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iss Jan 15. 2021

애장품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 애장품은 무엇인가요?


어느  문득,  막히게 긴장한 하루를 보내고 카페에 앉아 커피  잔에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어요.(물론 코로나 ) 만약 집에 불이 난다면 나는 뭐를 갖고 뛰쳐나가야 하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많지는 않아도 몇가지 좋은 , 좋은 가방 이런 거보다 처음  다운 돈을 벌었을  직구로 구입했던 마샬 스피커가 떠오르는 거에요. 멀리 유럽에서 비행기를 타고와 2 걸려 받은 하얀색 직사각형 스피커. 요즘은 일하고 들어가 티비와 핸드폰에 정신을 빼앗겨 사실 여유 있게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 일이   되지 않지만 저한테  스피커는 생존과 일상에 직결된 소비가 아니라 선호와 설렘과 약간의 사치가 결합된 보물과 같아요.  필요한 물건, 사야만 하는 물건이 아니라 좋아서 사는 물건, 고민하다 사는 물건, 그래서 취향이 반영된  물건이라는 점이 저를 설레게 해요.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구입할  있지만 당시에는 검색하고 해석하고 통관번호를 넣는  약간의 수고를 기울여야  제품을 얻을  있었죠. 지금처럼  때도 여유가 없던 일상이었지만 그래도 낭만만은 갖고 있었나 봐요. 조금 아이보리로 색이 바래  애틋한  스피커를 보고 있자면 젊었을  고민은 적고 설렘은   많았던 시절과 어수룩했지만 순진했던 어린 저도 떠올라요. 핸드폰에 잭을 꽂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기 시작하면 하루 종일 날카로웠던 나도, 걱정에 휩싸였던 나도, 위축되었던 나도 기지개를 펴고 화양연화를 생각하죠. 미드나잇  파리에서 오웬 윌슨이 푸조를 타며 시간 여행을 떠나 듯이요.

매거진의 이전글 설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