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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둥 Jun 24. 2024

38. 꽃집을 차렸습니다.

9개월간의 안부를 전합니다.

 오랜만입니다. 가을과 겨울, 봄을 지나 여름의 초입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저는 그새 꽃집을 차렸고 지금은 오픈한 지 7개월 차입니다. 마케팅을 위해 블로그를 하라는 말들을 뒤로한 채 브런치로 돌아왔습니다.

글을 써야지 하는 마음은 꾸준히 있었어요. 10월에 계약을 하고 한 달간의 공사 끝에 11월 21일에 오픈을 했습니다. 자리를 보러 다니고, 가게를 계약하고 인테리어를 정하는 과정을 글로 남겨야지 라는 생각을 계속했었어요.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글은 생겨나는 법이거든요. 하지만 그것에 더해 여유가 있어야 자판을 칠 수 있다는 것을 절절히 깨달았습니다. 가난한 시인과 소설가와 작가들에게 경의와 사랑을 보냅니다.


 시간순으로 간단히 정리하자면, 가게 자리를 처음 본 건 작년 6월입니다. 부동산 어플에 올라와 있는 곳이었고 여러 면에서 마음에 들었고, 몇몇은 별로였으며 크게는 월세가 너무 비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뒤 여러 곳을 봤고 많은 고민 끝에 계산을 해보기로 했어요. 1년 치 월세는 들고 출발해야 한다는 건강하고 이상적인 조건은 빼고, 내가 계약하고 인테리어 하고 네 달 정도 월세를 내고 생활할 수 있는 돈을 모을 수 있나 오랜 기간 따져봤습니다. 여러 지인들의 도움과 작은 신용, 그리고 국가 기관의 대출까지 그러모으면 우선 통통배나마 출발할 수 있겠더군요. 제가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 중 돈 전부와 우정 사할, 그리고 뒤편에 남겨두고 온 것들을 다시 빼앗아 보증금을 내고, 인테리어를 하고, 꾸역꾸역 7개월 차를 맞았습니다.


 지금까지 가계와 가게는 큰 손해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금융이자와 감가상각을 제외하고 간단히 따져봤을 때 작년은 -900백만 원, 올해는 5월 마감 기준으로 +100백만 원 정도의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제 개인 생활비는 포함하지 않았고, 전 직장이나 전전 직장을 기리는 기대소득은 모두 빼고요. 하지만 다행히 그제 9번째 월세까지는 잘 낼 수 있었고 산소가 떨어지기 전까지 한 달 정도 시간을 벌었습니다. 손님이 오지 않아도, 제가 문을 열지 않아도 시간은 그렁그렁 지나가고 이제 오픈 7개월 차를 맞습니다. 꽃집 오픈을 준비하는 과정을 글로 정리해 둘까 했어요. 계약을 하고, 여려 곳의 인테리어 업체와 논의한 뒤 한 곳을 정해 또다시 디자인하고, 시공을 하는 과정들에서 꽤나 많은 일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지금 당장은 쓸 말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저보다 한 살 많은 인테리어 대표님께 작업을 맡겼습니다. 좋은 느낌과 함께 우리가 우리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작은 세대의식도 있었어요. 그 외에 크고 작은 결정들은 모두 제 나름의 고민 끝에, 혹은 떠밀리거나 거절하지 못하거나 속아서 했습니다. 수많은 성공들은 그와 동수의 실패들을 포함하고 있고, 동전 던지기처럼 지금 앞면이 연달아 나왔다 하더라도 결국 뒷면이 그 반을 차지할 것을 압니다. 그래서 '꽃집 오픈 꿀팁!'이나 '꽃집 인테리어 업체 잘 정하는 법!'은 적을 수 없겠어요. 물론 첫 가게를 오픈하면서 배운 점과 아쉬운 점,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겠다 싶은 것들은 많지만 그것은 제가 제 가게를 운영하면서 낳은 것들이지, 다른 모든 분들에게 권해드릴 것들은 적습니다.


 오히려 가게를 오픈해 보신 분들에게 더 공감이 갈 일들이 많아요. 바닥 마감재는 어떻게 할걸, 저기에는 수납공간을 더 만들고 여기는 반대로 좀 더 트이게 할걸 따위의 것들이요. 유튜브나 다른 여러 매체들에서 배울 것들이 많기 때문에 저는 지금까지 쓰던 대로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하거나, 사사로운 일들을 얘기하고 그에 더해 요즘 제 삶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꽃집을 운영하며 겪는 일과 사건들 그리고 잔류사념들을 적어두려 합니다.


 오랜 기간 먼지 쌓인 책상을 기다려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브런치가 가끔 보내는 알람이 종종 자극이 되었어요. 그 사이 드나든 구독자님들과 글을 읽어주신 분들,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저의 글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꽃집 홍보를 하지 않을 수 없겠죠. 저는 옥수동에서 한남동 넘어가는 언덕 위에 숨어있는 척 드러나 있습니다. 작고 소중한 인스타 계정을 함께 보내드립니다. https://www.instagram.com/flower.ilum


* 꽃집 이름 (서울 성동구 옥수동 460-8, 1층) 

링크를 거니 카카오맵 리뷰에 제 글이 뜨더군요. 화들짝 놀라 지웠습니다.


 혹시 글을 보고 방문하신다면 꼭 말씀해 주세요. 저는 오랜 시간 작가를 꿈꾸었고 허영과 인정욕구가 가득합니다. 제가 안부를 묻고, 감사를 전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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