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동해안 지질 대장정(골굴사, 문무대왕릉, 양남주상절리)
이번 가을, 눈이 부시게 화창한 날에 아주 특별한 여행을 다녀왔다.
학문적인 용어로 말한다면 '지질여행'이다~~ㅎㅎ
여기서 '지질'이란 지구, 특히 고체 지구의 물성이나 역학, 역사를 다루는 학문이다. 쉽게 말하면 발 밑의 것들을 다루고 있는 학문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하늘이 아닌 '땅'에 집중하는 여행이다.
유네스코에서 인증한 세계지질공원은 특별한 지구과학적 중요성을 지닌 지질 유산을 보유한 지역을 말하는데 이미 우리나라에는 제주도, 청송, 무등산권, 한탄강, 전북 서해안 등 5곳이 지정되어 있다.
이곳과 더불어 이제 내년 유네스코의 최종 승인만을 남겨둔 지역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경북 동해안 지역이다. 경북 동해안권에는 경주, 포항, 영덕, 울진이 들어간다.
이곳에 유네스코도 감탄할만한 멋진 땅들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중 가장 먼저 천년고도 경주. 경주에는 첨성대, 불국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골굴사, 문무대왕릉, 양남 주상절리 등 아주 특별한 지질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땅지순례 기대만땅~~!
경북 경주시 함월산에 위치한 석굴 사원
응회암 절벽을 깎아 만든 것으로 한국의 둔황석굴이라 불린다.
한국의 소림사로 불리며 선무도의 총 본산
경주에서 동해안쪽으로 20km 떨어져 있는 골굴사는 일단 무지 가파르다.
대부분의 사찰들이 완만한 경사를 가진 반면 이곳은 급격한 경사를 헤치고 올라가야 만날 수 있다.
그도 그럴것이 다른 사찰들이 산 속에 터를 닦아 사찰을 세웠다면 이곳 골굴사는 절벽에 있는 암석에 자연적으로 생성된 굴을 이용하여 사찰을 세웠다. 그래서 그런지 생경하고 신기한 사찰의 모습이었다.
동해가 생겨날 당시 벌어진 틈에 화산퇴적물이 쌓이면서 응회암이 만들어졌고 세월이 흐르며 응회암이 깍여나가기도 하고 그 안에 박혀있던 크고 작은 암신석들이 쏙쏙 빠져나가면서 마치 구멍이 뻥뻥 뚫린듯한 형태가 만들어졌는데 이를 '타포니'라 부른다고 한다. 이러한 타포니들은 신생대 제 4기의 간빙기와 빙하기가 교차하던 시기에 점점 더 커지게 되었다. 골굴사은 바로 이 타포니 동굴을 다듬아 석실을 만들고 기와를 얹고 불상을 배치한 것이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형태를 유지하여 사찰을 세운 것이 참 좋았다.
밑에서 바라다보면 까마득하지만...내가 저길 올라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막상 오르다보면 어느새 쑥 올라와있다.
밑에서 바라봤을때는 아주 위태롭고 좁아 보였지만 막상 올라오니 아늑한 공간이 참 맘에 드는 곳이다.
골굴사 선무도&템플스테이
골굴사에는 매일 15:00 선무도 공연이 열린다. 지금은 현재 큰 규모의 공연은 열리지 못하고 있으나 몇몇 분이 나와 시범을 보여주시고 있다. 사람도 꽤 있고 특히 외국인들이 많았다. 이곳에서 템플스테이도 하면서 선무도도 배우고 하는거 같다. 나도 처음 와 본 곳에 외국인들이 마치 익숙한 곳인듯 즐기는 모습을 보니 이 또한 생경하다.
선무도 공연은 일단은 재미있다. 이끌어 주시는 분들이 무예하시는 분들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유머러스하고 말씀도 잘하신다. 호흡법도 배우고 명상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듣고 좋았던 시간.
