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동해 지질대장정
태어나서 처음으로 '힌디기'란 말을 들었다.
이름만 들어도 궁금증이 마구마구 폭발한다. 어떤 곳일까...호기심을 가지고 힌디기로 향했다.
신생대때 한반도의 동해안은 지각이 갈라지고 움직이던 격변의 땅이었다고 한다.
지각운동으로 한반도와 붙어 있었던 일본이 떨어져나가기 시작하였고, 크고 작은 지진과 단층운동, 수많은 화산활동이 발생하였다. 지금으로선 상상도 하기 힘들지만....신생대때는 엄청 활발하고 살아서 팔닥팔닥 뛰는 땅덩어리였나보다.
선바우, 힌디기, 먹바우는 당시 격렬했던 지각운동의 과정을 암석에 기록하고 있는 타임갭슐이라고 한다.
글과 사진이 없어도 이렇게 암석이 되어 기록으로 남는다니 신기하기도 하다.
일단 힌디기를 보려면 선바우길을 걸어야 한다. 선바우-힌디기-먹바우코스는 왕복 30정도 걸리는 짧은 거리지만 신생대 동해안의 지질학적 특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트레킹 코스가 된다.
중요한 트레킹 코스이기도 하지만 정말이지 판타스틱한 뷰를 보여주는 곳이다.
선바우길 입구에 선바우가 존재감을 드러내며 서 있다.
손대면 툭 하고 무너질 것만 같은, 마치 흙을 위태롭게 쌓아올린 듯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선바우 일대는 현무암질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현무암질 각력암과 응회암이 분포한다.
그래서 거무튀튀한 모습이다. 풍화작용에 의해 이리저리 모양이 금방이라도 바뀔 것만 같다.
선바우길은 호미반도의 4개의 둘레길 중 제 2코스로 가장 아름다운 코스로 평가된다.
진짜 걸어보니 왼쪽으로는 유리알처럼 맑은 동해바다가 오른 쪽으로는 지질 핫스팟인 멋진 바위들이 즐비하다. 데크 바로 아래로는 찰랑찰랑 바닷물이 너무 맑아 당장에라도 뛰어내려가고 싶은 비주얼을 뽐낸다.
지질에만 집중하기에는 너무 주변이 아름다운 곳이다. ㅎㅎ
누가 이름을 붙였는지 손바닥 바위는 정말 손바닥 같았고, 여왕바위는 머리에 왕관을 쓴 여왕님 같았다.
모든 바위가 다 멋지지만 이렇게 특별한 이름이 붙은 바위들은 더 멋지다.
선바우길 일대는 멸종위기 식물인 눈향나무가 분포되어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자생지라고 한다. 눈향나무는 원래는 높은 산의 바위틈이나 해안배령에서 자란다. 호미반도의 척박한 퇴적층 벼랑에서 나무의 높이가 최저치에 해당할 만큼 나지막한 높이로 밀집돼 자라고 있는 모습이 마치 거북처럼 엉금엉금 기어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 그래서 별명이 '누운 향나무'로도 불리운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눈향나무의 필살기라고나 할까. 그러한 삶을 위한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주변 환경에 감탄하며 걷다보면 어느 순간 하이얀 절벽을 만나게 된다.
앗 힌디기?! 맞다 힌디기다.
선바우 일대가 현무암질 응회암이 분포되어 거뭇한 편이라면 힌디기는 백색의 유문암질 화산재 지층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바로 옆인데 암석의 색깔과 성분이 다른 이유는 각기 다른 마그마에서 화산활동이 발생한 결과라고 한다. 좁은 지역에서 현무암질 화산활동과 유문암질 화산활동 그리고 하천의 발달이 연이어 일어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하니...이런 멋진 곳을 알게 되어 기쁘다! 지질대장정 최고!!
힌디기는 누군가 흰색의 찰흙을 떡 주므르듯 주물러 놓은 듯 하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풍경이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곳 해변가에는 바다에서 밀려온 쓰레기들이 많이 쌓여 있었다.
치워도 치워도 매일같이 쌓인다고 하니.....
