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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둥 Mar 02. 2023

32.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 봤습니다

사실 기대도 되는지 조금 무서웠어요

 지난 금요일(24일)과 토요일(25일) 영주에 다녀왔습니다. 여행은 친한 사람들 보다는 비슷한 사람들과 가야 한다는데, 이 조합은 참으로 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비슷한 사람들은 아닙니다. 인간을 16개의 유형으로 나눠서 전부를 파악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이 절대 아닌 MBTI 성격유형으로 보면 ESTP, ISTP, ENFJ의 조합이거든요. 하나만 같고 전부 다른 사람과 하나 빼고 전부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12년째 잘 다닙니다.


 시간이 맞는다면 국내여행은 언제나 어디든 가는 편이라 이번에는 영주와 강진 사이에서 고민했어요. 갈 수 있는 끝자락에 가보자는 의견과 도자기, 다산초당 때문에 강진이 살짝 끌리긴 했는데 왕복 10시간을 운전해 가기에는 1박 2일이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들어 영주로 결정했습니다. 영주에는 소백산온천리조트(와 그 옆에 새로 지은 호텔)가 있어서 오후에 일찍 들어가 온천을 즐기고 푹 쉬어야지 하는 생각도 있었어요. 근처에 제가 너무 좋아하는 안동 도산서원도 있어서 살짝 들리기로 하고 금요일 아침 일찍 모여 도산서원으로 향했습니다.


  휴게소에 한번 들른 시간을 포함하면 세 시간 정도 걸렸어요. 안동까지 가는 KTX-이음이 생겨서 청량리에서 2시간이면 갈 수 있습니다. 운전을 좋아하는 감사한 친구 덕에 이번에는 차량으로 이동하긴 했지만, 단양이나 안동 쪽 여행을 하시게 된다면 KTX-이음을 이용하시는 걸 추천드려요. 빠르고 편안하게 갈 수 있습니다. 도산서원을 둘러보고 예끼마을로 와서 오랜만에 한식을 먹었습니다. 안동에는 찜닭과 헛제삿밥, 간고등어와 맘모스제과가 유명하지만 저는 그중 간고등어와 맘모스제과만 먹을 수 있어요. 예끼마을은 도산서원과 15분 정도 거리인데 예전에 갔을 때보다 정비도 잘 되어있고, 선성수산길이 생겨 밥 먹고 산책하기도 좋았습니다. '민속식당'에는 백반과 간고등어, 청국장 등을 파는데 내부 리모델링을 해서 훨씬 깔끔해졌고 도라지무침은 더 맛있어졌더라고요. 혹 도산서원에 가서 점심을 먹게 되신다면 너무 추천합니다.


 도산서원을 둘러보는 건 30분도 걸리지 않지만, 그 앞 벤치에 앉아 낙동강을 한참 보다가 영주 무섬마을로 향했습니다. 무섬마을은 예전에는 강에 놓인 다리 하나로만 왕래할 수 있었다고 해요. 저는 금요일에 가서 사람들이 많지 않았는데 마을 안에서는 배추전과 막걸리를 파는 곳도 있더라고요. 시간이 좀 여유로웠다면 꼭 배추전을 먹었을 텐데 아쉬웠습니다. 올라오며 열대식물원 카페인 사느레정원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영주 시내 나드리분식에서 쫄면을 먹은 뒤 홈플러스에 들러 저녁 간식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어요.


 제가 영주 쪽을 갈 때마다 찾는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는 영주 시내에서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데, 소백산자락 바로 아래에 있어요. 리조트와 온천시설은 꽤나 오래되어서 깔끔하진 않지만 리조트 옆쪽에 호텔을 새로 지어서 소규모 여행자들에게는 괜찮은 선택지입니다. 영주나 안동 쪽에는 한옥스테이가 많은데, 많은 품과 공을 들이지 않으면서 여행의 피로를 목욕으로 풀고 싶으시다면 추천해요. 온천 목욕탕 노천탕 있는데 노천탕 옆으로 바로 기차가 지나가서 철길을 따라 들리는 기차소리와 함께 소백산의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날이 추워서 지금은 운영하지 않고, 3월부터는 노천탕을 운영한다고 해요. 해가 질 때 즈음 들어가서 하늘을 보면 그만한 힐링이 또 없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부지런히 씻고 소수서원과 선비촌, 부석사를 둘러봤어요. 소수서원은 크게 생각이 없었는데 부석사 가는 길이라 잠깐 들러서 오랜 소나무들을 관람했습니다. 부석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 중 하나인 무량수전 때문에도 유명하지만, 국내 여러 사찰들을 많이 보셨다면 가람 양식 때문에도 더 재미있으실 거예요. 산자락 따라 자유롭고 아름답게 지어진 건물들을 보면 참 좋은 곳이다라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내려오는 길에 동네 묵집에 들러 묵밥과 손두부를 먹고 또 부지런히 달려 오후 다섯 시쯤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오는 길에 휴게소 커피가 참 맛있더라고요. 단양에 들러 짚라인을 타고 싶었는데 시간이 모자라 아쉬웠습니다.




 경상도 내륙 여행을 생각하신다면 단양, 문경, 영주, 안동쪽은 생각보다 볼거리도 즐길거리도 많은 곳입니다. 내부 교통편이 적어 차량이 꼭 필요하지만 도로에서 보이는 산자락들도 좋은 풍경이 됩니다. 단양팔경과 문경새재, 부석사, 도산서원, 하회마을 등 한국의 산이 주는 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장소예요. 숙소는 문경새재 바로 앞의 라마다호텔이나 근방의 여러 한옥스테이들, 제가 이번에 묵은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도 좋습니다.


 내륙 산지 여행은 관광지 자체보다 그 여정과 풍경을 즐겨야 마음에 드실 것 같아요. 도산서원, 부석사, 도담삼봉 등은 그 자체로는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도산서원을 돌아 드는 낙동강이나 밤의 도담삼봉의 여운까지 포함해서 즐기시는 걸 추천합니다. 저는 밤의 문경새재를 걸어보시는 걸 정말 추천드려요. 불빛이 하나 없어 조금 무섭지만 날이 좋고 달이 없다면 밤별이 쏟아지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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