 썼는데
왜 말을 그렇게 해?"


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여러 대화법을 써서 아름답게 관계를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이 전 상황과 모든 것을 고려해볼 때 합법적인(?) 으르렁버튼을 ON할 때, 즉 과속방지턱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내 책 제대로 안 읽어봤구나.

거기에
'내게 상처를 주는 사람에게는 STOP버튼을'
이라는 목차가 있었는데.

무조건 상대가
듣기 좋은 말만 하겠다는 게 아니야.

나한테 상처를 주면 STOP!
하고 외쳐야 한다는 건데

지금 너의 그 태도에는
내가 단호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라고 말하며 나는 과속방지턱을 세웠다. 한 마디로 "속도 지켜라, 선 넘지 마라"며 나에게 함부로 말하지 않도록 주의를 준 것이다. '인간(가족)관계를 긍정적으로 형성하기 위해서 말 꼬라지를 좋게 잘해서 이혼까지는 가지 말자'라는 게 이 책의 주제이지만 말 꼬라지로 공격을 받았더라도 앞서 배운 화법들을 사용하며 무조건 참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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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클리닉 전문가 양창순은


"여러분의 가장 큰 문제는 정작 화를 내야 할 때 상처받은 나보다 상대방의 기분을 더 걱정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화를 냈다가 저 사람까지 기분이 나빠지면 어쩌지? 괜히 싸움만 더 커지는 거 아니야?


가해자의 기분을 걱정하는 피해자라니. 그러니 화를 내려야 낼 수 없죠.

그런 여러분께 이제부터 드릴 처방전은 이것 하나밖에 없습니다.


'건강한 까칠함' 내가 정한 선을 넘은 사람들에게 까칠하게 보이는 연습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것이죠.


아마 여러분 모두가 이렇게 듣고 자라왔을 것입니다. 화라는 건 남의 기분을 망치는 공격적인 감정이라고.


헌데 정작 심리학에서 말하는 화는 오히려 내 기분을 지키기 위한 방어적인 감정에 더 가깝습니다. 마치 과속방지턱과 같은 것이죠.


도로에서 보행자를 지키기 위해 과속방지턱을 설치하 듯 우리 역시 도를 지나치는 그들로 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관계의 방지턱을 세워야 하는 것입니다"


라고 말했다.


"나는 타인을 이해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나는 타인에게 무조건 친절해야 할 의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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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혼자일 때보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웃을 확률이 30배나 더 높다고 한다.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해주는 가족 덕분에 우리는 웃을 확률이 혼자 있는 사람보다 30배나 더 높다. 그럼에도 가족은 때론 웃음이 아닌 눈물과 분노를 일으키게 하기도 한다. 가족이라고 모든 것을 이해하며 희생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서로 함부로 해서는 안될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 한다는 것을 단호하게 말해주며 건강한 까칠함으로 선을 지킬 수 있도록, 나를 지킬 수 있도록 '과속방지턱'을 세우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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