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시장에서 샀습니다
"네 시어머니는 과일을 좋아하니까,
다른 거 필요 없어. 과일만 사다 주면 돼"
아버님이 귀띔해 주셨다
그래서 매번 과일을 사 갔다.
한 번은 지갑을 놓고 와서 그냥 간 적이 있었다.
대개 찝찝했는데 남편이 괜찮을 거라고 했다.
그러나 빈손으로 들어가는 우리를 보자마자 어머니가 벼락같이 고함치셨다.
"어떻게 너희는 엄마 과일 하나를 안 사가지고 오니!"
정말 이렇게까지 과일을 좋아하실 줄이야.
알고 보니, 밥 보다 과일을 더 즐기셨다.
그래서 이왕이면 맛있는 과일로 사드리고 싶었다.
어느 날, 사과가 맛있다며 어디서 샀냐고 물으셨다. 가게이름을 말씀드렸더니 시장에 가면 싸고 많이 주는데 왜 거기서 사 왔냐며 역정을 내셨다.
시장은 어머니댁과 반대방향이고 주차도 힘들다고 말씀드렸더니,
"시댁에 오면서, 전날 미리 사놓아야지. 그게 예의지"
라고 하셨다.
우리가 그 가게에서 산 이유는,
단골이 될 만큼 과일이 신선하고 맛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눈치도 없지만, 몇 번 시장에서 사본 경험으로 '맛있는 과일을 알아보는 눈'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 가게와 마트에서만 사 먹었다. 같은 값에 맛없는 과일 열개보다 맛있는 과일 다섯 개가 더 낫지 않나?
게다가 가까이 살며 토요일마다 가는데
일부러 전날 시장까지 걸어가 무거운 과일을 사둬야 했다고? 며느리 길들이기 같은 건가?
어머니 말씀을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새 며느리였던 나는 원하시는 데로 해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금요일마다 남편을 시장으로 보냈다.
원래 시댁 과일은 늘 남편이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