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결심 뒤에 붙이는 이유들

by 둥둥

비로소, 먼길을 돌아 드디어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를 적어보려 합니다. 요즘의 나를 워터슬라이드 입구 바로 앞에 선, 발밑에 물이 찰랑거리고 검은 구덩이의 끝이 보이지 않는, 그러나 즐거이 몸은 던지겠다고 다짐은 한, 하지만 떨리는 손이 불안이며 즐거움인 상태라고 말하고 다니곤 했지요.


대학교 친구는 말합니다. 너는 응당 퇴사할 것이고 너무 쉬운 입사가 원인일 수 있다고. 졸업 마지막 학기를 앞둔 여름방학에 처음으로 영어시험을 보고, 마지막 학기엔 전공수업만 6개를 들었으며 서른 개가 넘는 입사지원서를 썼고 여섯 곳의 필기시험, 네 곳의 면접을 보러 다니면서 대학생활 처음으로 우수상을 받았지만, 제 졸업학기면서 동시에 취업준비 학기는 2016년 가을학기는 남들에 비해서는 아주 수월한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입사지원서와는 관계없이 1차부터 면접이었던 백화점에 합격했고 4년 가까이 열심히 일하며 월급도 많이 받았으니까요.


그러나 그다음 학기, 혹은 또 다음 학기를 지나 취업을 했어도 저는 여기서 회사를 그만두었을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너무 사소한 일이겠지요. 서른이라는 앞자리는 사실 전혀 특별할 게 없다고 단언합니다. 스물보다는 스물 하나가, 둘이, 다섯과 여섯이 더 소중하고 즐거웠다는 것은 저에게 너무도 확실한 사실입니다. 동시에 서른 겨울에 그만둬야 한다고 알고 있는 이유는 서른이 아니라 서른 하나와 둘을, 다섯과 여섯을 지켜야 한다는 직감일 겁니다.


나는 이제 출근하는 것을 그만두려 합니다. 누군가처럼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거나, 봉급이 하는 일에 비해 턱없이 적거나, 괴롭히는 사람이 있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그만둘 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겨울이 왔으니 어쨌든 지나온 것은 털어내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 회사에 입사하며, 아니 그전부터 서른 살 겨울이 되면 그만둔다고 자주 말했었지요. 많은 사람들처럼 저도 의무복무를 하는 2년 동안 인생의 밑그림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열심히 고민한 미래에는 점 몇 개만 찍을 수 있었지요. "서른한 살, 아마도 겨울이 다가오는 시기 즈음에는 소중한 사람과 함께 로마에 있기를"이 스물두 살에 결심한, 가장 가까운 미래였습니다. 점차 흐려지는 기억들이 있다면, 점점 뚜렷해지는 다짐들도 있지요. 서른한 살에 로마에 있겠다는 그 다짐과 예언을 위해서는 회사에 더 이상 다닐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더 딱딱한 의지를 보태면 판단이나 결심이겠지요.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이 있을까요. 독한 말을 해보자면 열심히 하지 않는 무능한 사람들에게 화가 나기 때문입니다. 지쳤다는 말을 썼다가 화가 났다고 바꾼 이유는 여전히 한숨을 쉬기보다는 분노하고 욕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전히 체념하지 않고, 거부하고 해결하려 합니다. 회사에서 만난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기 일에 책임감을 느끼고, 현명한 방법으로 일을 처리하지만 동시에 대다수 사람들이 시간만 때우고, 일을 해결하지 않고 나와 나의 업무를 방해합니다. 어떤 사람은 가끔, 또 다른 사람은 종종 혹은 자주 정도의 차이일 뿐 마음에 드는 사람 하나를 꼽기가 정말 힘이 듭니다. 내가 속한 조직에서 모든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조직이 남고, 내가 떠날 이유가 됩니다. 느끼기에, 조직과 사람들이 미워지고, 절대로 나를 버릴 수는 없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입니다.


적어두고 보니 두 이유 모두 나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저 두 이유는 어딘가로 나아가기보다는 지금까지 만들어온 나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나는 언제나 어제보다 오늘의 내가 더 마음에 들었고, 내일에도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거대한 바람과 흐름보다 더 좋은 이유가 있을까요. 나는 이곳에서 배워야 할 것과 느껴야 할 것을 다 느꼈습니다. 연속되는 삶에서 이제는 다른 완성을 위해 한동안은 불안해야겠지요.

좋은 사람이고, 더 좋은 사람이 될 내가 기대됩니다. 그리하여 나와 너는, 나와 우리는 더 좋은 사람들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