그래서 비치코밍을 했다. 비치코밍은 해변을 빗질하듯 바다 표류물이나 쓰레기를 주워 모으는 행위를 말한다. 우리들의 비치코밍으로 바다가 조금 더 깨끗해지기를 바란다.
선바우 트레킹 길에는 한쪽으로 탁 트인 동해바다가 위치해 있다.
그런데 아래를 내려다보니 정말 맑은 바닷물이 발목 정도까지의 깊이로 찰랑거린다.
시야에 들어오는 넓은 지역이 모두 평평한 바위처럼 되어 있다 .
이것이 바로 '파식대'다. 파식대는 암석해안에서 기반암이 파랑의 침식작용에 의해 해수면과 비슷한 높이로 평탄하게 나타나는 지형으로, 기반암이 지속적인 파랑의 침식에 의해 형성되는 해안의 평탄한 지형을 말하는데 파식대는 보통 해수면보다 약간 아래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이러니 이곳은 정말 자연 수영장이나 바다걷기를 할 수 있는 곳이다.
들어갈 수 있나...궁금했지만...지금은 가을이라 그런지 들어가서 놀고 있는 사람들은 없었다.
또한 바닷 속 주상절리들과 여기저기 불쑥 솟아난 암석들이 화산활동이 얼마나 격렬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렇게 평안해 보이고 아름다운 풍경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힘들고 고된 시간을 견뎌냈을까...싶다.
화석이라는 말은 교과서에서만 봤지 실제로 본 적이 없었다.
지질대장정을 하며 화석산지에서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면 곳곳에 화석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루쉽까지 갖추고 탐험에 나섰으나.....기상상황으로 인해 보수를 할 필요성이 있어 출입금지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입구까지는 갈 수가 있었고 해설사님들이 몇몇 화석들을 찾아서 보여주셨다.
그런데 정말 신기방기...나뭇잎이 그대로 암석위에 찍혀 있었다.
여남동 화석산지의 암석들은 점토질과 실트질이 혼합된 이암계열로 구성되어 있으며 셰일과 이암이 섞여서 있는, 이 셰일은 판처럼 깨지기 쉽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화석이 발견되는 암석들은 작은 압력에도 뚝뚝 부러지기도 했다.
내가 갔을때 가장 많이 발견되는 화석은 나뭇잎이었다. 마치 누가 금방 박아놓은 것처럼 생생하다.
환호공원 스페이스 워크는 관객이 하나의 풍경이 되는 국내 최대 규모 체험형 조형물이다.
이곳은 가로 60m, 세로 57m, 총 트랙길이 333m, 계단 개수 717개 규모로 만들어졌다. 철로 그려진 우아한 곡선과 밤하늘을 수놓는 조명은 철과 빛의 도시 포항을 상징하며, 360도로 펼쳐져 있는 전경을 내려다보면 포항의 아름다운 풍경과 제철소의 찬란한 야경 그리고 영일만의 일출,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스페이스워크는 “독특하고 흥미로우며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평을 받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9개의 계단으로 선정된 바 있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
이곳의 디자인은 독일계 부부 작가에 의해 디자인되었고 포스코가 기획부터 제작, 설치까지 해서 기증한 작품이라고 한다. 공중에 설치된 철길을 따라 걸으면 마치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해서 스페이스 워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열차없는 환상특급이다.
신기하게도 청룡열차나 환상특급 등은 전혀 못타는데도 불구하고 이곳은 그다지 무섭지 않았다.
그저 신기해서 마냥마냥 다니고 싶었다. 나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갈수록 좁아지는 계단을 끝없이 올라가다보면 높은 곳에 이르는데...이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하고 무섭다. 아래를 보지 말고 저멀리 풍경을 바라보면 또 그렇게나 멋지다!
중간에 계단이 막혀 있는 곳이 있어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야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곡선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아찔함을 더 이끌어내기도 하나보다.
기가막히게 휘어진 철길이 어떤 때는 섬뜩하다.
포항하면 늘 공업도시 이미지가 강했는데 지질여행을 하고 보니 한반도 지질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현대적인 감각까지 갖춘 여행 1번지라는 생각이 든다.
짧은 시간과 기상상태로 인해 여남동 화석산지를 자세히 둘러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땅지순례 포항편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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