그날 내가 보았던 시범공연은 무술과 요가 동작을 통합한 느낌이었다. 어려운 동작을 척척 해내시는 모습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운동을 통해 몸을 단련하듯 명상을 통해 마음도 단련해야 함을 느꼈던 시간.
선무도도 관람했으니 골굴사를 본격적으로 올라본다. 대적광전을 지나면 법당굴이다.
법당굴은 밖에서 보면 건물로 보이나 안은 천장도 벽도 그대로 돌로 된 석굴이다.응회암의 특성상 마모가 심해 이곳도 언제까지 잘 보존될지 의문이다.
이곳은 또한 원효대사가 열반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해설사선생님에 따르면 이것도 추정이긴 하지만 이 인근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고 하니 의미가 깊은 곳이다.
마애여래좌상으로 오르는 길은 빡세다. 난간을 잡고 위에서 끌거나 아래에서 밀거나 하며 올라가야하는 가파른 곳도 있고 터널처럼 뻥 뚫려 있어 몸을 숙이고 간신히 지나가야 하는 곳도 있다.
이 모든 것을 응회암과 시간이 만들어 낸 자연의 산물이라는 것.
이렇게 쭉쭉 오르다보면 가장 높은 곳에서 마애여래좌상을 만나게 된다.
응회암 절벽에 조각되어 있는 마애여래죄상(보물 581호)은 문무대왕 수중릉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즉 동해를 향하여 조성되어 있다.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상호에 화려한 연꽃과 불꽃이 조화를 이룬 모습이다.
골굴사는 깍아지르는 듯한 응회암 절벽에 크고 작은 타포니로 이루어진 정말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을 모습을 가지고 있어 너무 인상적이었다. 특히 이번에는 '땅', 즉 지질에 집중하다 보니 하나하나 세부적인 것보다는 전체적인 모습을 더 많이 보게 되었다. 새로운 관점에서 사찰을 보는 느낌이랄까.
지형과 지질을 잘 이용하여 사찰을 지었던 사람들의 지혜가 돋보이기도 했다.
자 그러면 마애여래좌상이 바라보고 있는 문무대왕릉으로 떠나볼자~~!
동해바다에 위치한 작은 바위섬
한마리 용이되어 불교로 숭상하고 나라를 지키겠다고 유언함
국가지질공원의 지질유산
신라 제30대왕 문무왕은 삼국통일을 이룬 후 자신이 용이 되어 침입해 들어오는 왜구를 막겠다며, 자신의 시신을 불교식으로 화장하여 유골을 동해에 묻어 달라고한 유언을 했고 이에 따라서 장사한 곳이 바로 대왕암 또는 대왕바위라 하는 해중왕릉이다. 이러한 해중왕릉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고 한다.
문무대왕릉을 구성하는 암석은 화강암으로 약 오천만년 전에 형성되었으며 그후 지진으로 인해 절리가 형성되었다.
대왕암은 자연 바위를 이용하여 만든 것으로 그 안은 동서남북으로 인공수로를 만들었다. 바닷물은 동쪽에서 들어와 서쪽으로 나가게 만들어 항상 잔잔하게 하였다. 수면 아래에는 길이 3.7m, 폭 2.06m의 남북으로 길게 놓인 넓적한 거북모양의 돌이 덮혀 있는데 이 안에 문무대왕의 유골이 매장되어 있을 것이라 추측되었으나 유골은 흔적조차 없었다.
해변에서 바라보면 하나의 큰 자연 바위처럼 보이지만 그 안은 동서남북으로 인공수로가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바닷물이 동쪽에서 들어와 서쪽으로 나가게 만들어 항상 잔잔함을 유지한다.
수면 아래에는 남북으로 길게 놓은 넓적한 거북이 모양의 돌이 덮혀있고 그 안에 문무대왕의 육ㄹ이 매장되어 있을것이라 추측했으나......탐사해보니 유골은 흔적조차 없었다고 한다.
어디로 간 것일까.....
문무대왕릉의 비석은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으며 적갈색 화성암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문무왕의 아들 신문왕이 아버지를 위해 지은 절이 바로 감은사이고 지금은 동서 삼층석탑만이 남아 있다.
