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제 국물은 덜어먹기로 해요.

어차피 설거지는 제가 할 거니까요

by 집에서 조용히

"요즘에 누가 찌개나 동치미를 한 그릇에 담아 놓고

다 같이 숟가락으로 떠먹나요?"



어머니가 새로 담근 동치미를 자꾸 먹어보라며 권하자, 사위가 한 말이다.

그 말에 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덜어먹을 그릇과 국자를 대령했다.


나도 진즉부터 하고 싶었던 말인데, 며느리라 그동안 못했었다. 침대를 공유하는 남편과도 국물요리만은 내외하는 사람인데 말이다.​

괜히 모나 보일까 봐, 말은 못 하고 찌개 같은 국물요리는 되도록 안 먹는 것으로 넘기려는데 그럴 때면 꼭 어머니가 말씀하시는 거다.



"이거 맛없냐?(왜 안 먹어?)"


- "아니에요. (건더기만 슬쩍 건지며) 먹고 있어요."



이 사람, 저 사람의 숟가락이 푹푹 담기는 국물을 맛있다며 잘도 잡수시는 어머니.

어째서 평소 당신은 비위가 약하다 자주 말씀하시는 걸까.

오히려 나는 아이가 흘린 식탁아래 밥풀도 주워 먹을 만큼 비위가 강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도저히 그 국물만은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릇째로 후루룩 동치미 국물을 잡수시던 아버님도 말씀하시는 거다.


"맞아. 따로 덜어먹는 게 좋아!"


사위님의 사이다 발언과 아버님의 긍정신호에 힘입어 넌지시


"저희도 집에서는 따로 먹어요"


하고 거들어보았다.

내 목소리가 작았나 싶어 한번 더 힘주어 말했다.

그래도 반응이 없어, 또 한 번 말하려다 그냥 참았다.


아까,

어머니가 간을 보시던 국자에

서슴없이 입부터 들이댔던

불현듯 떠올라 버려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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