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 애장품은 무엇인가요?
어느 날 문득, 숨 막히게 긴장한 하루를 보내고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에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어요.(물론 코로나 전) 만약 집에 불이 난다면 나는 뭐를 갖고 뛰쳐나가야 하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많지는 않아도 몇가지 좋은 옷, 좋은 가방 이런 거보다 처음 돈 다운 돈을 벌었을 때 직구로 구입했던 마샬 스피커가 떠오르는 거에요. 멀리 유럽에서 비행기를 타고와 2주 걸려 받은 하얀색 직사각형 스피커. 요즘은 일하고 들어가 티비와 핸드폰에 정신을 빼앗겨 사실 여유 있게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 일이 몇 번 되지 않지만 저한테 이 스피커는 생존과 일상에 직결된 소비가 아니라 선호와 설렘과 약간의 사치가 결합된 보물과 같아요. 꼭 필요한 물건, 사야만 하는 물건이 아니라 좋아서 사는 물건, 고민하다 사는 물건, 그래서 취향이 반영된 첫 물건이라는 점이 저를 설레게 해요.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검색하고 해석하고 통관번호를 넣는 등 약간의 수고를 기울여야 이 제품을 얻을 수 있었죠. 지금처럼 그 때도 여유가 없던 일상이었지만 그래도 낭만만은 갖고 있었나 봐요. 조금 아이보리로 색이 바래 더 애틋한 이 스피커를 보고 있자면 젊었을 때 고민은 적고 설렘은 좀 더 많았던 시절과 어수룩했지만 순진했던 어린 저도 떠올라요. 핸드폰에 잭을 꽂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기 시작하면 하루 종일 날카로웠던 나도, 걱정에 휩싸였던 나도, 위축되었던 나도 기지개를 펴고 화양연화를 생각하죠.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오웬 윌슨이 푸조를 타며 시간 여행을 떠나 듯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