문무대왕릉이 있는 봉길대왕암해변은 바다쪽 해변은 몽돌로 이루어져 있고 뒤편 그러니까 땅과 가까운 곳은 모래로 되어 있다. 하지만 바다속은 고운 모래란다. 파도에 밀려온 몽돌의 소리들이 정겹다.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은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에 있는 주상절리이다. 위 두곳과 달리 이곳은 천연기념물 제536호로 지정되어있다. 부채꼴 주상절리를 만나기 위해 해변가를 걸으며 기울어진 주상절리, 누워있는 주상절리를 먼저 만나게 되었다.
기울어진 주상절리는 화산에서 분출된 뜨거운 용암이 기울어진 땅 위를 흐를때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육각형 모양으로 남아 있는 부분은
주상절리 보러왔지만 땅만 보기에는 가을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이 트레킹 코스 정말 맘에 들었다. 하염없이 걷고 싶은 길.
조금 걷다보니 이번에는 누워있는 주상절리가 나온다.
누워있는 주상절리는 뜨거운 용암이 빠르게 식으면서 만들어지는 구조이다. 지하의 뜨거운 마그마가 지각의 약한 틈을 따라 흐르다가 식거나, 땅 위로 분출된 용암이 음푹한 작은 하천이나 땅의 갈라진 틈을 따라 흐르다가 식을때 만들어 질 수 있다.
이곳 동해안 일대는 신생기 말기에 현무암질 용암이 광범위하게 분출했던 지역이라고 한다. 이 주상절리는 이러한 현무암질 용암이 냉각되면서 만들어진 다양한 종류의 주상절리들 중 하나이며 육각형의 돌기둥들이 수평으로 발달되어 있다. 마치 장작을 가지런히 쌓아 놓은 듯이 누워있는 주상절리는 자연이 만들어낸 독특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으며 그래서 학술 및 자연 유산적인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한다.
멋진 주상절리들이 마치 백화점 전시장처럼 펼쳐져있는 트레킹길을 걷다보니 저멀리 부채꼴 주상절리 전망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아, 드디어, 천연기념물을, 주상절리계의 에르메스 격인,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는 부채꼴 주상절리를 만난다!!!
정말 가지런히 일사분란하게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져 있었다.
부채꼴 주상절리는 땅 위를 흐르는 용암이 물길을 따라 흐르다가 연못처럼 둥근 구덩이에 고이면, 용암이 식은 이후에 현재의 부채꼴과 같은 모양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곳에는 주상절리전망대가 있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부채꼴 모양을 더 잘 볼 수 있다고 한다.
위에서 보면 더 멋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모양은 잘 보이나 창을 통해 보니 뭔가 현실감이 덜했다.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은 신생대 제3기에 경주와 울산 해안지역의 활발했던 화산 활동에 의해 형성된 바위의 기둥모양의 틈이다. 주상절리군 주변에는 몽돌길, 양생화길, 등대길, 데크길 등 주상절리가 보이는 해안을 따라 산책할 수 있는 파도소리길이 조성되어 있다. 너무너무 아름다운 길이다.
이런 지형은 제주도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경주에 이렇게 멋지게 있을 줄이야....
해안 트레킹까지 겸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능~~~!
참, 부채꼴 주상절리는 경북 동해안 세계지질 공원의 로고의 모델이 되었다고 한다.
조금더 걸어가면 요즘 유명한 곳에는 하나쯤 있는 출렁다리를 만날 수 있다. 출렁 다리를 넘어 더 갈 수 있었지만 딱 요기까지만...다음에 온다면 이길을 끝까지 걸어보고 싶다.
땅지순례 왔지만 하늘도 좋고, 풍경도 좋고, 두말할 것도 없이 땅도 너무 감명깊었다.
어떤 이유로 이곳을 방문하든 만족도 최상을 보장하는 곳^^
유네스코 최종 승인을 기원하며~~경주편 땅지순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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