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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아 Oct 17. 2024

나를 바꾼 한 마디


사회생활 적지 않게 하다 보니 이런저런 계기로 새롭게 만나게 

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다른 부서라 잘 알진 못했지만, 최근에 같은 조직이 된 분과 술 한잔 

기울이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분의 경력은 무척 특이하십니다.

어린 나이 야구의 재능으로 야구선수의 길을 가셨고, 국가대표로 

20대 중반까지 활동하셨던 분입니다. 


한데, 운동선수의 삶은 결코 만만하지 않죠. 


한참 잘 나갈 땐 몰랐지만 슬슬 자신이 부족하다 느껴질 때 즈음에 

선수로서 살아가는 게 결코 만만치 않음을 느꼈고, 자신의 역량의 

한계를 느끼고는 긴 슬럼프의 기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한참을 방황하고 있을 때, 아버지가 매주 주말 아들을 불렀고 그때마다 

아버지와 함께 술 한 잔 기울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고 해요. 


야구만 해왔던 아들이 더 이상 야구의 꿈을 꾸지 않게 되었을 때 아버지는 

얼마나 아들이 안타까웠을까.. 


이분의 삶은 그랬습니다.

여타 다른 스포츠 선수들처럼 짧고 굵은 게 좋다 생각해왔고 그런 삶을 

사는 게 가장 좋은 삶이라 여겼다 합니다. 


대부분 운동하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삶이었기에 더 그런 생각으로 

살아온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생각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길고 가늘게 가는 삶도 괜찮아. 그렇게 사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아.
3년만 사회생활해봐라. 아직 젊으니 그런 다음 그 길도 아니라
생각하면 다른 길을 찾아도 돼. 할 수 있어



아버지의 이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되어, 야구를 멈추고 남들보다는 

늦게 사회생활에 도전해 일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얼마 전 회사로부터 받은 메시지.

"입사 30주년을 축하합니다"


아버지가 말씀하셨던 3년이 어느새 30년이 되었고, 여전히 즐거운 

마음으로 사회생활을 하고 계시다는 말씀에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누군가는 그렇게 이야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버지라면 야구를 더 해보라 해야 하는 게 맞지 않냐고요.


하지만 아버지만큼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또 있을까요.


아버지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였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들이 진심으로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한 마디였을 것이고, 

평생 해온 야구를 더 못하겠다는 절박한 상황에서 아버지의 그 한 마디의 

격려와 응원은 아들에게 그 무엇보다 큰 힘이 되어주었을 거라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분께 넌지시 물었습니다.

"오래 세월이 지났지만, 야구 그만둔 거 아쉽지 않으세요?"


"젊었을 땐 자주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야구를 계속 해나가는 친구들을 

보고 나도 더 했어야 하나 후회하기도 했구요. 한데, 살다 보니 아버지 말씀도 

맞더라구요. 아내와 아이들이 있으니 좀 더 안정적으로 가늘게 가는 삶도 좋고, 

함께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도 좋고요. 

지금의 삶이 좋아요."


살아보지 못한 삶이 아쉬울 순 있지만, 지금의 삶에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삶에 도전할 수 있도록 격려와 응원을 보내셨던 그분의 

아버지처럼, 저도 누군가의 삶에 응원과 용기를 줄 수 있는 말을 하고, 

경험을 나누며 따뜻한 격려를 건네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따뜻한 말과 글만큼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절실한 누군가에겐 인생을 바꾼 한 마디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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