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그건 저보다 남편이 잘해요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게 좋으니까요

by 집에서 조용히

"tv에서 봤는데, 그 며느리는 시댁에 가면

집 청소부터 싹 해주더라."


그냥 tv를 보고 하는 말씀일 텐데

이렇게 마음이 불편할까?

마치 나더러 청소해 달라는 말씀 같고 말이다.




돌잔치를 한 달 앞두고 이사를 했다.

아이가 감기에 걸려 콧물을 줄줄 흘리고 있을 때였는데

이삿날이 하필 흐리고 추운 날이었다.

걱정됐던 남편이, 이사는 본인이 알아서 하겠다며

나와 아이를 근처 시댁에 데려다주었다.


그렇게 이사를 하고 며칠 뒤,

갑자기 어머니가 집에 오셔서 말씀하셨다.


"어떻게 방바닥 한 번을 안 닦아주고 가니?"


- 네?



어지르지 않았다.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걸레질을 했어야 했다는 꾸지람이 억울하게 느껴졌다.


시댁에 가면 바로 주방으로 직행한다.

어머니가 서 계시면 나도 서 있고

어머니가 앉으시면 그때서야 나도 앉는다.

다시 일어나시면 따라 일어나 뭐라도 도우려 했다.

엉덩이가 무거운 나는 그 조차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당시 나의 상태는 육아우울증이었다.

아이는 예쁘지만 기댈 때 없는 육아로 몸도 마음도 지쳐서 아무 의욕이 없었다. 이사준비를 하지 않아 쓰레기까지 몽땅 그대로 옮겼을 정도였다. 그날도 자는 아이 옆에서 우두커니 앉아만 있다가 왔을 뿐이었다.


하지만 다음에 시댁에 갔을 땐,

어머니 말씀대로 걸레를 들었다.

그리고 보란 듯이 걸레질을 했다.

그러다 남편에게


"여보, 여기 좀 닦아주세요."


공손하고 자연스럽게 걸레바통을 넘겼다.


평소 아버님이 청소를 도와주지 않는다며 푸념하시는데

내 남편은 청소를 잘 도와준다.


굳이 말씀드리지는 않지만,

사실 우리 집 청소 담당은 어머니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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